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외무장관을 기용할 때마다 커리어 외교관이냐 정치인이냐의 이슈에 대한 찬반론이 고개를 든다. 그동안 거의 내부자가 외무부 수장자리를 차지해 왔다. 실은 커리어 외교관을 외무장관으로 기용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될 것이다. 한국은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하나이다. 내각책임제는 의례히 국회의원이 장관이 되며 미국은 대통령 중심제인데도 국무장관은 정치적으로 임명된다.
남편을 통한 간접경험을 통해서 터득한 것이 있다. 외교부는 정치인 출신이라야 개혁이 가능하지 안에서 기용되면 개혁이 힘들다고 한 임동원 전 청와대 안보수석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내부자일 경우 외교부에서 수십 년 간 근무하는 과정에 형성된 친분관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파벌조성은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난한 공무원 생활이 몸에 밴 사람들에게는 개혁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임명자는 외부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고 장관의 정치적 비중에 따라서는 부처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무조건 정치인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전문성이 결여된 정치인 출신 장관은 내부자보다도 못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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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수 외교통상부장관 초청 역대 외무장관들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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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가 외교부를 떠나게 되었다는 뉴스가 나가자 제일 먼저 미국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전화통화에서 “그런 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면 나는 여러 번 잘렸을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보낸 편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Dear Chung-soo:
It was with great regret that I learned of your departure from the post of Minister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During your stewardship, I was deeply pleased that you and I formed a close personal bond that helped our two nations to enhance the cooperation and friendship that has long been the bedrock of the U.S.-ROK alliance. President Kim Dae-jung's visit to the United States and our own recent meeting in Manila provided memorable opportunities for us to work together on key bilateral and regional issues. In the days to come, I will recall fondly and often not only your valuable policy insights but also your remarkable wit and charm. I have confidence that working together the United States and the ROK will build an even stronger partnership based on the work we achieved together.
Please accept my best wishes for your future endeavors. It was a great honor and a genuine pleasure to have worked with you. I hope to continue to benefit from your wise counsel.
Sincerely,
Madeleine K. Albright
註 아래는 번역임
정수 씨
외교통상부직을 떠나셨다니 대단히 유감입니다.
장관님이 자리에 계시는 동안, 장관님과 제가 친밀한 개인적 유대를 구축하여, 오랜동안 한미관계의 초석이되는 협력관계와 우정을 보다 강화시키므로써 두나라를 도울 수 있어서 대단히 기뻤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의 미국방문과 최근 마닐라회의는 양국 및 지역의 주요한 문제에 대해 함께 일할수 있었던 잊지못할 기회였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장관님의 귀중한 정책적 혜안뿐만 아니라 놀랄만한 위트와 매력을 좋은 기억으로 간직할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이룩한 업적을 토대로 한국과 미국이 함께 협력한다면 두 나라가 보다 더 강한 파트너쉽을 만들어 나갈것이라 확신합니다.
장관님이 앞으로 하실 일 모두 잘 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장관님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고 진정한 기쁨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장관님의 현명하신 조언을 지속적으로 받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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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외교통상부장관 사퇴기사 (한겨레신문. 1988. 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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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일본 외무장관, 동남아 국가 외무장관 등이 마닐라에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데 그이가 장관직에서 떠나게 된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는 편지들을 속속 보내왔다. 마닐라에서 사귄 외무장관들은 형식상의 편지가 아니라 ‘말이 통하는 박장관의 이임을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내용의 위로 편지들이었다. 다음은 일본 외무장관의 편지 전문이다.
대한민국 전 외교통상부장관 박정수 각하
謹啓
귀 장관의 돌연한 사임소식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으며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하였습니다. 또한 금번 본인의 외무대신 취임에 대하여 따뜻한 축사를 보내주시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릴 겨를도 없이 이 같은 글을 올리게 되어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귀 장관께서는 취임이래 일한 우호협력관계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오셨습니다. 특히 지금까지의 일한 어업협정 체결협상에서 귀 장관께서 하신 역할에 대해서는 저로서도 협상의 조기타결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매우 마음 든든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외무대신으로서 귀 장관과 함께 일할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가을로 예정되어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시 만나 뵙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로 이번 사임소식은 더욱 유감 이였습니다.
귀 장관께서는 외교통상부장관으로서 중책을 다 하신 귀중한 경험과 외교에 대한 깊은 식견을 충분히 발휘하시어 앞으로도 일한 우호협력관계의 발전을 위해 저희들의 우인으로서 계속해서 도와주실 것을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귀 장관께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귀 장관의 발전과 건승을 기원하는 바입니다.
敬具
1998년 8월 4일
일본국 외무대신 高村 正彦
그러나 무엇보다도 수통의 외통부 대사급과 중견 젊은 외교관들로부터 받은 위로의 편지들이 우리부부에겐 큰 힘이 되어주었다. 비슷비슷한 내용인데 요약을 하면:
.......외통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계신 장관님께서 구상하신 포부를 제대로 펴보실 충분한 시간을 가지시지 못하고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스스로 자문하면서 우리 모두가 장관님을 제대로 보필해드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머리 숙이고 있습니다….
장관님께서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Albright 국무장관과 공적으로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돈독한 rapport를 이루셨고, 오부찌 신임 일본총리와도 각별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우리외교의 양대 기둥을 탄탄히 하시고, 국민의 정부외교 영역을 확대 발전시켜 나가려는 시점에 뜻하지 않게 외교통상부를 떠나시게 되어 아쉬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