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ns 가족은 나의 작업과 D.C 여행 때문에 휴가도 못 가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해방이 되자 가족 전원이 1주일 예정으로 Pocono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Pocono는 미국 동부에서 아름답기로 이름난 공원 지역으로 울창한 수림과 맑은 호수들이 산재해 있고, 도처에 Camping장이 마련되어 있다. 등산, 낚시, 승마 등으로 유명하다. 특히 여울에서의 낚시가 일품인데 팔뚝만한 무지개송어가 쉽게 낚인다. 성인은 허가증이 있어야 하는데 10세 미만은 증명 없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Eric(당시 8세)을 내세워 교습한다는 조건으로 좀 재미를 봤다.
잔잔한 호숫가에 캠핑 자리를 잡았다. 천막을 하나 차에 걸치고 또 하나의 천막을 숙소로 마련했다. 식사는 주로 야외 바비큐 장에서 하는데 스테이크, 소시지, 콘, 그리고 감자 등을 구워 먹는 맛이란 어디에 비할 데가 없다. 고산지대가 되어 시원한지라, 낮에도 트래킹, 등산, 수림욕이 가능했다. 차를 타고 인근 소읍에 들르면 지방의 특산 음식이 있고 군데군데 미술관, 박물관 등이 있어 소일하기에는 안성맞춤의 유원지였다.
하루 이틀 낙원에서 즐기다 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Easton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귀국 준비를 서둘렀다. 우선 귀국길에는 비행기보다 선박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미국에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육로로 서해안까지 가는 루트를 잡았다. 과거 우리 선배들이 태평양을 항해해 유학길에 올랐던 그런 경험이 나에게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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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별 캠핑 : 미동부((美東部) 최고의 Resort 포케노에서 Eric. Laur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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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한미재단(Korean-American Foundation)의 주선으로 유학을 끝내고 귀국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승선시켜 주는 케이스가 있었다. 미군 수송선(MSTS: Military Sea Transport System)인지라 가능하면 100$ 정도의 금액을 부담해 주기를 희망하나 의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배를 타고 가는 도중 미군 교대병력(交代兵力)에게 교육적인 Interface가 있기 때문이다.
승선 신청을 했더니 일주일 만에 OK 통고가 왔다. 그러나 출국 시에 까다로운 것은 세무기관(I.R.S)의 세금완납증명을 얻어내는 것이다. I.R.S에 연락을 했더니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찬 약 다섯 쪽의 양식이 도착했는데, 이것을 모두 기입해서 제출하란다.
Tax Refund에 경험이 많은 Stevens 교수를 동원했으나 돈을 벌어 쓴 데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고 모두 단기간이었던지라 이런 내용을 전부 망라하자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며칠을 두고 작업을 해야 했다.
가만히 생각하니 최저 임금에다 연(年) 한도 이하의 수입이면 면세가 되는 것을 알고 에라 모르겠다, 해명서(statement) 한 장을 작성해서 보냈다. 언제 입국해서 언제 출국하는데, 그동안 어디어디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고 대충 얼마를 벌어 썼고 연간 벌이가 면세점(免稅點)인 것 같은데 어찌 하오리까 하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2, 3일 만에 완납증명서가 도착했다. 이제 출국에 필요한 요건은 모두 다 구비하였다.
이제는 작별인사와 송별회 참석이다. Lafayette College의 교직원, 동창회의 여러분, 많은 친절했던 이웃과 교회 분들, 신세와 은혜를 입은 내가 초대해야 하는데 환송회를 연일 받는 처지가 됐으니 미안하기 그지없다.
Gardner씨는 교외에 있는 처가댁에 인근의 전 가족을 집합시켜 Garden party를 열어주고, Klein농장에서도 자녀와 교회 가까운 인사들을 초청하여 바비큐 파티를 열어주었다. 그리고 용주골 Mrs. Lee와는 눈물의 이별을 했다. 다정다감했던 그 아주머니는 얼마나 눈물을 흘리는지 글이 안 되는 Mrs. Lee는 서방님을 통해 몇 해 X-Mas 카드를 교환했으나 지금은 살아있는지 궁금하다. 아마 살아 있으면 85~6세가 되었을 것이다.
Easton에서의 마지막 장식은 역시 Mr. Shephard와 관계된다. 점심을 먹고 노신사 댁으로 슬슬 걸어갔는데, 테라스에 이상한 물체가 보인다. 황급히 뛰어 올라가보니 Shephard씨가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짚어 보니 맥은 뛰고 있고 넥타이를 풀고 가슴에 귀를 대 보니 심장은 고동치고 있다. 급히 연락하니 10분 내에 사이렌 소리 요란하게 울리며 구급차가 도착했다. 같이 동승해서 시내를 가로질러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소생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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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은혜를 입었던 Shephard 선생과 작별 (떠나기 전날 병원에 모셔 입원시키고 떠났다. 당시 85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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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ns가족과의 송별연은 그날 밤 Easton시의 유일한 중국 레스토랑에서 「잡수위」 로 끝을 맺었다. 너무 많은 신세를 졌다. 나에게 인간애와 겸손의 기초를 마련해준 분들이다.
떠나는 날 새벽 Mr. Shephard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갔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멀쩡했고 나를 보더니 반가운 미소까지 지으신다. “I'm leaving today.” 했더니 갑자기 우울해 진다. “Are you sure! I won't be able to see you again, Jin Hyu.” 한다. 무겁고 슬픈 이별이었다.
귀국 후 1년 남짓 만에 Stevens 교수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돌아가셨다고 한다. Lafayette 학교 주관으로 장례를 치르고 Easton 공원묘지에 안장되었다고 한다. 후손이 없는 관계로 Stevens 교수 내외가 상주 역할을 하였고 모든 정리를 도맡아 처리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