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Student Club
외국 학생, 특히 한국 학생은 학교 동아리 모임 재향군인회 또는 Rotary Club등에서 Speech 초대가 온다. 시간만 되면 거절하지 않고 참석했다. 민간외교의 좋은 방법이고 6 .25를 정확히 알리는 길이었다. 외부단체에서는 교통비를 꼭 주었고, 좋은 식사 대접도 받는다. 이런 모임을 통해서 종종 Sponsor를 만나기도 한다.
동아리 모임인 기독학생회는 독실한 학생교인이 많다. 모두 성숙하고 매우 협조적이다. Bible class와 자선활동을 많이 했다. 학문적으로도 우수한 학생이 많아 시험문제 요약, 논문 작성 요령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Fraternity 기숙사에 있는 학생은 방대한 선배들의 논문이 필름으로 보관되어 있고 과거 10여 년간의 시험문제도 비치되어 있다. 매우 효과적으로 공부들을 한다.
이 Club의 학생들은 남을 배려할 줄 안다. 각종 Holiday 즉, Labor day(노동절), Memorial day(현충일), Independence day(독립기념일), Thanksgiving day(추수감사절), Christmas(성탄절), New Year(신정), Spring Recess(춘계 휴가) 때에는 자기 집에 가서 명절을 보내자고 초청을 한다.
몇 차례 따라가 봤는데 부모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고, 한국의 문화와 생활에 많은 관심을 보여 이야기가 밤늦게까지 끝나지 않는다. Family dinner는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 가까이에 있는 일가친척까지 초청해서 소개한다. 외로운 이방인에게 행복감을 심어 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Dinner에는 반드시 칠면조 훈제가 식탁에 오른다. 칠면조 요리만은 아버지의 몫이다. 내장을 비우고 귀리, 보릿가루, 대추, 호두, 버섯 등등을 잔뜩 넣고(stuffing이라고 함) 꿰맨 다음 오븐에 4~5시간 뭉근하게 익혀 내놓는 요리다. 겉살 red, 속살 white를 저며 달착지근한 크랜베리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지금도 Lehigh의 기독학생회에 심심한 감사의 정을 보낸다.
학생들의 여흥(餘興)
학생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지만 여가도 확실하게 즐긴다. Lehigh도 예외가 아니어서 House Party를 가진다. 9월 신학기가 시작된 직후 그리고 긴 겨울을 독서로 보낸 학생들이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Spring Recess 직후에 Open House Party를 전교적으로 시행한다.
일반 기숙사는 학생대표가 주동이 되고 Fraternity는 회장이 각각 나서서 파티를 준비한다. 모든 House가 개방되고 멋지게 꾸미고 가장 좋은 술(주로 맥주)과 안주를 준비한다. 홀아비는 House Party에 순환 방문할 수 없고 자기 기숙사에서만 죽치고 앉아 있어야 한다. 이집 저집 동반한 애인과 함께 순환 방문하다 보면 거나하게 취하고 자정부터 체육관에서 무도회가 열린다. 그때의 음악은 Glenn Miller 음악과, Rock and Roll이 주류를 이뤘다. 무도회는 엄청난 활기가 감돈다.
House Party는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바로 학생회가 준비한다. 우선 Blind date 준비다. Steady한 Sweet Heart를 가진 학생이 그렇게 많지 않다. 따라서 학생회에서 인근에 있는 여자대학에 교섭하여 초대 형식으로 모셔온다. 우선 이쪽에서 간단한 인적사항을 보내면 랜덤으로 여학생이 제비를 뽑아 남학생 짝을 입수한다. Party 전에 만날 학생의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버스가 교정에 도착해서 여학생이 하나하나 내릴 때마다 호명하면 인사하고 짝을 만난다. 복불복이라 ‘묻지마’ 데이트라 할까, 키도 크고 금발에 미인이 나타나면 옆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인근 대학은 주로 Moravian College 또는 Cedar-Crest College에서 모셔왔다. 이 시기가 되면 여대에서도 초급 학년들이 은근히 초대를 기다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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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high의 가을 House Party의 한 장면 (뽀뽀 등 친근한 애정표시를 과감하게하는 학생들은 99% 결혼에 골인한다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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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티의 생리를 경험하고 싶었다. 기혼자임을 Campus가 다 아는 처지에 Blind date를 신청할 수도 없고 해서 Easton에서 친하게 지냈던 Gardner씨의 딸을 빌리기로 작정했다. 교회에서 만난 분으로 외국 학생에게 많은 이해가 있었다. 이미 일본 학생을 Home stay 시킬 정도로 개방적이었다.
