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남의 땅
나는 1977년부터 디트로이트 대학(지금은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에 부임해서 지금까지 40여 년간 재직하고 있다. 내가 이 대학에 재직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이 대학은 나 같은 전공과 경력을 갖춘 교수가 필요했고, 또 이 대학은 내가 기대하는 여러 요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인들이 있는 큰 도시의 대학으로 옮기고 싶었던 것도, 작은 도시의 대학에서 이 대학으로 옮긴 이유 중의 하나이다. 물론 내가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이 필요로 하는 교수가 되기 위해 지난 40년간 계속 노력했고 앞으로도 은퇴할 때까지 그렇게 할 각오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현실에 잘 대처하지 못하거나 앞서 가지 못한다면 냉정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까닭에 나는 우리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미국교수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과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그렇게 실천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한인교회
내가 미시간에 와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한인교회였다. 나는 미국에 와서 학업은 한인들이 비교적 많은 로스앤젤레스와 세인트루이스에서 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그립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고사하고 소수민족이 전혀 없었던 캔자스 주 농촌도시에서 2년 남짓 거처하면서 조금 정신적 여유가 생기게 되자 나도 모르게 점차 한국 사람들이 그리워졌다.
디트로이트 한인연합장로교회
물론 외국에서 그 지역 한인사회를 알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교회를 찾는 것이 폭넓은 대인관계를 맺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1977년 7월 미시간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하나가 한인교회를 찾는 일이었다.
그 당시 디트로이트 대학의 경영대학장은 릭 이토라는 일본사람이었고, 다행스럽게도 그의 부인은 한국인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토 학장부인이 대학에서 거리가 가깝고 또 담임목사가 연세대 교목을 역임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는 바람에 디트로이트 한인연합장로교회를 택했고 지금까지 줄곧 적을 두고 있다.
이 교회의 김득렬 담임목사는 그해 9월 개학 전에 우리 집을 일차 방문했고, 또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은사인 박기혁 교수와도 잘 아는 사이여서 짧은 시간에 가깝게 친교를 맺게 되었다. 김 목사는 1972년부터 1992년까지 20년 동안 이 교회에 시무를 했고, 1993년 원로목사로 추대되었다. 그 이후 본교회의 담임목사로는 최인순(은퇴), 박원호(서울에서 예배당 없는 교회목사로 시무 중)를 거쳐 2009년부터 현재까지 유승원 목사가 은혜 중에 시무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한인연합장로교회는 1967년 5월 28일, 한 미국교회의 지하실에서 목회자 한 분과 몇 명의 한인들이 기도모임을 시작으로 창립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넓은 예배당과 친교실 뿐만 아니라 교육관과 체육관을 교인들의 헌금으로 건립하였으며, 1년 예산만도 200만 달러나 되는 큰 교회로 성장했다. 한인 2세들을 위한 영어예배와 한인 1세들을 위한 한국말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을 합치면 1,000여 명에 달한다.
지금은 한국에서 미시간으로 이민을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교회에 출석하게 되고 또 미시간을 방문하는 한인들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예배에 한 번씩 참석하는 명소로도 알려지게 되었다.
왜 한인교회가 필요했던가?
나는 미국에 온 지 8년 만에 공부도 끝내고 비교적 한국인이 많은 미시간에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기에 다소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따라서 우리 가족은 미국에 거주한 이후에 처음으로 한국인들과 자연스러운 교제도 했고 또 교회에도 규칙적으로 출석하게 되었다.
나의 아들 3명 중에 첫째는 한국인 강릉에서, 둘째는 미주리에서 그리고 셋째는 미시간에서 각기 출생하였다. 당시 생활에 여유가 없었던 나는 단순히 ‘아이들을 낳아놓으면 저절로 큰다.’는 우리네의 속담처럼 그러려니 생각했지만, 현실은 결코 그게 아니었다. 이중 문화권 속에서 혼동할 수 있는 자녀의 교육은 학교나 가정교육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세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매주 교회에 다니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였다. 교인의 직분인 집사나 장로를 할 생각도 없었고 또 뜨거운 신앙을 가져 본 적도 없는 내가 한인교회를 그렇게 열심히 다닌 이유 중의 하나는 아이들이 한국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정직하고 선량하게 성장하도록 하는데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단적으로 선량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교회교육과 가정교육도 학교교육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뿐이다.
이와 같은 교회 교육과 가정교육은 교회나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통해 행하여지는 자연발생적인 교육이다. 교회와 가정교육은 신앙과 정체성 외에 예의범절, 정서, 품위, 도덕 등 인격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교육은 전인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녀가 학교에서 강조하는 기능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영적, 육체적 모든 면에서 균형 있는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교육을 생각할 때, 일부분일 수밖에 없는 학교 교육에서 배우는 기능적인 면만을 기대하지 말고, 전인적인 관점에서 자녀를 교육할 때, 자녀가 바람직하게 성장하며 발전하는 것이다. 세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주 교회에 가서 한글과 성경을 배웠고, 또 한국친구들과 폭넓은 교제도 할 수 있었기에 더욱 착하고 성실한 재미한인 2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