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에서도 세대 간, 이성 간, 계층 간의 문화갈등이 점차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급변하는 미국에서 재미교포 1세와 2세들 사이에 갈등이 전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심리학자들이 술, 마약 등에 중독된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가 환자들에게 자신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일단, 환자들이 자기가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심리치료는 시간과 돈의 낭비에 불과하다. 따라서 최선의 방법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수용한 뒤에 꾸짖거나 책망하기에 앞서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조금 기다리면 언젠가는 부모의 기대에 부합한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의 처지, 눈높이에서 문제 해결을 찾아야
미국사회에서 세대 간에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먼저 미국문화와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어른들이 부자간의 갈등을 종속관계의 처지에서 아이들에게서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처지, 눈높이의 평등한 입장에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는 것이 한결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지름길이다.
이민 1세들 중에는 이질적인 두 문화에 속하면서 어느 쪽에도 충분히 동화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다시 말해 내가 누군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의 국적은 미국, 민족은 한민족이라는 공식을 터득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처럼 미국에서는 미국의 법을 따라야 한다.
이민 1세들이 눈, 귀, 가슴을 열고 미국의 것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가져온 한국문화도 중요하지만, 미국에서 피어난 문화도 소중하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한국문화를 수용하도록 강요하기보다는 부모들 자신이 문을 활짝 열고 이중문화를 수용하면 미국 쪽으로 기울어진 2세들을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의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머지않아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살아가야 할 존재이기에 그들이 부모와 같이 있는 동안 독립해서 혼자 살아갈 때 필요한 지혜와 생활습관을 교육할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부자의 관계에서 중요한 교훈은 아들이 아버지를 닮아 간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대화와 행동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행동하며, 문제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해결하며, 또 난관에 빠졌을 때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체험을 통해서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두 개의 문화 속에서 혹시 방황하더라도 부모는 애정과 관심을 지니고 그들을 지탱해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 순탄치 못한 그들의 청소년기에 희망과 꿈의 나무를 심어주고 항상 푸르게 ‘더불어 함께’라는 공동체의식을 지니고 함께 가꾸어야 한다.
자식들에게 물려줄 유산에는 지혜와 올바른 행동과 습관이 포함되어야
다시 말해 부모가 자손에게 물려주는 유산에는 권력과 재산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살아가는 지혜, 올바른 행동과 습관 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부모들이 고기를 잡아서 아이들에게 주기보다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더라도 고기 잡는 방법인 삶의 지혜를 물려주는 것이 더 큰 유산이다.
재미교포 1세 부모와 2세인 자녀들 사이에 가장 많은 갈등이 생기는 분야는 공부에 관한 사항이다. 학교성적은 성공의 열쇠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부모의 욕심으로 인한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학교성적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므로 학교성적에 얽매이기보다 더 중요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잃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 혹시 학교성적이 조금 뒤쳐진다고 해서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심하게 꾸짖는 행위는 비효과적이고 비교육적인 까닭에 그보다는 따뜻하게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화가인 벤저민 웨스트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어느날 그의 모친은 벤저민한테 어린 누이동생을 맡기면서 “누이동생과 집을 잘 보고 있으라.” 말하고 잠시 외출을 하였다. 벤저민은 집과 어린 동생은 돌보지 않고 혼자서 물감을 가지고 동생의 초상화를 그렸다.
어머니가 집에 돌아와 보니 집안이 엉망진창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벤저민에게 한마디의 꾸중도 하지 않고 보잘것없는 그림을 들고 “이것은 틀림없는 네 동생이구나.”라고 칭찬하며 벤저민의 볼에 키스를 해주었다. 뒷날에 벤저민은 그때 어머니의 키스가 자기를 세계적인 화가로 만들었다고 고백하였다.
다시 말해 벤저민 웨스트가 유명한 화가가 된 동기는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잠재성을 인정한 데서 싹이 텄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입학 사정관들이 학생선발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학생들의 잠재력이다. 각 대학의 독특한 문화에 잘 적응할 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수업을 무리 없이 소화해 졸업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또한, 전문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철저하게 살핀다. 고교 졸업성적이 높고 SAT등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 하더라도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사회성이나 리더십 등이 부족 하다고 판단되면 선발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반대로 비록 성적이 낮다 하더라도 성적 이외의 분야에서 특별한 능력이나 경력이 있으면 선발되기도 하는 것이 미국의 입시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물려 받은 유산은 교육, 근면, 성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잠재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일정수준의 점수 이상이면 일단 일차 관문은 통과하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성적은 합격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신적 유산과 물질적 유산 대부분의 사람은 부모로부터 무엇인가를 유산으로 물려받게 되는데, 성공한 사람들이 물려받은 유산은 대부분 교육, 근면, 성실 같은 정신적 유산이었다.
황금만능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돈이나 물질에 절대 가치를 두는 이들이 많이 있지만,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 중에 정신적 유산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다시 말해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자들은 부모에게 돈이나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자가 아니라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은 자들이었다. 위대한 정신적 유산과 영적 유산은 자녀들의 인생에 위대한 능력이 되어 마침내 존귀한 삶에 있어 위대한 성공을 거두게 한다.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물려줄 유산에서 재산과 근면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죽음을 앞둔 농부가 아들들을 불러놓고 이렇게 유언을 했다.
“얘들아, 나는 이제 곧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다. 내가 죽고 나면 너희들은 합심하여 내가 포도밭에 숨겨놓은 것을 찾아야 한다. 내가 물려줄 모든 것이 그곳에 있단다.”
아버지가 운명을 한 뒤에 아들들은 아버지가 포도밭에 보물을 감춰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형제들은 포도밭을 구석구석 파보았지만, 어디에도 보물은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형제들이 포도밭을 샅샅이 판 덕분에 그해는 평년보다 몇 배나 더 많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었다. 형제들은 비로소 아버지가 남겨준 유언의 의미를 깨닫고 아버지의 뜻대로 훌륭한 농부가 되었다.
근면과 성실, 그리고 힘과 지혜를 모으는 형제간의 화목은 물질적 유산보다 더욱 위대하고 값지다. 물질적인 유산은 생각이 선하고 올바르지 않으면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지만, 정신적 유산은 적어도 자신을 지킬 줄은 알게 하기에, 결국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은 근면하고 성실하게 사는 방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