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산, 삼청산 등반기 (70화)

황룡탐방

구채구를 뒤로하고 남으로 150km 떨어진 황룡으로 갔다. “이승의 선경”이라 불리는 황룡은 민산산맥의 주봉 설보산(5,588m) 자락에 있다. 산에 오를수록 산소가 부족하여 숨이 차오르지만 등산로를 따라 펼쳐져 있는 에메랄드색 물길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산지대에서의 체력소모는 일반산행의 2~3배에 달한다. 산 아래에서 가이드가 산소통을 하나씩 나누어주어 숨이 찰 때에는 산소를 마시면서 등산을 했다. 그래도 호흡이 곤란한 사람들은 등산로 중간 중간에 설치된 움막에서 제공되는 산소를 마시고 있었다. 힘들게 등산을 한 후 황룡정상에서 V자형 계곡에 계단식 밭처럼 된 오색채지를 바라보는 순간 피로를 순식간에 다 잊어버렸다.

가지고 갔던 라면과 사탕봉지가 부풀어 올라 있는 모습을 보면서 높은 고지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몸이 좋지 못한 사람은 끝까지 오르지 못하고 중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건강한 사람도 저녁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우황청심환과 정로환 등을 찾았다.

황룡에서 버스를 타고 도강언으로 향했다. 민강을 따라 놓여있는 2차선 도로는 관광객을 실은 차들로 분비고 있었다. 원래 중국인들은 자본주의 근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중국인은 비가 오면 우산을 2개 들고 나간다고 한다. 하나는 자기가 쓰고 또 하나는 우산이 필요한 사람에게 비싸게 팔기 위함이라고 한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체제이면서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방식을 따르게 되니 노사분규도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이기주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박정희 대통령시대의 개발독재 이상의 발전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로 돌아오기 위하여 국제공항이 위치한 청두로 갔다. 이 도시는 중국 서남부지역의 과학, 기술, 상업, 경제, 교통의 중심지로서 인구가 980만이다. 청두는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 수도이었기 때문에 유비와 제갈공명의 묘소 무후사를 볼 수 있었다. 무후사에 있는 삼국지에 관한 유적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유비와 제갈공명 묘소는 나무가 무성히 자라 묘지라기 보다는 큰 산과 같이 보였다. 유비, 관우, 장비를 모시는 사당과 도원결의의 상징물들을 보면서 삼국지를 다시 읽어보는 느낌이었다.

중국 어디를 가나 한국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었고, 길에있는 교통표지판도 한글로 되어 있는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일본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 한국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있었다. 중국은 빈부의 차이가 많이 생겨 잘사는 사람은 한국사람들보다 더 고급스럽게 살고 있었다. 우마차 옆에 벤츠가 줄을 서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최고급 양담배가 길거리에서 팔리고 있었다.

중국은 갈 때마다 새로운 발전모습을 보여주었다. 등소평의 개방정책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에 대응하는 세계강국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되었다. 한반도의 44배나 되는 광활한 영토에 13억 인구가 기지개를 펴는 그날이 바로 세계를 제패하는 날이 되리라고 생각되었다.

무이산, 삼청산 등반

중국 동남쪽에 위치한 무이산(武夷山), 삼청산(三淸山)을 등반했다. 중국 복건성에 위치한 무이산은 태산의 웅장함과 황산의 기이함을 모두 담고 있었다. “태산에서 공자가 나왔고, 무이산에는 주자가 있으니 중국의 옛 문화는 태산과 무이산이로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무이산 골짜기를 통과하고 있는 구곡계(九曲溪)는 에나멜색깔의 맑은 물이 굽이굽이 아홉 번 굽이치고 있었다.

우리가 선착장에 도착하니 뗏목 300척이 대기하고 있으면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공은 600명, 이들 중 처녀뱃사공이 80명이었다. 가냘픈 처녀뱃사공의 노젓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우리 뒤를 따르던 처녀뱃사공 땟목이 우리를 앞지르기도 했다. 9.5Km의 계곡을 대나무 뗏목을 타고 돌아보는 경치는 천하의 절경이었다. 기암절벽과 어울러져 우리는 마치 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몽환적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 구곡계 뗏목

뗏목에서 내린 후 베낭을 메고 무이산에 올랐다. 70도 경사의 바위 길을 한 줄로 줄지어 올라가는 행렬은 마치 “인간띠”를 방불케 했다. 무이산 정상 천유봉(天遊峰)에 오르니 장개석 부인 송미령 여사의 무도장(舞蹈場)이 있었다. 무도장에는 장개석과 함께 춤추던 홀과 당시의 호화로웠던 생활을 보여주는 조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송미령 여사의 무도장을 보면서 장개석이 모택동에게 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다. 중국 국공내전 시 장개석 군대에 비하여 세력이 훨씬 약했던 모택동 군대는 중국국민들의 마음을 얻으면서 유격전을 펼쳤다. 유격대가 고기라면 국민은 물이다. 물이 없는 곳에 고기가 살 수 없듯이 모택동 유격대는 중국 국민을 하늘같이 모셨던 것이다. 반면에 장개석은 송미령 여사를 가마에 태우고 천유봉에 오르던 그날의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중국 국민들은 누구를 지지했을까? 하고 상염에 잠겨보기도 했다. 결국 부정부패가 심했던 장개석군대는 청렴결백한 모택동군대의 농촌에서 도시로의 포위전략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지금도 그때의 가마풍습이 남아있어 살찐 부유층 계급을 태운 바싹 마른 가마꾼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산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평등을 주장하는 사회주의국가의 빈부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중국 근대사를 무이산에 올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니 감개가 무량했다.

무이산을 뒤로하고 강서성에 위치하고 있는 삼청산(1,819m)으로 향했다. 황산과 장가계 풍경구를 합친 듯한 웅장함과 화려함을 겸비한 산 중의 산이 삼청산이다. 수많은 봉우리들이 앞 다투듯 우뚝 서있고 골짜기에는 샘물과 폭포가 가득하며, 무성한 고목, 진귀한 조류, 구름바다와 안개파도로 인해 일년 내내 신선이 노니는 곳이라 하여 “천하제일 신선산”이란 미명을 가지고 있다.

대협곡을 가로지르고 있는 고공 잔도(棧道)를 여유롭게 걸으면서 무릉도원이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중국은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잔도, 계단, 케이블카 등이 잘 되어있었다. 우리와는 달리 산행을 공원산책으로 생각했다. 구두, 하이힐을 신고 심지어는 슬리퍼로 산에 오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이 등산화에 베낭까지 메고 가니 도끼로 모기를 잡는 꼴이었다.

중국은 갈 때마다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개발독재시대를 닮아 거침없이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머지않아 G2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중국의 빠른 발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거대한 중국시장을 우리가 잘 활용한다면 위기는 호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가는 곳마다 한글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일본어나 영어는 없어도 한글은 쉽게 볼 수 있었다. 한국이 그 만큼 다른 나라보다 먼저 중국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희망적이라고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