1979년 11월 28일 제9보병사단 수색대대장으로 부임을 했다. 노태우 사단장 주관 하에 성대한 대대 창설식과 대대장 취임식이 일산 대대연병장에서 거행되었다. 대륜 동창들을 비롯하여 육사동기 선배 후배들이 단체로 참가하였고, 장인 김선규 장군을 비롯한 많은 가족들이 축하를 해주었다.
새로 창설되는 수색대대는 일산 벌판에 건물을 짓고 각 부대에서 병사들을 차출하여 대대를 구성했다. 창설되는 부대는 신병들로만 편성되는 것이 아니라 각 부대에서 기성병사들을 차출해서 구성한다. 신병들만으로 편성하면 동시에 병사들이 제대를 할 뿐만 아니라 부대 전투력의 균형이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부대에서 계급별로 골고루 차출하여 새로운 부대를 편성했던 것이다.
그런데 각 부대에서는 좋은 병사를 차출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부대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병사들만 보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수색대대는 병사들의 질이 좋지 않았다. 또 대대 생활관 건물을 짓는 장소가 공동묘지였기 때문에 굴삭기로 땅을 파면 주인 없는 유골이 하얗게 드러났다. 건물이 완성되고 병사들이 잠을 자면서 귀신이 침상 밑에서 나타난다고 하면서 밖으로 뛰어나가는 심약한 병사들까지 있었다.
연병장은 성토를 한 지역이라 비만 오면 발이 푹푹 빠졌다. 봄이 되어 땅이 녹으면 더욱 오랫동안 질퍽거렸다. 병사들의 안마당인 연병장부터 정상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수시설을 다시 하고 자갈을 가져다가 연병장에 묻은 다음 그 위에 마사토를 덮었다. 그렇게 해서야 연병장다운 연병장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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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사단 수색대대 창설식(왼쪽부터 행사지휘자, 노태우 장군, 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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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최고의 전투력을 갖춘 부대로 만들기 위하여 대원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했다. 도끼를 배경으로 한 백마 마크를 만들어 가슴에 부착하도록 했다. 백마부대 수색대원으로서의 특색 있는 혹독한 훈련을 통하여 부대의 단결을 도모했다.
중대배치는 한강하구 박살선에 제1중대, 정발산에 제2중대, 제3중대는 대대와 함께 위치시켰다. 한강하구에 위치한 제방을 박살선이라고 불렀다. 대대장은 최전방에 나가 있는 제1중대 박살선 진지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면서 대간첩작전을 진두지휘했다. 제1중대에서는 밀물을 따라 침투하는 적의 무장간첩을 사살하는 등 많은 전과를 올렸다.
문산 쪽으로 접근하는 길이 1번 도로 하나뿐이었다. 전술토의를 할 때면 한강하구를 따라 박살선 상에 고속도로를 만들면 한강하구 방어에도 도움이 되고 교통소통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이러한 의견에 따라 나중에 노태우 사단장은 대통령이 되어서 일산 신도시개발과 함께 한강하구를 통해 판문점까지 연결되는 자유로를 건설하게 된 것이다.
강인한 훈련과 가족 같은 장병들의 부대사랑정신이 조기에 정착되어 부대창설 1년 만에 군단 선봉대대로 선발되었다. 1980년 6월 20일 전투준비태세 최우수대대, 1980년 8월 14일 전투검열 최우수부대, 1980년 9월 20일 부대지휘우수부대, 1980년 10월 21일 훈련최우수부대, 1980년 11월 20일 대대ATT 최우수대대로 표창을 받았다. 드디어 1980년 12월 28일에는 제1군단 선봉대대로 발탁되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다.
대대 창설 1년 만에 군단 최고 부대로 육성한 공적을 인정받아 위문과 사기앙양 대책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대장은 장병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겨울에는 빙상대회, 여름에는 체육대회 등을 개최했다. 장병들의 체력단련과 사기양양에 노력한 결과 사단 및 군단 각종대회에서 1등을 함으로써 대대장병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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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단 빙상경기대회에서 수색대대가 우승(가운데 가죽잠바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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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장 근무기간 아들 차정석은 돌을 맞이한 어린아이였다. 휴일이면 병사들이 정석이를 생활관과 식당으로 데리고 다니며 군대밥을 먹이면서 함께 놀아주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난 정석이는 군인생활이 몸에 배어 군대관련 책을 읽으면서 군인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주일만 되면 신문구 사단군목이 전화를 했다. “대대장님! 오늘 교회에 꼭 나와야 합니다.” 대대장취임 환영예배를 해주면서 성경책을 보내준 이후 주일마다 전화를 하고 심방을 하면서 교회에 나오라고 끈질기게 독촉했다. 우리 집안과 처가는 오랫동안 불교를 믿어온 가문이었다. 나는 고등학교시절에 선교사로부터 영어를 배우기 위하여, 또 육사생도 때는 간식을 얻어먹기 위하여 교회에 나가본 일은 있었지만 신앙심이 없었다. 이러한 우리 부부를 사단군목은 타깃으로 삼은 것이었다. 새로 창설되는 부대였기 때문에 지휘관에 대한 선교가 황금어장을 얻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주일마다 들려오는 신문구 목사의 전화벨소리 때문에 아내와 나는 함께 교회에 나갔다. “나중에 된 자가 먼저 된다”라는 성경말씀대로 중령 때 시작한 늦은 신앙이 하나님에게로 더욱 가까이 가게 된 것이다.
교회에 다니면서 아내는 대대병사들에게 자상하고 친절한 어머니로 알려져 있었다. 추운 밤이면 커피를 끓여서 보초들에게 돌리고, 큰 훈련이 끝나고 나면 떡과 과일을 준비해서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를 본 심승종 군종병이 함께 따라다니며 보조를 해 주었다. 심승종 군종병은 전역을 한 후 목사가 되어 미국으로 가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3중대에 근무하던 조용덕 소위가 결혼을 한다고 주례를 서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37세의 나이에 생전 처음으로 주례를 서게 되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부하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정성스럽게 준비를 해서 훌륭한 주례를 섰다. 최초의 주례를 섰기 때문에 조용덕 소위와는 오랫동안 가족 간에 교류를 하면서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