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1군단 작전장교로 보직을 받은 나는 작전계획 5027에 대한 서부전선방어계획을 작성하는 주무장교가 되었다. 이때 있었던 것이 8․18 도끼만행사건이었다. 1976년 8월 18일 오전 10시 3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15명의 경비병과 노무자들이 남측초소의 시야를 가리는 미루나무가지를 자르고 있었다. 북한군 장교 박철이 부하들을 데리고 오더니 가지치기를 중단하라고 했다. 미군장교 아서 보니파스 대위는 이를 묵살하고 작업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웨스트포인트 미 육사 출신으로 1년 기한의 한국근무를 3일 남겨두고 있었다.
박철이 북한병력을 불렀다. 30여 명의 북한군이 트럭을 타고 왔다. 손에는 쇠몽둥이와 도끼를 들고 있었다. 이들은 가지치기를 하던 노무자들을 에워쌌다. 박철은 다시 작업 중단을 요구했다. 보니파스 대위가 이를 무시하고 등을 돌리는 순간 박철은 손목시계를 풀어 손수건으로 싸서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죽여!” 라고 고함치면서 보니파스 대위의 목을 손으로 쳐 쓰러뜨렸다.
동시에 북한군 병사들은 유엔군 경비병과 노무자들을 덮쳤다. 보니파스 대위는 몽둥이와 도끼에 맞아 현장에서 즉사했다. 옆에 있던 미군장교 마크 바렛 중위도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에 도끼에 맞아 죽었다. 한국군 장교 1명과 병사 4명, 미군병사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유엔군 기동타격대가 도착했을 때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후였다.
이 뉴스가 워싱턴으로 전해졌을 때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캔자스시티에서 대통령 후보를 뽑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으로부터 공산당에 대해 너무 무르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워싱턴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렸다. 긴급 안전보장회의에서는 먼저 한국으로 추가적인 병력을 집결시키기로 했다. 오키나와 기지로부터 팬텀 편대를 한국으로 이동시키고, 아이다호주에 있던 F‐111 전폭기를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괌에 있는 B‐52 전략폭격기를 휴전선 상공까지 보내는 한편 일본에 있던 미드웨이 항공모함 전대를 동해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저지른 무모한 짓의 심각성에 놀라 먼저 전투준비태세에 들어갔다. 평양에선 등화관제가 실시되고 요인들은 지하 방공호로 들어갔다. 전 전선에서 북한군은 임전태세를 갖추었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은 경계태세를 데프콘3(Defcon III)으로 높이고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1976년 8월 20일, 스틸웰 유엔군사령관이 청와대로 와서 11:00시부터 45분간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복계획을 보고했다. “아군이 공동경비구역으로 들어가서 문제의 미루나무를 잘라 버린다. 만약 이때 북한군이 대응공격을 한다면 우리도 즉각 무력으로 대응하여 휴전선을 넘어 개성을 탈환하고 연백평야 깊숙이 진격하여 수도 서울에 대한 서부전선의 근접성을 해결한다.”고 보고했다.
이와 같은 보고를 받은 박정희 대통령은 “군사작전은 미루나무 절단에 한정하고 북한이 확전할 때만 우리도 확전해야 한다. 그리고 공동경비구역이 미군 관할이라고 해서 우리가 가만있을 수 없다. 미군 지휘관을 제외하고 절단작업, 경호, 근접지원 등 제1선 임무는 한국군이 맡고 미군은 제2선을 맡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와 같은 전략지침에 따라 한미1군단 작전기획업무를 맡은 나는 구체적인 작전계획작성에 들어갔다. 한국군 제1공수여단을 투입해서 미루나무를 절단한다는 세부계획을 수립했다. 작전이 시행되는 동안 제1사단을 전진배치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했다. 공군전투기와 폭격기는 공중에 대기하도록 했다. 미7함대도 서해상에서 사격태세를 갖추도록 했다.
1976년 8월 21일 04:00시경 미2사단 내 체육관에 한국 공수부대원으로 구성된 특공대원 64명이 출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공병력은 제1공수여단에서 선발된 최정예 병사들이었다. 이들에게 무기를 숨겨 가라고 지시했다. 방탄조끼를 입고 계급장이 없는 철모를 쓴 특공대원들은 몽둥이(곡괭이 자루)만을 든 채 트럭 3대에 나누어 탔다. 호신용으로 방탄조끼 안에는 권총과 수류탄이 숨겨져 있었다. 무장을 하는 것은 공동경비구역 내의 규정에 위반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특공대 병력이 공동경비구역으로 가는 전진 기지인 키티호크 캠프(후에 8․18 도끼만행 사건으로 사망한 미군 대위의 이름을 따 보니파스 캠프로 바뀜)에 도착했다. 이날 07:00시 호송 차량 23대가 북한 측에 사전 통보 없이 공동경비구역으로 진입했다. 공병대원 16명은 전기톱과 도끼로 미루나무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공동경비구역 안에 북한이 멋대로 설치한 두 개의 바리케이드도 철거했다.
한국 특공대가 이 작업을 엄호했다. 하늘에는 20대의 UH1H헬기와 7대의 코브라 공격용 헬기가 굉음을 내면서 선회 중이었다. 상공에서는 폭탄을 가득 실은 B‐52전폭기 편대가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며 선회하고 있었다. 오산에서는 중무장한 F‐111편대가 대기 중이었다. 해상엔 미드웨이 항공모함 전대가, 휴전선에서는 모든 병사들이 방아쇠를 만지고 있었다.
이러한 작전을 총괄하기 위한 지휘본부가 내가 위치한 한미1군단 지하벙커 작전상황실에 설치되었다. 나는 이러한 시나리오에 따라 모든 전투요소들을 관장하면서 미루나무가 성공적으로 절단되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07:22분 미루나무를 한창 전기톱으로 자르고 있는데 북한군 장병 200여 명이 돌아오지 않은 다리 방향으로 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리를 넘어오지 않고 사진만 찍으면서 07:42분 미루나무가 다 잘려 넘어질 때까지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때 북한 측 정전위원회 수석대표 한주경 소장이 김일성의 친서를 전달하고자 유엔 측 수석대표에게 비밀회담을 요청했다. 김일성이 유엔군사령부에 편지를 쓴 것은 처음이었다. 그 내용은 유감표명이었다. 유엔군 측은 이를 사과로 받아들였다.
8․18도끼만행사건에 대한 마무리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완벽한 한미연합작전 덕분이었다. 특히 한미1군단이 작성한 한미작전요소의 효율적인 통합은 어떠한 도발에도 성공적인 작전을 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 작전이 끝난 뒤 한미공동작전을 위한 지휘체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때부터 한미연합사령부 설치를 위한 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1978년 11월 7일에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용산에 창설되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