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2차 대전 때 독일군이 파리를 침공하면서 프랑스 정부 내에서 수도 사수냐, 아니면 프랑스 인민의 영원한 문화재를 살리기 위해 Paris 무혈입성을 용인하느냐로 많은 Pro-con이 있었다 한다. 무혈로 가닥을 잡아가자 「에펠」탑 근처에 있던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조국의 무기력함을 개탄하고 약 1개 소대병력이 입성할 Nazi군대에 대항하다 장렬히 죽어갔다는 이야기다. 대전 당시 그 사건이 유일한 파리 시가전이었다고 한다.
다음 이야기는 Marie가 Paris 시의 동북쪽 지평선 가까운 먼 곳을 가리키며 ‘현대적 고층빌딩이 모여 있는 저 곳이 바로 퐁피두(전 프랑스대통령) 타운인데 현대적 상자(box)형 건물 단지를 조성함으로서 Paris의 역사문화 도시적 면모를 망쳐 놨다’ 고 주장한 일이다. 그 당시에 많은 「파리잔느」가 퐁피두의 결정에 반대하고 퐁피두를 한심한 사람으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 단지는 Paris 금융가의 중심이고 국제무역 거리의 경제 활동의 거점이 되고 있다. 항상 역사적인 평가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리라.
오후에는 센 강 유람선을 타 보기로 했다. 나는 국토개발에 있어 운하의 역할에 대하여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에도 미 국토의 오지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운하는 교통 시스템이 바뀐 지금 모두 사용하지 않고 있으나, 지방 정부가 체육시설 또는 공원화해서 국토 미화에 큰 목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물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넉넉한 마음을 준다.
유럽의 운하들은 아직도 교통물류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강이 센 강이라 하겠다. Paris 시 중앙을 흐르는 이 강은 관광 페리로 그 명맥을 충분히 유지하고 있다. 약 3시간 남짓한 승선은 10여 개의 교량을 통과하는데 다리 하나하나가 모두 조각품이다. 철골 위에 일직선으로 된 우리 한강 다리는 앞으로 많은 미화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하류에 유턴하는 곳에서 다리 Pier에 걸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참말로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미국 New York 허드슨 강 하구에 서 있는 여신상의 모델로서 프랑스가 미국에 기증한 것이라 한다. 선상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그리고 포도주 서비스는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센 강을 운행하는 나지막한 화물선들이 많이 오르내리고 있었으며, 대부분 선상생활을 하는 배들로 빨래가 널려 있고, 아이들이 포함된 가족이 배를 타고 유유히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음날은 핵연료 가공 공장 방문이었다. 지중해의 도시 마르세이유로 가는 중간쯤에 목가적인 전원도시 「바랑스」 가 있다. 읍 소재지 정도의 조그만 농촌마을로 주변에는 포도밭을 비롯한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수원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여객이 많지 않으니 10여 명이 타는 프로펠라 비행기로 약 한 시간 반 정도 날아갔다.
공장도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고, 부지 약 15,000평에 단층 공장 건물 약 5,000평 정도의 소규모 공장이다. 이 CERCA 공장에서 생산되는 핵연료가 프랑스 전 수요를 충당하고 앞으로 한국에도 기술 전수를 할 계획이라 한다. 공장 내부를 도는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은연중 자신이 생기는 것 같다.
차 한 잔 대접 받을 시간도 주지 않고 공장장이 핸드백 하나 들고 앞장선다. 공장장을 비롯해 모두 다섯 사람. 그가 직접 운전하고 밖으로 쏜살같이 달려간다. 나지막한 구릉위에 자리 잡은 고색창연한 조그마한 3층 돌집으로 안내했다. 중세기 파리와 마르세이유 그리고 모나코를 연결하는 마찻길에 세워진 마구간이 딸린 여인숙이었다 한다.
