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원자력원의 출범과 함께 원자력발전 기술 개발이 일차적인 목표였다. 에너지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 전력을 원자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당시 사정으로서 극히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동시에 우라늄, 토륨 등의 핵연쇄 반응을 다룬다는 것은 모든 핵능력을 의미하기도 했다.
핵연료주기사업의 추진을 위해 핵연료개발공단이 연구소로부터 분리 독립되고 따라서 원자력연구소의 연구방향도 원자력의 산업적 이용분야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특히 1970년 고리발전소가 건설되고 곧이어 월성 CANDU발전소가 계획되면서 연구소는 핵발전소의 안전성 확보와 관련된 연구와 심사분석에 주력키로 했다.
동시에 원자력발전 국산화를 조속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 계획, Engineering 육성이 관건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KABAR라는 Engineering Company를 미국회사와 연구소가 합작으로 설립하게 되었다.
연구소와 한국전력 사이에 원자력발전사업 주체 문제를 놓고 벌어졌던 각축전은 10년을 이어왔다. 양 기관은 추호의 양보도 없었고, 같은 서울공대 출신들의 우애도 거기에는 존재감이 희박했다.
우선 연구소는 국제 추세를 예를 들어 고지를 확보하려 했다. 영국 원자력공사(UKAEA), 프랑스 원자력청(CEA)을 예로 들었고, 일본도 동경전력(東京電力)이 출연을 했지만 독립기구로 일본 「원자력발전(株)」을 설립, 운영하는 터인지라 이런 나라들의 예를 내세웠다. 그러나 1966년 12월 원자력발전과(課)를 신설한 한국전력은 원자력발전도 발전이므로 한국전력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나섰다.
그러다 1968년 2월 대통령령 제 3371호로 「원자력발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게 되고 위원장 박충훈(朴忠勳) 부총리의 주재로 열린 첫 회의에서 원자력 전담기구를 하나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1968년 4월 9일, 2차 회의에서는 ‘제 1원자력발전소 건설, 운영 담당 기관은 한국전력으로 한다’고 결정했고, 원자력청은 ‘원자력기술 개발, 안전규제, 핵연료 및 폐기물 취급, 관리, 기술자 양성 및 자격검정 등을 담당한다’고 분담을 확실하게 결론짓고 말았다.
한전의 로비가 막강했고 미국의 System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므로 미국의 체제를 따르는 것이 가장 당시로서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미국의 Bechtel 같은 막강회사는 처음부터 한전 편에 서서 일을 해왔고, 연구소와의 협의에서는 연구소 과학기술자들은 건설 사업으로의 접근 이해가 빈약하다며 한전을 비롯한 요로에 항상 불만을 토로해 왔다.
그리고 사업 자금도 연구소가 사업 주체가 되면 공공차관이요, 한전에서 하면 상업차관이어서 매우 쉬워질 뿐만 아니라 내자조달도 현금이 풍부한 한전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 2호기까지는 완전 Turn key 방식이므로 연구소가 참여할 부분은 전무했고, 오히려 안전성심사 때문에 기술참여에 제약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1972년 고리1호기가 정식으로 착공하게 되고, 73년에 연구소가 특수법인연구소로 대대적인 개편을 겪으면서 원자력연구소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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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력기술(주) 창립15주년 기념행사에서(1990. 10.) / 정근모 과기처장관, KEPCO(한전) 이종훈 사장, 韓技 前 당시 임원들과 함께 (원자력 발전개발 초창기 모든 계획을 주도했던 CEO 및 책임진용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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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의 실용적 기술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첫 단계인 A.E 즉 Architect Engineering(종합적 공학설계기술)의 능력이 필수였다. 국내에서는 그런 기술을 가진 조직은 없고, 외국 특히 미국 쪽에서 물색해야만 했다. 미국에는 LA의 Bechtel을 위시하여, 뉴욕의 EBASCO, 시카고의 Sargent-Lundy 그리고 보스턴 근처의 Burns and Roe 등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시장을 들여다보는 시각의 차이로 원자력에 경험 많고, 명성이 있는 튼튼한 회사는 Turn key에 관심이 있고 연구소와의 합작은 관심자체가 없었다. 윤용구(尹容九) 소장은 해외 과학기술자 유치와 AE사(社) 합작관계로 수시로 출장을 다녔다.
그리고 원자력 관계 국제회의가 있을 때마다 외국의 연구소와 기업에 근무하는 한국과학기술자를 「리쿠르트」하느라 애를 썼다. 그런 결과로 Burns & Roe에서 적극 관심을 표명하여 드디어 KABAR (Korea Atomic Burns and Roe)을 연구소가 출자 50 대 50으로 설립하게 되었다.
1 ) KABAR
1973년 석유파동으로 정부는 탈석유정책을 세우게 되고 드디어 원자력발전계획이 3차 원전개발 5개년 계획에서 구체화 되었다. 그리고 연구소는 2000년까지 20여 기(機)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될 것으로 전망했다. 발전소 건설을 위해서는 첫 번째 「설계, 엔지니어링」의 국산화가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 A/E 회사를 물색 중 Burns & Roe와의 협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1975년 9월 9일, 합작투자 계약이 체결되었다.
그리고 다음해 2월 24일 조선호텔에서 개최된 KABAR 창립축하연에서 남덕우(南悳祐) 부총리가 ‘설계기술자동화’가 모든 중공업발전의 핵심이라는 화두가 연구소의 목표와 똑같다는 것으로 확인하고 매우 고무된 적이 있다. 비록 20만 달라, 1억원의 합작투자이지만 장래가 매우 밝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대표이사 겸 사장에 김종주(金鍾珠 : 연구소 부소장. 前 한전 부사장), 공동대표이사 겸 부사장에 Burns & Roe의 사장인 Ken A. Roe가 취임하였다. 그리고 Mr. Burns(B & R의 부사장)가 나와 함께 공동 감사(나는 연구소 행정실장 겸직)가 되었다.
한전은 B&R의 역량에 대하여 항상 의문을 제기해 왔고 한 건의 발주도 실현하지 못하자 아쉽게도 1년 만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은 연구소에 헌납하는 것으로 종결짓고 미련 없이 떠났다.
여기에서 한 가지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원자력연구소가 위탁한 「원자력발전소 기자재 국산화방안~기자재 명세 및 품목별 국산화율 산정(용역비 2,400만원)」이라는 과제는 KABAR로서는 첫 번이요 마지막 용역으로서 아주 충실한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이 보고서는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는 기자재 품목과 그 특성에 대하여 매우 생소했던 당시 국내의 제조업자들에게 국산화를 시도하는데 유용한 정보자료가 되었다. 또한 CANADA의 CANDU 도입계약이 체결되고 기자재 국산화를 위한 한국 내 제조업 기반을 조사, 시찰하기 위해 AECL이 주최가 되어 CANADA 제조분야 기업인들이 1978년 초봄에 내한한 적이 있다(Joint Canada-Korea Study Progr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