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는 대표적으로 성공한 대한민국의 기업인 중 한 사람이다. 2004년부터 GS그룹의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11년 2월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또 그 외의 막중한 역할로는 FC서울 구단주로 재임하면서도 유별난 축구 사랑으로도 이름이 자자하다. 현재 GS그룹은 기업규모로 재계 7위(공기업과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의 기업집단이다.
내가 보기에는 허창수를 모범기업인으로 평가하려면 다음 세 가지 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하나는 큰 꿈을 가진 기업가이며, 둘째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 그리고 셋째는 누구보다 자선의 소중함을 의식하고 실천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 세 가지를 자신의 지표로 삼고 모든 활동을 했기 때문에 모범적인 기업인이 되었다고 나름대로 확신하고 있다.
총수의 꿈
어디까지나 LG의 제2인자로 만족했던 부친과는 달리 허창수는 LG전선 회장이나 LG의 부회장으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챈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를 꽤나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그의 성품이 조용하고 과묵한 편이어서 그가 대기업의 총수가 되어보겠다는 불타는 꿈을 가졌다는 것에 의구심을 지녔다는 것은 당연한 처사일 수도 있다. 자신이 원대한 꿈과 열정을 지니고 10년 남짓 LG에서 재벌경영의 수업을 받았고, 50대 중반에 GS의 창설과 이 그룹의 총수가 된 것을 응당 땀 흘린 결과로 인식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탄탄한 동업자 정신을 보였던 허씨와 구씨 양 가문은 2000년대에 들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분리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주회사 체제는 21세기 경영구조를 선택과 집중전략에 따라 주력 핵심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새로운 지배구조에 부합하도록 새 틀의 경영을 갖추기 위해서 복잡하게 연결된 출자 및 지분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대주주들의 합의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구상 아래 대주주 간 계열분리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지주회사 전환의 대미는 구씨ㆍ허씨 가문의 결별과 GS그룹의 공식 출범으로 놀라운 변형을 시도하게 되었다.
GS그룹은 LG그룹의 에너지, 유통, 건설을 분리 독립하여 이루어 진 기업으로 2005년 3월 31일에 허창수를 초대회장으로 하여 출범 했다. 따라서 외유내강형인 허창수는 2005년 3월 1일은 그 자신의 삶에 있어 일생 동안 가장 잊을 수 없는 날일 것이다. 그룹 출범 당시 LG의 제2인자로 머물던 허씨 가문이 GS를 잘 이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재계의 공동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GS가 분리, 독립한다는 것은 그 당시 한국 경제계에서는 위험한 도전으로 공론화된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허창수는 제2인자로 10년간 구본무 회장과 함께 LG그룹을 원만하게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허씨 일가의 대표로서 그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잘 감당하였다. 다시 말해 GS그룹의 사실상 창설자인 허창수가 LG전선 회장에 취임 이후, 2005년에 그룹의 분리 때까지 10년 동안 재계에서 ‘은둔의 경영자’, ‘얼굴 없는 경영자’로 알려졌다. 그 자신은 실체를 드러내고자 하지 않았기에 그의 경영능력이 의심받는 것도 당시의 구조상 무리는 아니었지만, 허씨 가문을 대표해 ‘안정, 성장’이라는 기업 모토로 분리, 독립한 이후 사업기반을 확고하게 다지면서 2배 가까이 기업을 성장시켰기에 이러한 우려는 말끔히 씻겨지게 되었다.
정직과 성실성
허창수가 GS그룹의 회장에 오르고, 전경련 회장에 추대된 것도, 또 그룹이 분리 후에 LG의 구씨 가문과 GS의 허씨 가문이 한 가족처럼 지내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정직과 성실 그리고 근면과 인내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자질과 역량을 지녔다 하더라도 만약 정직, 성실하지 않았다면 이런 자리에 결코 추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그 같은 지위를 누렸다 할지라도 그렇게 오래 그 자리를 유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허씨와 구씨 가문은 친인척 간에 갈등이 없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재물의 풍족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증해준 기업인들이다.
2005년에 GS가 LG에서 정식으로 계열 분리됐다. 기업의 분리 과정에서 흔히 나오는 잡음은 전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57년 동안 같은 그룹에서 활동했던 두 가문이 각자의 길을 간지도 어느덧 십 수 년이 흘렀다. 한국기업사에서 가장 성공한 파트너 관계로 평가받는 두 가문은 기업의 분리 후에도 건강하고 생산적인 창조경영으로 밀월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하고 있다. 형제는커녕 성까지 다른 LG와 GS의 대주주 가문이 반세기가 넘게 우호적 관계를 이어왔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봉사정신
허창수의 부친인 남촌이 중심이 되어 1969년 12월 27일 고 LG초대 구인회 회장의 아호를 딴 연암문화재단을 설립하였다. 이 재단은 고인이 평소 관심을 가졌던 농촌사업을 비롯해 장학육성사업, 연구비지급사업, 기술개발사업, 문화사업, 사회복지사업 등을 펼치며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
허창수는 약 70억 원 규모의 GS건설 개인보유주식을 출연해서 <남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이는 그룹계열사의 자금을 출연하는 일반적인 기업기부 활동과는 달리 오로지 순수한 자선봉사를 위해 사재로 개인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사실상 이 재단은 2007년 4월에 허창수를 비롯해 의료계와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사진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이사회를 열고 재단의 사업목적과 운영방안을 확정했다. 남촌복지재단은 저소득 소외 계층의 자립기반 조성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래, 소외계층의 의료사업,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 장학지원사업 등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지원과 무료병원 의료기 지원사업 도 활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허창수는 매년 주식출연을 늘려 재단을 500억 원 규모로 키워갈 것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남촌복지재단은 GS그룹 허창수 회장이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다시 말해 그의 부친인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아호인 남촌으로 재단을 설립한 만큼 고인의 유지에 따라 소외계층 지원을 재단의 사업목적으로 한 것은 효자로 널리 일컬어진 허창수 주위의 많은 지인들에게는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허 회장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아마도 내가 인간적으로 무척이나 고독하고 외롭고 지쳐있을 때 있었던 일이기에 심정적으로 조금은 더 그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