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학교 초등군사반 (24화)
  제4장 조국의 간성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된 생도들은 자기에게 부여된 병과학교로 향했다. 병과는 최초 5개 전투병과로 분류되었다. 각 병과학교에서 해당 특기에 맞는 초등군사반(OBC:Officer’s Basic Course) 교육을 받기 위해 광주, 대전, 김해 등지로 가게 되었는데 보병인 나는 광주에 있는 보병학교로 갔다.

광주 상무대에 위치한 보병학교는 포병 및 기갑학교와 함께 위치하면서 전투병과의 요람지로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미혼자들인 초급장교들이 교육을 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광주 처녀들과 교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교가족 중에는 광주사람들이 많은 것도 광주에 초급장교 병과학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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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병 초등군사반 과정에서 잊을 수 없는 것이 구례, 곡성 지역에 있는 동북 유격장에서 실시되는 유격훈련이었다. 지옥과 같은 유격훈련은 도피 및 탈출, 생존학 등이 포함되었는데 며칠간 굶긴 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찾아가야 하는 강인한 훈련이었다. 목표까지 가는데 쉬운 길에는 적들이 매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험난한 산악지역을 따라서 뱀과 개구리를 잡아먹으면서 생존을 했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고 나서는 야전에서 어떠한 상황에 당면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초등군사반의 마지막 과정은 야외종합훈련이었다. 그동안 배운 각개전투, 분대전투, 소대전투를 종합한 야외훈련인 것이었다. 수일간 개인천막 속에서 생활하는 야외종합훈련을 마치고 차량으로 귀대를 하는데 우리가 탄 차 앞에 가던 트럭이 커브길에서 사고를 냈다. 소위들을 가득 실은 2번째 2.5톤 차량이 길가 보리밭에 180도로 엎어진 것이었다. 자동차 바퀴가 하늘을 향하여 공회전을 하고 있었고 차에 탔던 소위들은 모두가 차량 밑으로 들어간 상태에서 보리밭은 완전히 피바다로 변했다.

가까운 광주 통합병원으로 부상자를 후송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이들은 나중에 의식을 회복했지만 정신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정래혁 전투병과교육사령관이 병원을 방문하여 환자들에게 질문을 했다.

“무엇이 가장 먹고 싶으냐?”
“원숭이 골을 먹고 싶습니다.”
“너의 사령관이 누구인지 아느냐?”
“지가 기면서 왜 물어?”

정래혁 장군은 우리가 사관생도 때 교장을 한 사람인데도 환자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육군전체가 부상자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환자 정신상태 회복에 최선을 다했다. 전군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군의관들이 총집결하여 환자들을 극진히 돌본 결과 모두 정상적인 군복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전방으로 배치를 받았다.

초등군사반 교육을 마치고 전방부대로 입소하기 전까지 며칠간의 휴가가 주어졌다. 이 휴가기간 동안 나는 이종규 소위와 함께 전국 명산대천을 순례했다. 동기생 중에 이종규라는 동명 2인이 있었기 때문에 키의 크기에 따라 큰 이종규, 작은 이종규라고 불렀다. 나와 함께 여행한 사람은 작은 이종규였다.

여행 중 김천 직지사 암자에서 하루 밤을 보낸 것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산기슭 소나무에는 황새들이 하얗게 내려 앉아 온 천지가 흰색으로 변했다. 새벽 골짜기에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는 무릉도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동 이종규 소위네 집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진주로 해서 남해안 일대를 순례했다. 이종규 소위 어머니는 나를 친아들같이 생각하면서 온갖 정성을 다하여 대우해 주었다.

합천 해인사에 와서는 우리 집에서 묵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모든 가족들이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는 휴가가 끝난 후 제11사단으로 가고 나는 제2사단으로 배치가 되었다. 육사출신 소대장들은 모두 최전방 사단으로 배치가 되었던 것이다.

전방 임지로 향한 신임 소위들은 난생 처음으로 실 병력을 지휘하는 소대장으로 보직을 받았다. 각 부대 지휘관들이 육사출신 장교들을 서로 많이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었지만 제한된 숫자이기 때문에 부대별로 골고루 할당되었다. 연대당 3명씩 배당하여 대대에 1명씩 보직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김명세, 김문소 소위와 함께 인제에 위치한 제2사단 제17연대로 배치되었다. 전주고등학교를 나온 김명세 소위는 육사생도생활에서도 타의 모범을 보여준 훌륭한 장교이었다. 장교로 임관한 후에도 동기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던 사려 깊은 동기생이었다. 김문소 소위는 서울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육사생도 때 럭비선수를 한 장교였다. 생도시절에는 함께 지낼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임관 후 가장 친한 동기생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유머감각이 풍부하고 깊이 사귈수록 구수한 맛을 풍기는 친구이었다. 이러한 우리 3명의 소대장들을 제17연대에서는 삼총사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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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랑대의 별 (23화)
  제17연대로 간 3총사_1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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