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좀 해라. 공부해서 남 주나
내가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던 1960년대 초반, 한때나마 “공부 좀 해라. 공부해서 남 주나.”라는 말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코미디언이던 서영춘 씨가 즐겨 사용하던 이 말이, 참으로 우연하게도 약 30년간의 학교공부를 끝냈던 1975년에 새삼 내 머리를 스쳐 갔다.
학생 신분으로 공부했던 것은 23년이고 나머지 7년간은 학교 공부 중간 중간에 군복무도 마치고 몇 가지 직장생활을 하였다. 이 7년간도 말이 직장생활이지 유학준비에 몰두했기 때문에 정식학교 공부를 30년 했다고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그것도 대학 4년간은 반 고학을 했고 대학원 8년 동안은 전부 고학이었기에 나의 학창 생활은 그만큼 힘들었다. 그러나 한 번도 공부를 포기하거나, 공부가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싫증을 낸 적은 없었다.
그 같은 이유는 피가 뜨거운 젊음의 한 때, “아주 큰 사람이 되어 금의환향하겠다.”는 꿈을 이루는 유일한 길은 공부뿐이라는 일관된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로지 나에게는 반드시 꽃피워 야 할 꿈이 있었기에 그렇게 모질고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잘 참아낼 수 있었다.
교수가 된 후에, 대학의 강의실에서 꿈 도 없고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왜 열정을 다해 공부를 해야 하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도 하고 목소리를 높여 일깨워주기도 하였다.
이 세상의 모든 주위환경(심지어 부유한 가정환경, 화목한 가정, 좋은 직장과 사업, 명예, 많은 친구 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운 전공지식이나 좋은 습관 등은 변치도 않고 또 언제나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좋은 시기이든 어려운 시기이든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최대의 재산은 우리의 머릿속에 저장해둔 지식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호소하였다. 학기 초마다 이러한 식으로 강의를 시작해서 학생들의 공부의욕을 자극했는데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지혜의 시대에서 갖추어야 할 것
전문가들은 지식을 기반으로 모든 산업과 경제를 이끌어가던 지식ㆍ정보사회는 서서히 쇠퇴해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보를 공유할 기회가 많은 사람이야말로 정보사회에서 살아남을 지식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지혜시대가 오고 있기에 저마다 소유한 그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사고와 선택을 하느냐가 국가나 기업이나 개인의 승패를 좌우한다.
물론 현대사회에서는 단순히 정보에 접속하는 능력만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사고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지식을 많이 지닌 사람들을 인정하는 시대가 된 탓이다. 그보다 상위의 지식을 창조할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듯이, 기초적인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그보다 전문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다.
아울러 현대인들이 하나같이 중요성을 강조하는 창의력과 사고력은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익히는 기초지식이 바탕이 될 때보다 효율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그 하나의 보기가 대중 독자가 경제신문을 읽으려면 기본적으로 경제용어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다시 언급하면 머릿속에 최소한의 기초지식이 들어있어야 더 상위의 개념을 빨리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기초지식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무작정 창의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요약하면 창의력과 사고 및 응용능력 등은 결국 기초지식의 틀 위에서 비롯되기에 일단 학교공부에 전념하여야 비로소 기회를 얻고 뜻을 이룰 수 있다.
재생의 힘
인간에게는 스스로 시련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로 향하는 힘이 내재되어 있다. 모름지기 우리가 시행착오로 쓰러지고 좌절하더라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역전(부활)의 힘’이 인간의 내면의식에 자리하고 있다. 사람은 종종 실수와 실패를 범하고 또 운명적으로 시련과 고통을 받는 존재이다. 따라서 성공한 이들은 스스로 재생의 힘을 발동시켜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끝내 어려움을 이겨낸다.
하지만 실패자들은 자기 안에 내재된 재생의 힘을 찾지 못하고 외부에서만 해답을 찾으려다 마침내 실패하거나 좌절한다. 간혹 그들은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 합리화로 외부의 탓으로 돌린다. 정작 자기 자신의 잘못은 크게 인식하지 않고 헛된 변명을 늘어놓는 행위는 더없이 어리석을 뿐이다. 그런데 성공의 길로 가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다가 실패하더라도 결코 좌절하거나 현실에 안주하기를 거부한다.
저마다 인내하는 마음으로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분석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할 일이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실수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 잘못을 인정하여야 하고, 다시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기회에 어떻게 자신이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여야 한다.
누구에게나 역전을 위한 재생의 힘은 내재되어 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이 역전의 동력을 움직일 수 있을까? 바로 그것은 새로운 기회를 성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풀뿌리 같은 근성(발명가의 정신), 그리고 도전정신이라는 에너지원이 절대로 필요하다. 목적에 대한 타오르는 열정, 깊이 있게 파고드는 발명가의 근성,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으로 역동성을 팽팽하게 가동시키면 결국 인간은 시련도 성공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도전과 새로운 상황을 맞는 것에 대해 주저한다. 왜 그럴까? 어디까지나 변화는 새로 시작하여야 발전으로 이행될 것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나이가 들수록 커져간다. 젊은이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에 변화의 결과에 너무 염려하지 말아야 한다.
동물적인 외형의 성장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성숙의 필요성은 물론이거니와, 가치의 추구를 위하여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항상 기억하여야 한다. 어디까지나 어려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극적인 기회는 위기에서 비롯된다. 가진 것이 별로 없고 잃을 것이 적은 패기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다. 까닭에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으면 오히려 그 자신이 적극적으로 변화를 만들 어가고 주어진 운명에 도전하여야 한다.
우리의 인생은 성공의 연속이기보다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이 같은 시행착오도 조금 더 일찍 겪으면 그 빈도수를 줄여나갈 수 있다. 일찍 시작하는 것은 완벽하지 못한 피조물인 인간이 감당해야 할 오류를 바로 잡는 생산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젊다 해도 세월은 강물이나 바람처럼 빨리 흘러가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있으면 두려움이나 염려로 주저하지 말고 반드시 도전하여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 왜 두려워하고 염려하지 말아야 하는가? 주저하고 염려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근심과 두려움은 죄가 이 땅에 들어온 뒤로 인간존재의 일부가 되었다. 어떤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감에서 비롯된 두려움과 근심은 어디까지나 정신과 육체적 건강을 위협하는 감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