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 記
2005년 11월11일 김천시에서 남편의 추모비 제막식이 있었다. 아침에 비가 와서 땅이 조금 젖은, 우수에 찬 초겨울날이었다.
그의 생애 대부분을 바쳐 사랑한 곳!
그의 땀과 수고와 열정이 뭉쳤던 곳!
그곳 실내체육관 앞산 기념식장에는 그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1천여 명의 내외귀빈과 김천시민들이 참석했다. 20년 동안 그이의 참모로 헌신했던, 박팔용 김천시장은 그이의 업적을 기리고 “젊은이들에게 존경심을 일깨우며 큰 뜻을 품은 훌륭한 인물들이 김천에서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추모비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정치인을 위한 추모비를 세운 예는 김천시가 처음일 것이다. 나는 제막식 내내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그이를 생각하며 목이 메었다. 그이도 나처럼 감격해서 울었을 것이다.
추모비의 조각은 고려대 강희득 교수가 맡으셨고, 비문의 글은 이어령 전 문공부장관이 쓰셨다. 다음은 비문의 전문이다.
여기 김천 땅에서 태어나 그 이름을 사해에 떨치신 朴定洙 (紫雲)박사의
모습을 다시 본다.
집에서는 자애로운 남편과 어버이셨고 마을에서는 다정한 친구였으며
학교에서는 학식 높은 교수였다. 그뿐이랴. 의정 단상에서는 5선
의원의 의로운 정치가였으며, 세계에서는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이 나라 외교의 수장이셨다.
무엇보다도 김천 땅을 사랑하시고 고향 사람을 위해 몸 바쳐 일하시니
그 은공은 황악산 봉우리보다 높도다. 앞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앞서
가신 그 발자취를 따라 이 나라의 기둥이 되고 세계의 지붕이 되리니
김천의 영광은 온 누리를 비칠 것이다.
생각은 세계화로 하고 행동은 지역화로 하신 그 큰 뜻을 이어 이제
15만 시민이 그리운 이름을 돌 위에 새기나니, 모름지기 뒤에 오는
사람들은 그분과 함께 한 나날들을 길이 전하고 기억할지어다.
박 시장을 비롯하여 추모비 건립에 협찬해 주신 여러분과 모든 김천시민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