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엔지니어링은 국내외에서 정유와 석유화학 뿐 아니라 제련, 펄프, 발전의 각종 공장을 건설하면서 한편으로 타당성 조사, 상세 설계, 자재구매, 건설시공, 시운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행정수도와 공업도시 개발계획에도 참여하여 명실공이 종합기술회사로 역할을 다해갔다.
전엔지니어링은 회사를 재건하자마자 울산석유화학단지에 이수화학의 알킬벤젠(합성세제 원료) 공장건설을 수주하여 기일 내에 완공했다. 또 일광화학의 50톤 규모의 황산공장, 200톤 규모의 황산공장을 잇따라 설계, 건설했다.
유니온가스회사의 공기액화 산소와 아르곤 생산공장을 건설했고, 석유공사의 나프타분해공장 확장공사도 수행했다. 또 1974년에는 대성메타놀의 일산 1,000톤 규모의 메타놀공장, 1979년에는 JGC와 합작으로 대한제당의 과산화수소공장을 지었다. 이 공장의 준공으로 당시 수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오던 과산화수소는 국내 생산으로 충당하여 연간 1,000만 달러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었다.
1970년대에 정부가 중화학공업 육성책을 세우면서 대형 공장 건설이 활성화했고, 그에 따라 엔지니어링의 수요가 가속도로 커갔다. 우리나라는 가공제품 수출이 늘어나는 동시에 원료나 시설재의 수입도 급격히 늘어나 무역적자를 내고 있었다. 따라서 원자재의 자급화와 기계설비 및 플랜트의 국산화가 시급했다. 박 대통령이 1973년 1월 발표한 중화학공업정책은 이런 사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어 그해 2월에는 ‘기술용역육성법’이 제정되었다. 그 골자는 ‘기술용역업을 영위하려는 회사는 과학기술처에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기술용역협회가 창설되었고, 나는 1977년 이 협회의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나는 전엔지니어링의 선진기술 습득을 위해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UOP, M, W, 캘로그, JGC, 지요다화공건설, 데이비파워가스 등과 기술협정을 맺고 활발히 교류했다. 그리고 1977년 1월에는 용역건설회사인 미국의 S&W(stone & webster engineering Co.) 사와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하는 각종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장기기술협력계약을 체결했다.
S&W사는 원자력발전을 위한 각종 화력, 수력, 조력발전 및 송배전(送配電)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이다. 그들은 당시 발전용량 2,800만 kw에 달하는 22개의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37개소의 각종 발전소를 건설한 회사였다.
이런 관계로 우리는 이런 외국회사와의 왕래가 활발해졌다. 1978년 1월에는 미국 에슬랜드 케미컬(Ashland Chemical Co.)의 돌프 뮬러(Anton Dorfmueller) 사장이 내사했으며, 2월에는 미국 굴지의 재벌회사 Charter사의 메이슨 사장이 찾아와 우리와의 기술제휴에 대해 합의했다. 또 같은 해 8월에는 미국의 Caltex의 스튜어드 부사장이, 11월에는 바레인의 Jaral Trading Co.의 자랄 타카슬 사장이, 1979년 1월에는 프랑스의 Technip사의 사절단이 우리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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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알 카프치에 건설한 해수담수화학 공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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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에 한국기술용역협회가 집계한 국내기술용역 도급 총 계약고(契約高) 119억 3,828만 원 중 전엔지니어링은 10억 9,100만원을 차지했다. 이것은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다음으로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리 다음으로는 코리아엔지니어링, 스매크, 우대기술단, 도화종합설계, 대지종합기술, 아세아항업, 삼안건설기술, 한국해사기술 등이 뒤를 이었다.
전엔지니어링은 정부의 굵직한 국책사업계획에도 많은 컨설팅을 했다. 1973년의 창원종합기계공업기지 개발계획 조사보고서, 공업 및 주거지역 마스터플랜 수립, 구미공단의 상업 및 주거지 개발계획, 온산개발설계와 대안의 타당성 조사, 여천공업 및 주거지역 뉴타운의 개발수립, 대덕연구단지의 종합기본계획의 마스터플랜과 레이아웃 등을 맡아서 수행했다.
이 계획들은 단순한 공업단지의 차원을 벗어나 고차원적인 연구학원도시로 육성할 것, 공업도시로서 한국이 필요한 기술공 등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산업교육기지로 발전시킬 것, 그리고 단지로 들어오는 모든 기관들이 세계 공통의 매트릭 시스템을 사용하게 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강조하는 것이었다.
매트릭 시스템은 세계에서 아직도 사용되지 않고 있는 지역이 있다. 영국, 독일, 미국 등지에서는 미터 대신 인치와 피트를 사용하며 무게도 킬로그램이 아닌 파운드 단위를 사용하며 영국과 미국의 경우 그나마 각 단위에 차이가 있는 실정이다. 공업단지에 이런 차이가 생긴다면 그 번거로움은 상상하고 남음이 있다. 나는 이러한 모순을 제거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했다.
1977년에는 포철공업기지 배후도시 정비구상 조사보고서와 2000년대의 서울도시계획, 1978년에는 신수도권 정비 기본구상 조사보고서, 서해안종합공업기지 건립구상 조사보고서도 만들었다. 우리가 해낸 일에는 요새 와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꺼리가 이미 다 들어 있었다. 온산공업단지, 대덕공업단지, 구미공단, 창원공업단지 등도 그러려니와 신수도권(新首都圈) 이야기도 이미 1970년대에 있었던 구상이었던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계획 조사보고서는 1978년에 만든 것이다. 정부는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시키는 한편 급격한 공업화로 야기될 공간질서, 교통, 통신, 에너지 공급, 수자원의 정비, 인구, 교육기관의 배치 등 수많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수도권정비안을 위한 조사보고서를 전엔지니어링에 위촉했다. 행정수도 5대 거점은 대전권, 전주권, 광주권, 대구권, 마산권이며 이에 아울러 여천, 온산 등지에 중화학공업기지를 조성하여 서울의 비대화를 억제하려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적절한 안을 세우기 위해 우리는 일본, 유렵, 미국의 시대별 인구배치와 이동상황, 증가율을 비롯하여 교통망의 실태, 물류의 실황 등을 모두 조사하여 우리나라에 조성할 수 있는 수도권의 참고로 삼았다. 또 하천의 흐름과 교통망의 실황도 일일이 조사했다.
이런 일들은 돈벌이 면으로는 별 것이 아니었으나 나라의 장래를 위한 밑거름이 되는 일이었기에 우리는 성심을 다하여 일에 몰두했다. 전엔지니어링은 이렇게 내용적으로도 충실해가고 기업으로도 뻗어나가고 있었다.
정부가 세운 중화학기본계획 용역은 전엔지니어링 민석홍 씨와 정진행(鄭鎭行) 씨가 주로 맡아 추진했다. 구미공단의 경우, 우리는 항공사진을 찍고 이를 확대하여 단지의 세부계획을 표시하여 완성된 이후의 ‘공업단지 상상도’도 만들어 청와대에 제출했다.
전엔지니어링의 컨설팅 작업에는 일본의 JGC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들은 우리와 일하면서 한국이 자동차공업을 일으켜야 나라가 빨리 발전할 수 있다는 건의도 했다. 나는 이러한 나의 노력이 오늘의 한국의 주요 공업단지나 공장건설에 초석이 될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는 동시에 자부를 느끼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