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회봉사활동
나는 1977년부터 디트로이트 한인연합장로교회에 출석하기를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교회봉사는 정우현 목사가 초대교육 담임 부목사로 취임한 1979년 초부터다. 나와 정 목사는 같은 연세대 동문이었고 내가 교수인 까닭에 어떤 면에서는 서로가 필요한 관계에 있었기에, 교회의 교육봉사에 자연스럽게 뜻을 함께하게 되었다.
정 목사가 새로 시작한 사업은 한국문화학교 설립, 청년회 조직 및 장학회 설립 등이었다. 정 목사의 권고로 장학회 위원으로 몇 년간 열심히 봉사했다.
김득렬 원로목사의 회고록에 의하면 1970년대 후반기에 디트로이트 한인연합장로교회 교인 수가 500명이었고 그 중 200명은 청소년들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교회에 청년회라는 조직이 없었다. 정 목사는 주로 대학생들을 모아 청년부의 필요성을 강조한 끝에 일단 회장을 선출하고, 나를 비롯한 몇몇 교우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서 청년부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얼마 동안은 청년부의 모임이 있을 때 나와 정 목사 그리고 회장만 참석하는 정도에 그쳐 청년부 활동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정 목사가 여러 가지로 노력했지만, 청년부 활동에 진전이 없어서 당회에서 장로부인들이 청년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제공하면서 청년부가 점차 활기를 띠게 되었다. 몇 년간 자문위원으로 청년부 활동에 참여했지만, 나 자신이 신앙생활에 소극적이었고, 성경에 관한 이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청년회가 잘 되어가는 바람에 청년부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그 당시 청년부의 핵심 멤버였던 김기모는 내가 청년부 자문위원을 사퇴한 것이 못내 섭섭하다고 했던 것을 가끔 기억에 떠올리기도 한다. 신앙심이 투철하고 동정심이 강한 그는, 한때 경영학석사를 공부하던 것을 그만두고 신학교를 나와서 수십 년 동안 디트로이트와 인근의 불우한 흑인들을 돕기에 헌신하고 있다.
그의 이 같은 헌신적인 나눔과 베풂의 실천이 지역사회로부터 인정받았고, 2012년 12월 에는 데이브 딩 디트로이트 시장으로부터, 불우한 이웃돕기에 헌신한 사람에게 주는, 명예로운 “George Irwin Award”를 받기에 이르렀다.
한편, 한국문화학교가 설립된 1980년부터 몇 년 동안은 거의 매 주일 한글과 한 학기 몇 번만 있는 한국역사를 가르쳤다. 그 당시에는 한글수업과 예배가 겹쳐서 둘 중의 하나만 할 수 있었다.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한글교사는 몇 년 하다가 그만두었다. 한국문화와 역사는 계속 가르친 덕택으로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미주 한국학교 협의회 연례회의 때 25년 근속상을 받고 한글학교도 그만 두었다.
한인사회 봉사
미 중서부에서 한인 수가 둘째로 많은 미시간 주에는 3만여 명의 재미동포들이 살고 있다. 따라서 미시간에는 한인 공공기관, 사회단체, 종교단체, 식품점 및 여행사 등 다양한 업소들이 있다. 이들 한인 단체 중에서 태극 마을, 세종학교, 한미장학재단과 남한국학연구소를 여기에 소개해 본다. 내가 이 네 기관에 봉사했다기보다는 설립 초기에 아주 조금은 참여했기에 이 단체들을 간략하게라도 소개하기로 한다.
태극 마을
1989년 1월 31일 HUD(US Department of Housing and Development)의 지원금으로 비영리단체인 한미주택공사 ‘태극마을’이 설립되었다. 태극 마을 입주자격은 62세 이상 되는 사람으로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로 HUD의 실격사유가 없어야 한다. 수입의 30%만 입주자 부담이고 부족한 금액 70%는 HUD에서 보조한다. 80여 명의 한인 연장자들과 10여 명의 미국인 연장자들이 거주하는 태극 마을의 뒤뜰에 넓은 채소밭이 있고, 휴게실과 도서관이 준비되어 있으며, 24시간 한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TV도 있다.
태극 마을 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매월 특강, 매주 전문의 내진, 24시간 경비, 태극마을 전용버스와 각 교회 버스운영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태극마을은 미시간 한인사회 봉사회의 주도로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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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마을 30주년을 맞아 고 김흥기 회장의 현판식이 거행되었다 [사진출처 : MICHIGAN KOREAN WEEK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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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나를 비롯한 김흥기와 이선익 등 몇 사람이 한인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한인봉사회를 발족했다. 그러나 1989년 태극마을이 설립되면서 봉사회 창립위원들이 대부분 한미주택공사로 옮겨가는 바람에 봉사회의 활동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참여율이 저조해지면서 약 10년간 활동을 멈추었던 봉사회는 2010년 3월 아직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인들이 많다는 판단 하에 재정비하여 활동을 재개하였다.
1981년 봉사회가 발족한 이후 약 5, 6년 동안은 사무실과 직원까지 두고 미시간 한인들이 필요한 영어번역과 통역, 직장 알선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 그 당시 봉사회 회장이던 김흥기의 요청으로 나는 100여 페이지나 되는 미시간 운전면허 자격증 시험학습 가이드를 한국말로 번역하였다. 그는 이 한국말 학습 가이드를 타자로 치고 복사해서 필요한 미시간에 있는 한인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봉사회의 주관으로 태극 마을을 설립했다고 하나 사실은 김흥기 한 사람의 노력으로 설립되었다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인 연장자 아파트가 시카고에 있는 것을 안 그는 미시간에도 한인 연장자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그의 끈질긴 노력으로 태극 마을이 마침내 설립되었다. 그는 시카고에도 여러 번 자비로 다녀왔고 미시간 출신 연방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 모금파티에도 여러 번 참석했다.
김흥기는 세브란스 의과대학 출신으로 디트로이트 한인연합장로교회에서 장로를 하였고 비교적 과묵한 심성으로 항시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인데 아깝게도 2000년 후반에 이 땅의 삶을 마감하였다. 비록 그는 소천하여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의 열정으로 세워진 태극마을은 영원히 한인 연장자들을 위한 보금자리고 남을 것이다.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김진상 목사가 회장을 맡고 있는 태극 마을은 아파트 전문 관리업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3명의 풀타임 직원이 매일 수고하고 있다. 한국에서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미국에 이민 오는 사람들은 태극마을과 같은 주택이 있는 도시에 정착해보기를 권한다. 부모님께서 이런 주택에 입주하게 되면 생활비, 건강 및 교통문제 등을 걱정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새로 이민 온 사람들은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한인교회나 사회단체의 봉사원들이 이런 곳에 거주하는 한인 연장자들을 자기 부모님 같이 섬긴다는 사실도 이 기회에 강조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