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를 탐방했다. 가는 길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서 갔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아라비아반도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두바이, 아부다비, 샤자, 아즈만, 움알콰인, 라스알카이마, 후자이라 등 7개 왕국으로 구성된 연합국가이다. 이 중에서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가장 큰 자치국이다. 각 자치정부는 각자가 하나의 국가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앙정부는 극히 제한적인 권한만을 가지고 있다.
두바이는 중동지역의 금융, 교통, 관광의 중심지이며 세계적인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있었다. 오래 전 조그마한 어촌이었던 두바이는 1966년 석유가 발견되면서 갑자기 번화한 지역이 되었다. 석유로서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두바이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아도 국가에서 먹여 살려준다.
두바이 인구 중에서 20%는 자국민이고 80%가 외국인이다. 외국사람을 자국민으로 받아들이면 그만큼 국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민을 잘 받아주지 않는 나라이다. 두바이 사람과 결혼을 해도 배우자는 두바이 국적을 받지 못한다. 아이를 낳으면 자식에게만 국적을 주고 있다.
두바이는 우리나라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삼성이 건설한 세계 최대의 고층건물(160층)인 "부르즈 할리파", 쌍용이 세운 “에미리트 타워”, 성원건설이 만든 “상떼빌 두바이” 등이 있다. 비가 1년에 5회 정도 밖에 내리지 않는 사막지역(강우량 100mm)이지만 우리나라 두산과 현대중공업이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어 파이프로 시내에 물을 대고 있기 때문에 두바이는 울창한 나무숲을 이루고 있었다.
두바이를 둘러본 후 폴란드 아우슈비츠(Auschwitz)로 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시 독일 히틀러는 전격전 전술로 폴란드를 2주 만에 점령했다. 폴란드군 막사가 있었던 자리에 아우슈비츠 유태인 수용소를 만들었다. 유태인은 돈만 벌어서 개인적인 부를 축적할 뿐 독일제국을 건설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히틀러는 생각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와 같은 존재이다”라고 하면서 100만 명 이상의 유태인을 독 가스실에 넣어 집단으로 학살한 장소가 바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이다.
처음에는 총살로 유태인을 죽였다. 그러나 처형하는데 탄알이 아깝다고 하여 대량으로 살상시킬 수 있는 독가스를 사용했다. 한번에 2천 명씩 들어갈 수 있는 독 가스실 4개를 만들었다. 15분이면 8천명을 질식사시키고 30분 후면 시체를 전부 소각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목욕을 시켜준다고 속이고 옷을 전부 벗게 한 다음 독 가스실에 넣어 천정에서 독가스를 주입시켰던 것이다. 이들이 벗어놓은 옷, 신발, 안경 등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머리카락을 짤라 군용 모포와 카페트를 만들었다. 막사주위에는 고압전기 철조망으로 둘러싸여있어 도망할 수 없게 해놓은 시설들을 보았다.
전쟁이 끝나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을 했던 “루돌프 헤스”는 도망을 하다가 연합군에게 붙잡혀 바로 이 수용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는데 바로 그 교수형틀을 지나 밖으로 나오면서 인간이 이렇게 할 수 있게 내버려두었던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폴란드에서 아우슈비츠와 함께 유명한 관광지 소금광산을 둘러보았다. 한 때 바다이었다가 지반이 융기되어 소금광산이 되었던 것이다. 600년간 소금을 캐어 유럽 각국으로 수출했던 곳이다. 지하 100m에서 소금을 캐고 남은 빈 공간에 20개의 예배당을 만들었는데 최후의 만찬, 성바오로 2세, 괴테 등 소금으로 만든 수많은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가 군사정전위 수석대표를 할 당시 중립국감시위원으로 폴란드 현역 소장이 판문점에 왔었다. 자기 딸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왔었다. 같이 호텔에 투숙했다. 결혼도 아니한 사람이 어떻게 한 방을 쓰느냐고 물었더니 그것이 폴란드 풍습이라고 했다. 이번에 동유럽을 방문해보니 90%이상이 혼전에 동거를 한 후 서로 맞으면 부모의 승낙을 받고 결혼을 한다고 했다. 북유럽도 마찬가지 풍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성문화가 우리보다 더 발달한 나라들이구나 하고 생각되었다.
폴란드에서 슬로바키아로 넘어갔다. 국경을 넘는데 다른 나라로 들어가는 느낌이 없었다. 버스안 스피커에서 “방금 슬로바키아로 들어왔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국경을 통과한 것을 알았다. 유럽연합(EU)은 쉔겐조약(Schengen Agreement)에 따라 1985년부터 국경을 폐쇄하고 EU각국은 자유롭게 국경을 통과하도록 하고 있다. 관세도 없기 때문에 각국은 경쟁력이 있는 생산품에만 전염하고 있다. 남부유럽 지중해지역에서 생산된 싱싱한 과일과 채소가 그날로 유럽전역으로 수송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슬로바키아는 1993년에 체코로부터 독립을 했다. 공산주의시대에는 체코슬로바키아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말과 글도 다른 나라이다. 동구권이 민주화 되면서 자연스럽게 둘로 나누어졌다.
슬로바키아는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하다. 우리가 묵은 호텔창문을 여니 알프스 산맥의 한 줄기인 2,655m의 타트라 국립공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면서 맑은 공기와 시냇물, 때묻지 않은 자연의 보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슬로바키아에서 국도를 따라 헝가리로 향했다. 헝가리는 우리나라와 풍습과 문화가 유사한 점이 많았다. 헝가리인들은 우리와 같이 몽골반점이 있고, 마늘, 고추 등을 먹는다. AD896년 동양부족들이 서쪽으로 이주하여 만든 나라가 헝가리이기 때문이다.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갔다.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는 음악도시이다. 세계 3대 고전음악가(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중에 모차르트와 하이든이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비엔나에는 어디를 가나 모차르트 일색이었다. 몽골에 가면 칭기스칸을 팔아먹듯이 비엔나에는 모차르트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거리, 건물, 지명 심지어는 모차르트 초코렛까지 있었다. 모차르트 생가가 있고,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역인 잘츠부르그에도 온통 음악분위기로 가득했다.
음악의 본고장인 비엔나에서 콘서트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행 중 희망자를 파악하니 20명이 신청을 했다. 1인당 80유로(약 10만원)를 주고 콘서트를 보았다. 마이크도 없이 생음악으로 웅장한 관현악과 성악을 들으면서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가 없는 나까지 감동에 빠졌다.
동유럽의 사회시스템은 아직 미비한 점이 많았다. 헝가리에서 체코로 들어가는데 도로가 꽉 막혔었다. 1Km전방에 교통사고가 난 것이었다. 경찰과 견인차가 즉시 처리를 하지 않아 1시간 이상 자동차가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1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운전수의 현명한 판단으로 도로를 역 주행해서 소로 길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하루 종일 길에서 시간을 보낼 뿐 했다. 와이파이도 잘 되지 않았다. 특정지역에만 와이파이가 되는데 호텔에서도 방안에서 와이파이를 하려면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우리나라의 IT체제가 잘 발달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