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으로서는 매우 키가 작은 Mr. Shephard는 1902년 Lafayette를 졸업하고 교육계에 오래 종사하다 은퇴한 노신사다. 신장(身長)이 미달이라 1차 대전 때 지원했지만 신체검사에서 탈락하고, 적십자 요원으로 군복 같은 유니폼을 입고 3년을 봉사했다는 분이다. County의 교육감을 지내고 은퇴 후 교회의 장로로서 오래 봉사했다.
아버지가 변호사 출신으로 유복한 집안이었다. 위로 누님이 둘 있는데, 큰 누나는 남편과 사별 후 친정에 돌아왔고, 둘째 누나는 아이가 없어 이혼하고 역시 친정에 돌아와 삼남매가 같이 살다가 두 누님마저 고령으로 돌아가시니 큰 집을 혼자 지키며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만났을 때 이미 83세로 당시로서는 매우 고령이었다.
40대 후반부터 심한 당뇨를 앓고 있어 누군가 보살펴야만 했다. 전동수(田東洙) 씨가 재학중일 때 학교의 주선으로 Mr. Shephard 댁에서 기거를 했다. 그러나 전형(田兄)이 62년 5월 졸업 후 떠난 다음 혼자 지내게 되었다. 식사는 TV Dinner라고 해서 냉동된 식품을 데워 먹고 하는데 시력마저 온전치 못해 일상생활이 매우 어려웠다. 전 형과 자주 만나는 과정에서 Shephard씨하고 친해 졌는데, 전형이 떠난 후에는 외로우니까 내가 저녁만 먹고 나면 전화를 걸어온다. 거절할 수 없어 공부할 것을 챙겨들고 가서 같이 대화하다 새벽이 되면 돌아오곤 했다.
Stevens 부인은 이 일로 내 공부에 지장이 있을까 봐 매우 신경을 썼다. 그는 평생을 혼자 살아온 독신주의자로서 Silver House에 가기를 권해도 단호히 거절했다. 활력을 잃은 자기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끔찍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유료 노인시설에 들어가면 모교에 갈 돈이 적어진다고 한사코 반대다.
그리고 가끔 가루분말로 아침에 오렌지 주스를 만들어 먹는데 나는 질색을 했다. 원액 주스를 먹도록 한사코 권했지만, 20만 $는 Lafayette대학에 가야 하기 때문에 비싼 것을 먹을 수 없다고 한다. 앞뒤가 꽉 막힌 이 할아버지는 어찌할 수 없구나 하다가도 「약속은 이행되어야 한다」는 신념과 근검절약하는 그 생활태도는 본받을 만했다.
그에게서 60년,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미국의 생활 역사를 듣는 재미는 대단했다. 자신의 어머님은 여권신장에 앞장섰고, 아버지는 보수적이어서 항상 어머니와 정치적인 이슈로 많은 논쟁을 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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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저지주의 교육장을 역임하기도 한 Shephard옹 (Lafayette 1902년 졸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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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초등학교 방과 후 집으로 돌아오는데 시내 번화가에서 악대를 앞세운 정치 행렬이 지나갔다 한다. 행렬 맨 앞에서 성조기를 흔들며 나를 보라는 듯 리드하는 부인이 있는데 자신의 어머니였더라는 것이다. 못 말리는 활동적인 어머니였는데 정치적인 견해가 그렇게 상반되는데도 어머니, 아버지의 금실은 매우 좋았다고 한다.
「알 카포네」가 설치던 미국의 금주령 시대에 Shephard씨는 친구와 함께 New york에 갔더란다. 일을 끝내고 출출해서 술 한잔 생각이 나서 길거리로 나갔다. 마침 경찰관 한 사람을 만나 술있는 데를 장난삼아 슬쩍 물어 보았더란다. 그랬더니 대뜸 “Young men! Except churches, you can find booze, anywhere!(교회만 빼면, 어디든 술 천지야!)” 라더라는 일화 등 참 많은 미국 20세기 여명기의 실상을 들을 수 있었다.
점차 그의 체력이 소진되어 가는 것이 역력했다. 기억력도 좋지 않아 당뇨 주사를 놨는지 기억이 없어 하루 두 병을 맞아 경련이 생기고, 깜빡하고 맞지 않으면 과당으로 쓰러지곤 했다. 가엾은 할아버지, 그러나 살고자 하는 의지는 대단했다. 노인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필요한 것을 신청만 하면 척척 도착했다. 예를 들어 시간이 무료하니까 LP판으로 세계문학전집을 매주 화요일 한 묶음씩 받아 이것을 틀고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시청에서 주선해 주는데 Public library에서 직접 날라다 매주 교환해 준다.
Mr. Shephard는 영문학도 출신답게 Shakespeare의 Drama를 좋아했다. 학교에서는 매년 2, 3차례 「햄릿」, 「맥베스」를 공연했다. 유명한 영문학 교수 Watt 박사의 주동으로 교수, 학생 그리고 교직자들의 연합으로 출연한다.
배우들의 덩치도 크고 해서 Stage를 가득 채운다. 지성인들의 순수한 대사법은 청중을 완전 매료시킨다. Shephard씨는 꼭 표를 두 장 사서 나와 동행했다. 돌아와서는 어느 배우가 어떻고 하나하나 평가하는데 매우 진지하다. 우리네 「심청전」「춘향전」 판소리같이 소리꾼에 따라 맛이 다르듯이 출연 배우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다르다. 좋은 문화적인 경험이었다.
이 대학은 엄격히 말해서 문이 없다. 동서남북 어디로든지 캠퍼스에 출입이 가능해 24시간 열려있는 학교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고 문화, 예술의 욕구를 동시에 풀 수 있는 Community Center 역할을 한다. 주민들은 학교를 사랑하고 학교는 주민들과 소통하며 언제나 챙겨준다.
5월 중순 졸업식이 끝난 후, 전동수 씨는 Easton을 떠났고, 중국계 쌍둥이 학생 Mr. Fong(Hawaii 출신 연방 상원의원의 아들)들도 고향 하와이로 돌아가고 동양인으로서는 나 혼자 캠퍼스에 남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