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이란 부하들과 직접 몸으로 접하는 지휘관으로서 부하들의 정과 사랑을 가장 많이 느끼게 되는 보직이다. 소대장도 몸으로 직접 부하들을 접하게 되지만 소대장은 지휘자(Leader)이지 지휘관(Commander)은 아니다. 대대장도 지휘관이라고 하지만 참모들의 조언과 중대장이라는 하급 지휘관을 통해서 부대를 지휘 통제하기 때문에 중대장과 같이 부하들과 직접 호흡을 함께하는 기회는 적은 것이다.
중대장은 작전권과 행정권을 가진 단위부대 지휘관으로서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병사들을 움직이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모든 권한과 책임을 중대장이 가지고 있다. 나는 180명 중대원 모두의 이름을 다 외우고 있었다. 걸어가는 뒷모습만 보아도 누구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병사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었다. 길을 가다가 뒤에서 병사의 이름을 불러주면 그 병사는 자기를 알아주는 중대장에게 깜짝 놀라면서 스스로 우러나는 존경심을 보내주었다. 평소 개인별 신상파악이 철저히 되어 있기 때문에 병사들의 집안사정에 대하여 안부까지 물어보면 더욱 충성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병사들을 무조건 친절하게만 다루어도 아니 되었다. 규정을 위반한 사람에 대하여는 확실하게 책임을 묻고 그에 상응한 벌을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하게 주었다. 처벌을 한 후에 진정으로 반성의 기미가 보이면 개인적으로 불러 따뜻하게 격려를 해주는 사후 처리도 잊지 않았다. 뒤풀이를 해 주었던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반성을 하면서 중대장에게 존경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법규를 잘 따르고 선행을 한 사람에게 응분의 상을 내림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상을 줄 때에는 중대원들을 모두 연병장에 모아 놓고 거대한 행사와 함께 포상을 했다. 모범적인 병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포상을 받는 당사자도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 앞에서 표창을 하는 것이 그 효과가 배가되었다.
처벌을 할 때에는 개인적으로 조용히 했다. 처벌은 부하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용히 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감정을 고조시키면 자기가 잘못한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발을 일으켜 더 큰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상은 공개적으로 하고, 벌은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를 더 많이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중대 병사들은 전국에서 모여든 가지각색의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그들은 성격과 취미, 생각과 행동이 모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혼합된 성격의 무리를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나의 융화된 집단으로 응집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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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색중대 간부들(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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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부대에서는 탈영을 하는 병사들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자살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안전손실이 없이 부대를 관리하고 전투에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집단으로 육성시키는 중대장의 역할이야 말로 참으로 막중한 것이다. 중대장은 하나의 관리자로서 또 지도자로서의 지혜와 의지 그리고 강력한 실천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러한 지혜와 실천을 위해서는 평소부터 꾸준한 수양과 전술전기연마 그리고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부대를 지휘하는 데는 사랑과 애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심을 버리고 오직 부대를 위해서 그리고 병사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다는 각오가 필요한 것이다. 중대장 재임기간 우리 부대에서는 한 사람의 자살자나 무장 탈영병이 없었다는 것은 이러한 나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긍지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공적인 부대관리와 실전과 같은 훈련을 통한 사기 앙양으로 우리 수색중대는 사단 선봉중대로 발탁이 되었다. 모든 중대원들은 내일 아침 당장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이러한 자신감은 사단에서 전투력측정이나 각종 시합이 있었을 때 나타났다. 전술전기 경쟁이나 스포츠 경쟁에서 항상 표창을 받고 우승을 했다.
2년간의 중대장 임기가 끝나고 이임을 할 때에는 모든 부대원이 이별의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중대장이임식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나는 이임사를 하는 중에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중대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울음바다가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중대장 시절만이 느낄 수 있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