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학교 수업에 여유가 생긴 나는 한국의 발전상을 미국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캔자스시티에 있는 로터리클럽 등에 가서 한국과 관련된 강연을 하였다. 미군 및 동맹국 장교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한국어 강좌를 비롯하여 한국학 강의를 개설하여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같은 반에 있었던 이스라엘 기갑대령 에마누엘 사갈(Emanuel Sakal)로부터 “항재전장”의 군인정신을 인상 깊게 받았다. 그들은 근무복, 예복, 정복 등의 개념이 없고 오직 전투복 하나뿐이었다. 수업시간에도 전투복, 파티에 나갈 때도 전투복, 휴일에도 전투복이었다. 모든 사고와 행동은 오직 전투와 직결되는 행동이었다. 그는 수업시간에 중동전에서 경험한 전술을 전체학생들 앞에서 소개했는데 실전적인 계획 작성과 시행에 우리 모두는 큰 박수를 보냈다.
나와 특히 친했던 외국장교로는 구로야나끼(Kuroyanagi Teruhisa) 일본 중령이었다. 가족과 함께 온 그는 외롭게 BOQ생활을 하는 나를 그의 집에 자주 초대했다. 캔사스와 미조리시티에 나갈 때도 차를 함께 타고 동북아 정세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친분을 두텁게 쌓았다. 졸업 후에도 일본과 한국을 상호 방문하면서 우리들은 깊은 우정을 지속했다. 일본은 국가차원보다 개인적이고 인간적으로 더욱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이 되었다.
미국은 할로인 행사로 시작하여 연말 축제분위기에 들어가고 있다. 할로인은 빈 호박 속에 촛불을 넣어서 집 앞에 놓아두면 하얀 귀신복장을 한 사람들이 캔디를 들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어린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풍습이다.
할로인 축제가 끝나면 곧 추수감사절이 연결된다. 11월 넷째주 목요일부터 추수감사절 연휴가 계속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휴가분위기에 들떠 있다. 추수감사절에 이어 크리스마스, 새해 등 일련의 축제분위기 속에서 미국사람들은 생활의 활기를 찾고 있다. 연휴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은 친지를 만나고 여행을 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만나 정담을 나눈다. 이러한 연휴기간 동안 나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Washington DC, Miami, Denver, Las Vegas 등 미 국내는 물론이고, Mexico, Canada 등지를 여행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1977년 11월 4일부터 11월 13일까지 노동준 소령, 인도네시아에서 온 샤리프 중령과 함께 Mexico를 여행했다. Mexico 사람들은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물가도 싸고 역사적인 고적지도 둘러볼 수 있어 Mexico 여행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특히 Mexico 무관 허중일 대령의 안내를 받아 Mexico를 자세하게 두루 관광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에는 St. Louis, Atlanta, Florida Orlando 지역을 여행했다. 한겨울인데도 Miami비치에서 수영을 할 수 있었다. 미국은 여름에는 Alaska지역에서 눈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Miami에서 바다수영을 할 수 있는 큰 나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Orlando에서 디즈니월드를 보고, John F. Kennedy 우주센터를 방문하여 미국의 거대한 우주개발 장면을 눈으로 체험했다. New Orleans, Houston, Dallas, Oklahoma를 거쳐 남부지역을 두루 여행하면서 미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1978년 5월에는 Washington DC와 뉴욕을 거쳐 캐나다까지 돌아보았다. Washington DC에서 스미소니안, 백악관, 미의회 등을 시찰하고 미국 무관으로 있는 박노영장군의 초대를 받아 한미관계에 대한 현안에 대해서 브리핑을 받았다. 이어서 북부로 이동하여 거대한 나이아가라 폭포의 장관을 보고 Chicago, Pittsburgh까지 둘러보면서 미국문화를 피부로 이해하는 기회를 가졌다.
교육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마지막 남은 미국서부지역을 둘러보았다. 콜로라도 스프링필드에서 미국 공군사관학교를 방문했다. 학교 소개를 받은 후 주위에 있는 인디언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서부개척시대의 Frontier정신을 체험할 수 있었다. Las Vegas를 거쳐 Los Angeles에 도착한 후 허리우드와 유니버셜 스트디오(Universal Studio)를 방문했다. 어릴 때 좋아했던 서부영화 제작 장면을 보면서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여행을 할 때는 미군기지 내에 있는 Guest House를 이용할 수 있어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미국 전역을 둘러보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귀국보고를 육군참모총장이 참석하는 전체 장군참모회의에서 내가 했다. 미 육군의 신교리를 우리 한국 환경에 맞게 적용한 전술계획을 설명하니 육군본부 전 장군들이 박수를 보냈다. 회의가 끝나고 참모총장이 자기방으로 나를 불렀다. 내가 보고한 내용을 전 한국군부대에 순회를 하면서 직접 교육을 시키라는 것이었다.
교육용 슬라이드로 보강하여 군단급 부대를 다니면서 1개월간 육군 전장병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니 엄청난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의 전쟁양상은 고정된 전선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기동성 있는 예비전력을 최대로 활용하여 신속하게 위험지역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개념을 강조했다. 새로운 개념의 전술을 전군에 소개함으로써 나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내가 발표한 새로운 교리는 즉각 예하부대의 작전계획 5027작성에 반영되어 한국군의 방어력 증강에 큰 공헌을 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