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연구원
나는 내 논문을 평판이 좋은 재무관리 저널에 출판해서 박사학위과정이 있는 대학으로 옮기겠다는 꿈은 40세 때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에 남아 종합연구원이 되어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는 길을 택하고 스스로 자위했다.
결국, 나는 미국의 대학교수들 중에서도 보기 드문 교과서 출판, 저널의 창간 및 논문 출판 등으로 종합연구원이 되었다. 그동안 60여 편의 논문을 각종 저널에 출판했고 두 개의 학술지를 창간ㆍ편집했다.
특히 첫 교과서를 출판하기까지는 수많은 실패를 체험하였다. 나는 첫 교과서의 원고를 북미와 유럽에 있는 모든 출판사에 보냈지만, 출판은커녕 어떤 심사위원들로부터는 조롱 섞인 평가를 받고는 자괴감에 빠져 참담한 심정에 가슴앓이도 하였다. ‘왜, 나만 이런 시련 을 겪어야 할까?’라는 생각에 괴로웠던 순간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실패를 거듭하며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강한 인내심과 도전정신을 배웠다. 첫 교과서가 출판되었을 때, 짜릿하게 맛본 역전의 기쁨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활력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덕택으로 수정판까지 합쳐서 20여 권의 교과서를 간행했고 지금도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모두 내가 쓴 저서로 강의하며 책의 인세로 돈을 빌리지 않고 세 아이들이 대학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평범한 가르침이 아니다. 이 말은 한두 번 실패했다고 하여 지레 체념하거나 자포자기하기 보다는 실패한 이유를 꼼꼼히 분석해서 이를 성공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교훈적인 가르침일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립자 빌 게이츠는 일부러 실패한 기업에 몸담은 경력을 가진 직원들을 즐겨 채용하였다. 한 인생의 소중한 삶에서 실패한 경험이야말로 그 사람이 난관에 직면할 때, 끝내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주는 원동력에 해당한다.
기실 이 세상에서 실패나 좌절감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실패를 줄이려면 역설적으로 실패, 그중에서도 40세 전에 많은 실패를 통해 성공의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실패의 이면에는 성공으로 가는 지혜가 담겨있어서 두려워할 이유는 결코 없다. 진짜로 우리 인 생에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실패가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못하는 나약함이다.
실패를 감수할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진정 자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것은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까닭에 도전하지 않으면 기업이나 국가도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현재의 이윤과는 관계가 없지만, 기업의 미래가 달린 연구ㆍ개발 분야는 실패를 감수해 야만 성공으로 가는 첩경임을 인식할 일이다. 지속적인 연구ㆍ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오늘, 비정한 시장경제가 지배적인 국제사회의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는 더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축적된 삶의 지혜 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비록 남다른 노력과 열정을 자신만이 가졌다 할지라도 모든 것이 그렇게 곧바로 쉽게 변화ㆍ발전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참된 삶의 여정은 갈지자로 가기도 하고 역류하기도 하고 때로는 예기치 못했던 거친 격랑의 세월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강물이 굽이굽이 흘러도 결국엔 바다에 합류하듯이 인간의 성숙한 삶은 그렇게 변형되며 발전해가는 것이다.
성공은 수없이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의 경험을 통해 추출된 인간의 지혜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보다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생산물이다. 아무리 실패와 좌절을 하게 된다 해도 다시 일어서는 한국의 오뚝이 정신을 나타내는 ‘7전 8기’라는 속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속담은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일어선다는 말이다.
위기와 기회
1986년 나의 연봉이 갑자기 오르고 학술저널을 창간할 수 있었던 까닭은 우리 대학의 경영대학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발생하였다. “위기는 항상 기회와 함께 찾아온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꼭 이때 나에게 적용됐던 일화 같아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교수들의 세 가지 역할은 강의와 연구 및 봉사이다. 미국에서도 대학교수들 간에 강의와 봉사는 개별 차가 없기 때문에 교수들의 승진이나 월급인상 및 그 대학의 대외명성은 주로 교수들의 연구결과 에 의해서 좌우된다.
경영대학 발전협의회
우리 학교와 같은 평범한 경영대학이 국제경영대학 발전협의회(Association to Advance Collegiate Schools of Business : AACSB)로부터 인증을 받거나 인증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난관은 부족한 교수들의 연구업적이다.
우리 경영대학은 1980년대 후반기 몇 년 동안 교수들의 연구부족으로 이 협의회가 인증을 유보한 적이 있었다. 경영대학 교수들 약 40명 중에 연구업적이 가장 우수했던 나를 이때처럼 필요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내 월급은 내 손을 통해서 채용한 조교수들보다 훨씬 적었을 때였다.
지금은 각 경영대학의 학사/ 석사/ 박사과정에 따라 심사기준이 다르지만 1980년대는 이러한 차이가 없었기에 학사, 석사 중심의 우리 경영대학은 교수들의 연구업적이 많은 박사학위과정 중심 대학에 비해 AACSB의 인증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 힘든 시기였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교는 미국의 타 대학에 견주어 비교적 교수들의 노동조합이 강해서 교수들의 월급은 누구나 똑같이 인상되는 편으로 1년에 1~3% 정도의 인상에 머무는 편이었다.
미국의 대 경기후퇴(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가 발생했을 때까지 미국에서 재무관리 교수들의 부족으로 신임 조교수들의 월급이 무척이나 상승한 연봉 때문에 모든 대학에서 새로 채용된 경영대학 조교수들이 정교수나 부교수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고 오는 경우가 허다한 실상이었다. 이 같은 연고로 1985년 내 손을 통해서 채용된 신임교수들이 나보다 연구업적이나 경력이 훨씬 적은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급여는 나보다 훨씬 많았다.
준비와 기회의 교차로
우리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한 가지는 놓쳐버린 기회다. 인생에게 신이 허락한 기회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다. 흔히 우리의 삶에 있어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간혹 어떤 사람은 그중 한 번의 기회만 잡더라도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사실 지나고 보면 기회를 놓치는 대부분의 이유는, 기회가 왔음을 눈치 채지 못하거나 기회가 왔음을 알고도 손을 내밀어 붙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회가 왔음을 알고도 놓치는 대개의 이유는 그 자신에게 용기가 없거나,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망설이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성공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준비하고 있을 때 기회가 찾아오는 교차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 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바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신조이다.
나는 내 이름만으로 논문과 저서를 지속적으로 출판했을 뿐만 아니라 내 동료들과 함께 논문의 공동집필을 자주했다. 결국, 이러한 업적을 고려해서 학교에서는 1987년 내 월급도 올려주었고 또 몇 년 후에는 「Multinational Business Review: MBR」라는 저널을 창간ㆍ편집하도록 했다. 한국에서는 국제경영학회 한국지부장을 역임한 고려대학교 어윤대 국제금융론 교수와 연세대학교 정구현 국제경영학 교수가 이 저널의 편집위원으로 수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