「Bordeaux」 와인의 주산지답게 와인시리즈로 대접했고, 메인은 스테이크인데 채소와 잘 조화된 식단이었다. 옛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시골 주막 같은 분위기를 즐겼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과수농사에 관심을 보였더니 일근의 포도, 사과밭으로 안내했다. 한결 같이 과수나무를 잡아 끌어내려 앉은뱅이로 키우고 있었으며, 사과 및 배나무는 아주 나지막한 부채꼴로 키워 양쪽에서 작업하기 편리하게 전정을 하고 있어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인건비 때문에 인간공학적으로 조성한 농원이라 했다. 우리 농업문화 하고는 사뭇 달랐다.
또 하나 느낀 것은 식사가 끝나자 식사비를 치르는데 최고 책임자 공장장이 직접 계산을 한다. 한국 같으면 서무과장, 또는 용도계장이 소장이나 실장을 대신해서 지불하는 것이 보통인데 거기서는 모든 비용 지출 관계는 참석한 최고 책임자가 직접하는 모양이다. 권한과 책임이 분명히 나타나는 방법인 것 같다. 계급의 권위주의가 보이지 않는다.
파리로 돌아오는 길에 Marie에게 오페라 구경을 주선해 줄 수 있느냐고 주문했다. 아뿔싸, 유럽의 오페라는 10월부터 시작해서 다음해 3월이면 대부분 끝난다는 대답이다. 나의 무식이 폭로되는 순간이었다. 7, 8월 파리는 여름 바캉스로 철시가 되다시피 한다. 「파리잔느」들은 해변으로 떠나고 외지인, 관광객이 파리 시를 점령한다. 이것이 연중 사이클이다. 여하튼 Marie의 성의로 오페라 대신 남자 「솔로」의 현대 무용을 관람하는 것으로 위로를 받았다.
프랑스 전기 에너지 생산의 구조는 특이했다. 첫째 원자력위원회, 전력회사 그리고 민간 Engineering 회사들이 유기적으로 엉키고 설키고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거기에 해외개발 기금이 동원되고 외무성(Quai d'Orsay)이 개입하면 일사분란하게 해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개척된다.
2010년 우리나라가 UAE의 원자력 발전 4기를 수주한 것은 35년 전 내가 목격한 프랑스의 팀웍으로 볼 때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날 전력회사 EDF의 간부 한 사람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한국전쟁 때의 인천 상륙작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서해 바다의 조수간만의 차이가 세계 둘째이고 「맥아더」의 작전 개념이 성공한 것은 기적이라고 하며, EDF 산하에 15만 Kw의 조력발전소를 시험 운영하고 있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흥미가 동하여 관람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가능하다고 해서 열차로 방문했다.
파리 서쪽 「도버」해협 근처에 있는 「랑스」 시에 조력발전소가 있었다. 열차는 숨 가쁘게 달려 약 네 시간 만에 Lance에 도착했다. 섬 하나와 육지 사이를 가로막은 댐인데 「터빈 제네리이타」 그리고 「프로펠라」 샤프트는 해수면에서 약 5층 정도 해저로 내려가 있었다.
마침 「프로펠라 샤프트」 하나를 끌어 올려서 보수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는데, 본체의 금속 합금이 어떻게나 우수하던지 해수에 녹 하나 쓸지 않고, 조개껍질 하나 붙어 있지 않고 특수 페인트가 그대로 붙어 있어 신기했다. B-29의 프로펠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운영 상태는 파리의 본사와 Inter-net으로 연결되어 매 시간마다 기록 분석에 활용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조력발전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귀로에 프랑스 서쪽의 광활한 평야를 내달리는 전철여행은 아주 인상 깊었다. 당시 우리나라 무궁화 호도 꽤나 선진된 시스템이었으나 스피드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고, 진동이 거의 없는 쾌적한 열차였다. 석양에 넓은 평야를 가로질러 내닫는 열차의 창밖은 볼거리가 많았다. 군데군데 나무 숲에 둘려진 시골마을, 멀찌감치 보이는 뾰족탑 교회의 모습, 바로 「밀레」의 만종이 여기서 탄생했구나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