Gardner씨에게 전화를 걸어 따님을 House Party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기혼자로서 체면이 있지 Blind date는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더니 문제없다며 딸 Cathy를 바꿔준다. “영광입니다”하면서 초대를 수락했고 파트너는 해결됐다. Cathy는 미모의 대학 1년생으로 활달하다. 몇 차례 가족 야외 파티에서 만난 적이 있고, 일본 Home stay 학생 「카시오」와 같이 몇 번 커피도 마시며 대화한 적이 있어 편한 상대였다.
드디어 10월 어느 토요일 House Party가 있는 날, Cathy가 아버지의 대형 세단 Buick을 몰고 나타났다.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Cathy는 매우 성숙해 보였다. 우선 Taylor Hall 우리 기숙사에서 간단한 예비 Drink를 하고 비교적 넉넉한 Fraternity로 갔다. 왁자지껄 음악에 춤추고 마시고, 사진 찍고 야단이다. Cathy도 Moravian College 학생인지라 수명의 Classmate를 만났다. 친구 가운데서도 인기가 있는 처녀였다.
거나해질 자정 무렵 무도장이 있는 체육관에 갔다. 인산인해, 젊은이들의 축제는 그 열기가 대단했다. 낭만과 광기가 뒤범벅된 그 자리에 나는 약간 겸연쩍은 마음으로 입장했다. 나는 Cathy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 즉, “나는 기혼자이지 않느냐 와일드하게 놀 수 없고 이런 학생 Carnival은 미국 아니면 볼 수 없는 일이고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Event이기 때문에 참석했으니 주로 구경만 하겠다.”고 예고했다. 그 부탁은 쉽게 깨졌다. American Dance는 리듬에 맞춰 발만 옮기면 되고 Rock and Roll은 몸만 흔들면 충분하니 나와서 춤추자고 끌어당긴다. 매우 적극적인 성격의 처녀다.
몇 차례 해보니 할만 했다. 간간이 서부영화에서 보이는 Change Partner Dance는 참으로 구경할 만했다. 다양한 복장에 키, 덩치 또한 제각각인데 거대한 무리의 남녀 학생이 노래 구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 역동감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새벽 3시경 서서히 인원이 줄어들며 4시경 음악이 중단된다. 삼삼오오 짝지어 돌아가고 귀가버스들이 교정에 늘어섰다. 이제는 파장이다. The show is over. Cathy는 아주 행복한 House Party였다고 되뇌면서 Easton으로 떠났다. 다음날 아침, Gardner씨에게 전화해서 “딸을 빌려줘서 매우 감사하다.”고 했더니 대뜸 “Anytime!” 하면서 언제든지 초청하라는 허락이었다.
《이렇게 자유분방한 미국학생들의 생활이 부럽기만 하다. 생활의 기본인 식량문제도 해결 못한 조국을 생각한다. 짜증스럽고 암담해 온다. 미국에 와 있는 많은 젊은 유학생들이 6 .25의 참상을 겪은 세대이고 남북이 이념적으로,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잘 알면서도 국제사회주의(國際社會主義)에 빠져있는 학생들을 종종 만난다. 많은 토론을 했다. 주장은 간단했다. 인도, 아프리카 등지의 저개발국에서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씩 굶어죽어 가는데, 미국만 이렇게 호화로운 생활 대량 소비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국제공산주의(國際共産主義)만이 해법이라는 논리이다.
국경을 터야 한다는 이상주의에 젖은 학생들을 종종 만났다. 당시 미국은 농산물의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땅을 휴경하도록 보조금을 주고 미시시피 강에서 물을 대면 네바다 사막이 옥토가 되는데도 절대 개발하지 않는다. 이런 단편적인 면을 보면 이들의 이론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국민국가(國民國家)를 이끌어 온 나라에서는 이 이상은 꿈에 불과하다. 그 때의 학생들이 귀국해서 학계, 관계(官界)에 많이 종사하고 있는데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수주의로 온건한 처신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