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탐방 (64화)
  제8장 예비역 제2의 삶

알래스카를 탐방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7시간을 비행 후 앵커리지(Anchorage)에 도착했다. 옛날에 미국을 가면서 들린 앵커리지 공항은 크고 현대적인 시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시설이 낡고 공항도 한산했다. 냉전이 끝나고 공산권국가의 영공으로 항공기가 통과할 수 있게 되니 앵커리지를 거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항공기 성능이 발달되니 앵커리지에서 연료재보급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항이 한산했던 것이다.

앵커리지에서 미국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코디악(Kodiac)으로 갔다. 코디악은 알래스카 서남부해안에 위치한 백야현상이 일어나는 조그마한 섬이다. 밤 12시인데도 대낮같이 밝아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너무나 낮의 길이가 길어 생활의 리듬이 깨어지는 듯 했다.

코디악에서 바다낚시를 했다. 광어, 우럭, 연어들이 잡혔다. 1미터 크기의 할리밧도 잡혔다. 하루 동안 낚시를 하니 배에 고기가 가득했다. 우리 낚싯배 옆으로 집채만한 고래가 물살을 가르면서 지나가고 있었다. 배가 뒤집힐 정도로 큰 물살이었다. 가까이에서 고래를 만나니 겁이 났다. 하얀 이빨을 드러낸 고래들이 금방 우리를 집어삼킬 듯 했다.

나는 낚시에는 문외한이다. 특히 바다낚시는 생전 처음 해보았다. 낚시 바늘에 달린 플라스틱 미끼는 실물과 똑같은 형태이었다. 바늘이 여러 개 달린 낚시를 바다 밑으로 내리고 바닥에 추가 닿는 느낌을 받을 때까지 릴을 풀었다. 광어는 모랫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기 때문에 추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풀어주어야 한다고 옆에 있는 낚시 전문가가 알려주었다. 내 옆에는 제5공화국시절 실세였던 허문도 장관이 있었다. 친절히 가르쳐 주는 그의 낚시 교습에 나도 반 전문가가 되는 듯 했다.

낚싯줄을 풀어놓고 잠깐 기다리니까 큰 고기가 물렸다는 느낌이 왔다. 낚싯줄이 팽팽하게 당겨졌기 때문에 릴을 감기 시작했다. 릴을 감으면서 고기가 당겨오는 쾌감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환희였다. 낚시꾼들이 낚시에 미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초보자인 나도 잠깐 낚시를 하였는데 70cm 이상 되는 광어와 우럭 등을 수십 마리나 잡을 수 있었다. 배 위에서 잡은 고기를 바로 먹을 수 있게 초장과 칼도 준비해 갔다. 직접 잡은 고기로 배 위에서 회를 떠먹는 기분은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바다낚시로 광어를 잡은 필자와 허문도 전 장관

강 하구에는 연어들이 떼를 지어 올라오고 있었다.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물 1/3, 고기 2/3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았다. 우리가 강 낚시를 하려고 하니 라이센스(License)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이드에게 20$(US)을 주니까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와 함께 라이센스를 나누어 주었다.
 
주의사항의 핵심은 낚시를 할 때 반드시 아가미에 걸린 고기만 잡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연어가 너무 많아 낚시를 강물에 던지면 비늘이나 몸뚱이에 낚시 바늘이 걸려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 고기가 튀기 때문에 낚시 바늘이 옆 사람에게 위험을 줄 수 있어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어는 태어나면 먼 바다로 나가 원해를 돌아다니다가 4년 후에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수많은 하구 중에서 어떤 것이 고향으로 가는 길인지를 예민한 미각과 후각을 이용해 정확히 구별해 찾아온다. 사람도 죽을 때 고향을 찾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연어와 사람은 닮은 데가 있는 것 같다.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알을 낳기 위하여 강 상류로 올라오는데 암놈 뒤를 따라 수놈이 같이 올라온다. 암컷이 알을 물위에 뿌리면 수컷이 뒤를 따르면서 정자를 뿌린다. 이런 행위를 한 후 연어는 모두 그 자리에서 죽는다. 강가에는 죽은 연어들이 산더미같이 쌓이고 있는데 산에 있던 곰이 내려와서 이 연어들을 먹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연어낚시보다 웅담에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알래스카는 연어와 곰 천국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알래스카는 땅이 넓고 인구밀도가 적기 때문에 도로망이 발달되지 않아 소형비행기가 주 교통수단으로 되어 있다. 마을마다 소형비행장이 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지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마을과 마을의 교통을 해결해 주는 에어택시(Air Taxi)가 잘 발달되어 있다. 경비행기를 타고 베링해협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에스키모들을 볼 수 있었다. 어릴 때 교과서에서만 에스키모를 배웠는데 실제로 그들의 동네에 가서 같이 생활해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베링해협에서 빙하를 많이 볼 수 있다. 산더미 같은 빙하가 천둥소리를 치며 바다로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바다 위에는 얼음 사이로 수달이 수없이 떼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대자연이 잘 보존되어있는 곳이 알래스카라는 것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앵커리지에서 자동차를 타고 비행장으로 가는데 교통사고현장을 목격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차를 세워놓고 증인이 되어주기 위하여 명함을 건네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의 일도 내일같이 생각해주는 장면이었다. 이기주의적인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북미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 알래스카에 있는 맥킨리(Mckinly) 산이다. 만년설이 쌓인 해발 6,191미터 높이의 맥킨리 산은 많은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우리나라 고상돈씨도 이곳 맥킨리에서 추락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등정에는 성공했으나 하산 도중 자일사고로 추락해서 사망했다. 경비행기를 타고 고상돈 씨가 돌아간 장소에서 묵념을 잠깐 올리면서 웅장한 만년설을 둘러보았다.

귀국을 할 때 그동안 낚시해서 잡은 광어, 연어, 우럭 등을 냉동박스에 담아서 가져왔다. 양이 많아서 아파트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산 1미터짜리 광어를 본 주위사람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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