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룻세는 2012년 세계영화제 개최국이었다. 이 영화제는 김용호 부회장을 비롯해 매년 나와 동행해 곁에서 통역을 도와주는 홍인선 통역사 등 총14명의 한국대표단이 참석했다. 역대 참가자들 중 가장 많은 인원이었다.
이 시기부터 나는 UNICA세계영화제 각국 대표들에게 최고의 VIP대접을 받았다. 가입초기 부터 어떤 나라보터 열심히 세계 단편영화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어 온 나의 노력에 각국 대표들이 눈에 띄게 존경의 마음을 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덕분에 불가리아 룻세에서 열린 세계영화제 기간 내내 특별 대접을 받으며 많은 곳을 구경 할 수 있었다.
이 영화제는 함께 동행한 한국협회 회원들에게도 각별한 추억거리로 남은 영화제이었다. 영화제 개막전에 열린 룻세 시내 퍼레이드에서 우리 대표단은 미리 준비한 한복을 차려입고 시내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이 행진에서 34개 참가국 중 가장 많은 박수와 환영을 받았다. 아시아 인구가 많지 않은 동유럽에서 가장 한국적인 의상을 입은 우리가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워 보였는지 많은 불가리아 인들이 우리와 사진 찍기를 요청해 오기도 했다.
거리에서의 크나큰 환대 이외도 2013년 한국에서 열릴 세계영화제 개최를 위한 홍보 프리젠테이션에서도 우리 대표단이 준비한 각종 사진과 자료들은 각 나라 대표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바로 뒤이어 열린 ‘한국의 날’ 리셉션 장에는 각국 대표단들이 모두 참석해 큰 성황을 이루었다. 아마 그때가 지금까지 열린 UNICA세계영화제 중에서 한국 대표인 나와 한국영화가 가장 열렬한 환대를 받았던 때가 아닌가 싶다.
세계영화제 내내 귀빈으로 대접받은 나와 회원들은 행사가 끝난 뒤에 룻세의 상징인 판테온과 근교 이바노바에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암굴교회의 프레스코를 구경했다. 또 스보보다 광장을 중심으로 국립미술관, 국립공원, 해방기념탑 등을 모두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불가리아 바루나 Vaselin Malinov영화협회 회장 부부 덕분에 불가리아 세계영화제는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추억으로 남게 하였다.
평소 흑해를 한 번 구경하고 싶었던 나의 소망을 전해들은 회장 부부는 바쁜 일정에도 나를 태우고 직접 관광 안내를 맡아 주었다. 덕분에 불가리아의 여름 수도라고 불리는 바루나에서 눈부신 흑해바다를 마음껏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수십 년간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지만 천혜의 자연과 역사적 유적지가 많고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문학작품 속 관광지들도 많아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가는데 최적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불가리아 정부에서도 이를 활용해 오랜 경제 불황을 탈피할 관광산업 육성 정책을 모색해 가고 있었다. 불가리아 여행에서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화려하고 웅장한 서유럽의 건축물들과 달리 화려하지 않은 건축 양식에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무채색의 건물들이었다. 대부분 그것은 불가리아 정교회의 성당들이었는데 은은하게 가라앉은 그 색감들이 성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느낌이 상처의 역사를 종교의 힘으로 견뎌낸 불가리아 국민들의 모습 같아 애틋한 마음마저 들었다.
특히 불가리아는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사계절 내내 화창한 햇빛을 볼 수 있어 여행하기에 적격인 날씨였다. 불가리아 세계영화제 주최 측은 그들이 가진 이런 풍부하고 다채로운 관광자원을 각국 대표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민간 차원에서 이런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정부에서는 불가리아 단편영화제와 협회를 지원하는 것으로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었다.
그 경험은 내게 분명한 깨달음을 주었다. 세계적인 관광 선진국들은 보유하고 있는 관광 자원들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행자들의 입장과 요구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관광 컨텐츠를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다, 자국의 예술인, 문인, 화가, 디자이너 등과 협업해 인문자원을 융합하고 관광지 환경 정비, 프로그램 확충, 서비스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최고의 상품을 개발해내는 것이다.
또 자국의 관광가치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또 관광자원이 최고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정책적 지원들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지 끝없는 정책적 연구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세계적인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의 드라마나 노래에 자국의 명소들이 촬영지로 이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다방면의 투자를 지원한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에 해외 촬영은 필수코스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성공한 한 편의 영상예술이 가져오는 파급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한국 고유의 문화 상품 개발이나 창의적 관광 콘텐츠 상품개발에 힘을 쏟지 못하는 실정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영상 예술분야의 인재들을 수없이 보유하고 있으면서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는 것이다. 효용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우수 재원들은 중국자본에 흡수되어 중국의 문화예술 시장에 핵심 역할을 맡기고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인 한류는 우리나라의 문화 위상을 높여 역전된 문화 흐름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런 문화적 현상은 장기적으로 문화적 효과가 국가 경제의 활성화와도 연결된다. 문화는 사람들의 의식과 생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문화수출이 활성화되면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신뢰도가 상승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나아가 한국 상품의 국제경쟁력 향상 및 외래의 관광객 유치를 도모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문화의 모습은 주체적으로 독창성을 지닌 수준 높은 대중문화이다. 장르를 떠나 한국만의 정서가 담긴 소재와 다양성을 내포한 컨텐츠만 개발 된다면 우리의 고유한 문화적 특수성을 지니면서도 세계문화를 포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세계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보편성까지 포괄한 문화상품들이 바로 우리나라, 한국인들에 의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빛나는 순간 한국 UNICA와 협회회원들 역시 누구보다 핵심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낼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