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달러라면 1962년 한국의 1년 간 수출액인 5,482만 달러의 약 40%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한국은 쌀과 중석을 일본 등지에 수출하여 이러한 외화의 대부분을 벌고 있는 것이 당시의 실정이었다. 걸프오일이 그만한 액수의 차관을 주고 또 500만 달러를 투자하여 공장을 만들게 한 것은 오늘의 한국의 경제부흥과 발전에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었고, 그 중대한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걸프오일은 그 후에도 한국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1963년 연말 1억 달러여야 할 한국정부 보유달러가 600만 달러나 부족했을 때 걸프오일이 부족액을 빌려주어 한국이 국제적 신용을 상실하는 위기를 모면한 일도 있었다. 클랜시 씨는 이러한 걸프오일의 결정을 주도하는데 항상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해주었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꿈의 정유공장은 1963년 12월 14일 드디어 완공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 경제에 사상 최대로 심대한 효과를 나타냈다.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석유류의 공급가격이 종전의 절반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하던 에너지를 국내에서 생산해서 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가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경제개발의 길도 크게 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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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석유공사 울산정유공장 준공식에서 경과 보고를 하고 있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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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장 규모는 일산(日産) 3만 5,000배럴이었다. 당시 수요량은 1만 3,000배럴에 불과했기 때문에 처음 6개월은 오히려 생산초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생산 능력의 절반 이하로 공장을 돌린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요는 얼마 안 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정유한 기름은 가격이 싸서 소비자는 마음 놓고 기름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만 2년이 지나자 3만 5,000배럴로는 공급이 부족해 5만 5,000배럴로 확장했고 다시 2년 후인 1968년에는 시설량이 3배가 넘는 11만 5,000배럴로 늘어났다.
1966년에 나는 박태준 씨의 알선으로 청와대를 방문, 박정희 대통령을 만났다. 석유화학공업과 석유전반에 관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서였다. 박태준 씨는 당시 이미 포항제철을 창립하고 있었다. 그가 아직 최고회의의 상공분과 위원장으로 있을 시절, 그는 정유산업에 대한 나의 포부를 귀 기울여 들어주었고, 석유공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의 역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분이었다.
2시간이나 계속되는 브리핑 동안 대통령은 시종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모를 대통령 앞에서 브리핑을 하자니 거북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리핑이 끝나자 대통령은 문제를 하나하나 따져가며 꼼꼼히 질문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가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반드시 나중에 공부해서 알아두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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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4년 쿠웨이트산 원유 33만 배럴을 싣고 Mina al Ahmond 항을 떠나 1월 22일 울산항에 입항한 Gulp italian호 선상에서 /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처음으로 우리 땅에 도착한 원유로, 울산정유공장 시운전용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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