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강의와 대학보직업무에 쫓기다 보니 개인적으로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기가 쉽지 않았다. 바쁜 학사일정으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골프투어를 했다. 진종현, 곽명세, 조일규, 강수명, 이민희, 강인규, 김자경 교수 등 모두 8명이 필리핀 세부(Cebu)로 골프투어를 떠났다.
세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골프투어를 통해 세부가 마닐라 다음으로 큰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리핀은 7,000여 개의 섬으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섬들은 크게 북으로 루존(Luzon)도, 중앙에 비사얀(Visayan)제도, 남쪽에 민다나오(Mindanao)섬으로 분류되고 있다.
비사얀제도에 속하는 세부(Cebu)는 1521년 4월 27일 탐험가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하고 순직한 곳으로 유명하다. 마젤란이 세부에 상륙을 할 때 이곳의 부족추장이었던 라프라프에 의하여 사살되었다. 지금도 이곳 현장에는 마젤란기념비와 필리핀의 영웅으로 추앙 받고 있는 라프라프의 동상이 함께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 리조트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새마을 도로와 같은 2차선 길을 장시간 달려가는데 밤중이라 사람은 없고 들개들이 길가에서 뛰어다니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골프장이 있는 리조트에는 야자수 나무가 우거진 초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무지개가 떠 있는 하늘은 한 폭의 그림같았다.
골프장 소유주는 필리핀 현지인이지만 한국사람이 골프장을 임대해서 운영하기 때문에 한국사람 입맛에 맞는 음식이 나오고 모든 진행을 한국식으로 하는 골프장이었다. 필리핀 케디들은 한국말을 배워서 “퐁당”, “일파만파” 등 한국말을 자랑스럽게 하고 있었다. 영어가 통하기 때문에 케디들과의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는 것이 필리핀 골프 투어의 특징인 듯 했다.
필리핀의 국민소득은 우리의 1/10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골프장 지역 주민들은 케디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성수기에는 집안에 있는 할머니, 어머니, 며느리, 딸, 손녀 모두가 골프장에 나와 케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필리핀 사람들은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디보트를 한다든가 스코어카드를 적는 것도 요령을 피우지 않고 원칙대로 했다.
연습스윙을 할 때에는 캐디가 옆에서 반짝 반짝 빛나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쏜살같이 달려와서 디보트를 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골프를 시작해서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릴 때까지 하루 36홀을 매일 돌았다. 성수기인데도 부킹없이 조금만 기다리면 바로 티샷을 할 수 있었다.
은퇴를 한 후 생활비와 인건비가 싼 필리핀 등에 와서 가정부와 운전수 등을 데리고 여생을 보내는 한국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났다. 필리핀에는 영어가 되기 때문에 언어소통에 지장이 없고, 치안상태가 비교적 잘 되어있으며, 아열대 기후이기 때문에 한국사람들이 노후생활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