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유학을 와서 정착한 재미교포이지만, 고향이나 조국에 대한 영화, 소설, 수필 등을 대하면 아직도 가슴 한구석이 너무 아려온다. 무작정 내 꿈을 이루기 위하여 젊음 하나만 믿고 다소 무모할 정도의 도전정신 하나로 1969년 말 미국에 왔고, 고학생으로 온갖 고생 끝에 학업을 마쳤다. 나는 김포공항을 떠날 때 미국에서 공부가 끝나면 꼭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겠다고 몇 번인가 굳게 다짐을 하였다. 그러나 공부가 끝난 후 몇 년간 한국에서 정착할 최소한의 자금이라도 마련하려고 시작한 미국의 교수생활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이 훌쩍 반세기가 흐르고 말았다.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교
내가 1977년에 와서 은퇴할 때까지 몸담은 직장은 디트로이트 머시대학이다. 이 대학은 1990년 디트로이트대학과 머시대학이 통합으로 형성된 종합대학교이다. 디트로이트대학은 1877년 신부들에 의해서 창립되었고 머시대학은 1941년 수녀들에 의해 설립된 여자대학이다. 치대, 법대, 공대, 건축대, 경영대, 간호대 및 문과대학으로 구성된 이 대학은 약 5,000명의 재학생을 구성원으로 한 가톨릭계통의 사립대학이다. 대학의 설립이념은 학생들의 ‘지적, 영적, 윤리적, 사회적 계발’을 촉진하는 데 있다.
포트헤이스 주립대학
몇 년간 한국에 정착할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시작한 직장은 포트헤이스 주립대학이었다. 이 대학은 캔자스시와 덴버시 중간에 있는 헤이스라는 농촌도시에 위치한다. 내가 이 대학에 근무했던 1975년에는 헤이스의 인구가 1만여 명이었는데 2014년에 2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에 포트헤이스 주립대학의 재학생 수는 5,000명에서 13,500명으로 증가하였다. 내가 재직했을 당시는 학교이건 학교 부근의 도시이건 소수민족은 거의 없었고 주로 옥수수 농업에 종사하는 백인 농부들과 그들의 자녀이었다.
1975년에는 이 대학의 외국학생 수가 그저 10여 명에 불과했었는데, 지금은 30여개국에서 온 외국인 학생 수가 4,500명에 이른다. 지금도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1975년과 마찬가지로 5,000명에 불과하지만 8,500명이 온라인학생으로 등록되어 있다. 외국학생 4,500명의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있다. 이처럼 한 농촌 대학의 변화와 발전상태를 미루어 보더라도 세상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학의 변화 속도감은 세계화의 물결과 정보기술의 혁신으로 지금은 세계가 한 지구촌으로 변했다는 것을 잘 반영하고 있다. 지금은 외국에 가서 유학하지 않고 외국 대학의 학위를 획득하는 학생 수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은 이제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포트헤이스대학에서 한 1년간을 재직하고 나서야 비로소 몇 년간의 직장생활로 한국에 정착할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직장을 구했기 때문에 월급이 무척이나 적다는 사실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더구나 한국사람이 없는 곳에서 1년을 지내고 난 후에야, 한국인이 무척이나 그립다는 사실도 절감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 사람도 있고 월급도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옮긴다는 것이 마침내 디트로이트 머시대학으로 옮긴 이유다.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 시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 시는 20세기 중반까지 미국 4대도시 중의 한곳이었다.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1950년 190만 명에서 2013년 70만 명으로 급감했다. 디트로이트의 몰락은 한때 세계시장을 석권한 자동차 산업이 쇠퇴하면서 발생한 당연한 결과였다. 디트로이트는 이 같은 쇠퇴 과정에서 시의 재정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마침내 2013년 7월 18일에는 법원에 재정파산 보호신청을 제출하게 되었다. 미국의 다른 큰 도시처럼 디트로이트도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에서 가장 큰 도시의 파산에 직면한 디트로이트는 세계 언론이 온통 시의 문제점만을 부각시키는 바람에 이미지는 땅바닥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디트로이트시가 2014년 12월 11일 15개월 만에 파산상태에서 벗어났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도시파산사태 기록을 남긴 디트로이트시의 마이크 더건 시장은 장기부채 180억 달러 중 약 70억 달러를 탕감하고, 향후 10년에 걸쳐 17억 달러를 투자해 행정서비스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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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내 곳곳에 건설 크레인이 보이고 다시 희망의 도시로 변화하고 있는 디트로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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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위기가 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하듯이 법원의 관리 아래 재건계획이 체계적으로 완료됨으로 디트로이트는 이전의 화려한 영광의 일부를 재현할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는 미국-캐나다 국경에 위치한 가장 큰 도시로서, 디트로이트는 미국의 미시간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지역, 금융, 문화교통 의 중심지이다.
둘째로는 5대호를 연결하는 디트로이트강으로 인하여 미국의 중서부지역에서 가장 주요한 항구도시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디트로이트는 강의 수운을 이용한 물자의 집산지로서 5대호의 수운과 철도의 요충지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디트로이트 강으로 분리된 미국의 디트로이트시와 인구 20만을 가진 캐나다 원저시는 여러 가지 공동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넷째로 디트로이트의 메트로폴리탄 공항(일명 메트로공항)은 미국의 최대 항공사인 델타의 중심지이다. 델타는 매일 한국직행 노선을 운영하기 때문에 메트로공항은 중서부지역의 많은 한국인들과 미국인들이 즐겨 애용하는 공항이다.
다섯째 디트로이트는 미시간 주의 거의 모든 프로스포츠, 즉 야구, 미식축구, 하키 등의 경기가 열리는 도시이다.
여섯째로 세계에서 제일 큰 모터쇼는 매년 1월에 디트로이트에 개최되며 이 쇼에는 보통 100만여 명의 내방객과 5,000명 이상의 자동차 업계 대표 및 경영진, 미디어 분석가가 다녀간다.
마지막으로 디트로이트의 재건 없이는 미시간의 번영은 그만큼 어려워지게 되어 있다. 따라서 진보와 보수진영을 망라한 정치가들과 시민들, 그리고 대기업 및 자선가들이 디트로이트의 도시 활성화 작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인구의 80%가 흑인인 디트로이트에서 수십 년 만에 그것도 압도적으로 백인을 시장으로 뽑은 디트로이트의 시민들의 결단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