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공업화가 진행되고 인류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환경보호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전엔지니어링과 신한은 일찍부터 환경보호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공업화로 심각해지는 환경보존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사내에 환경부를 설치하고 보사부 등록 제3호로 종합공해방지 시설업체로 등록했다. 또 이 환경보호사업을 위해 이 방면의 유력회사인 아사히엔지니어링 회사와 기술협력계약을 맺었으며 사내 연구소에서는 환경을 중요한 연구테마로 다루게 했다.
구체적인 환경보호사업 실적으로는 대전피혁, 삼풍제약, 이수화학, 일광화학, 백병원, 정식품의 폐수처리시설을 장치했고 한국전력 당인리 화력발전소의 매연탈황산시설(煤煙脫黃酸施設), 예비검토와 서울시 서부위생처리장 탈취시설(脫臭施設) 등을 시공했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비슷한 시설을 세웠다. 사우디 국방부의 발주에 의해 1980년 리야드의 폐수처리공사를 할 때 지요다화공건설의 하청업체로 참여했다. 이 공사는 사우디 측의 요청에 의하여 추가공사가 계속되어 총공사비가 3,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대기업의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속속 창립되었으나 중견기업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전엔지니어링의 알찬 실력을 인정해 꾸준한 고객이 되었다.
전엔지니어링은 어느 계열 기업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 업체였다. 이것은 현대, 대우, 삼성, 럭키 등의 대회사에 소속하는 엔지니어링과 색깔을 달리한 것이었다. 전엔지니어링은 신한과 공조하면서 통제는 전엔지니어링이 맡고, 시공은 신한이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일해 나갔다. 1975년 신한기공 부사장으로 있던 이남주 씨가 자기 회사를 차려 회사를 떠난 뒤 1977년부터 나는 내 신조에 의한 운영을 시작했다.
즉, 건설과 엔지니어링의 종합기능을 갖춘 EPC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객의 구상과 요망사항에 맞추어 최적의 공정, 설비를 채택해 설계를 하며 필요한 기자재는 전 세계에서 조달해 시공현장으로 수송하면서 납기 내에 완공, 인도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EPC란 engineering(설계), Procurement(조달), construction(건설)의 머리글자를 따온 말이다. 종래의 시공 위주의 방식으로부터 두뇌와 설계에 중점을 두는 형태로 옮겨간 것이다.
EPC시스템에 따라 신한기공은 건설부문과 오산 공장을 주로 담당하고 전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링을 주축으로 재무, 관리, 사업개발을 담당하며 영업은 양사(兩社)의 공동 조직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전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남근우 씨와 이근우 씨가 임명되었고 전무이사는 오승환 씨, 윤진만 씨, 민석홍 씨가 맡았다. 또 상무이사로는 성정자 씨와 정규원 씨가 임명되었다.
전엔지니어링과 신한은 국내 시공으로 쌓은 실력을 살려 동남아, 중동, 남미로 활동분야를 넓혀 나갔다. 1971년의 도미니카 정유공장 건설을 필두로 홍콩 정유공장, 에콰도르 정유공장 배관공사를 거뜬히 해냈다.
싱가포르 정유공장을 건설했을 때에는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신한기공은 1972년 3월에 싱가포르 정유공장과 저장시설 건설공사 계약을 맺었다. JGC가 국제입찰에서 낙찰한 공사를 하청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동아일보 김순경 특파원은 1973년 1월 15일 신년특집기사에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 싱가포르 정부는 미국의 아모코(AMOCO), 일본의 이토추 등의 투자를 빌어 여의도만한 섬 전체를 용량 60만 배럴짜리 탱크 40개와 일간 7만 배럴를 처리하는 가열료를 비롯한 시설로 채우는 6,000만 달서 상당의 공사를 하고 있다.
신한기공은 이 공사에서 해안에 이르는 송유관의 원유탱크 가열로 처리장 및 각 저장탱크에 이르는 수만 가닥의 동맥선 파이프로 섬 전체를 거미줄 같이 엮어 나가는 일을 맡았다. 불과 몇 인치 밖에 되지 않는 굵기에서 아름드리만한 크기까지의 파이프를 그물 짜듯이 제 길을 찾아 이어가는 이 작업은 정유공장 전체 공정의 50%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기술자 80명, 배관 및 용접공 150명 등 231명의 한국인들이 200여명의 현지인을 고용한 고된 공사를 펴 나간다.
건설업의 해외 진출은 설계, 원자재, 시공의 3단계가 있다. 설계와 원자재는 주로 미국과 일본, 시공은 한국이 맡아왔다. ‘개인 또는 회사의 차원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많은 기술자들을 해외로 파견, 우리 설계 팀이 해외로 진출하여 우리의 자재를 동원해서 우리 손으로 시공해야만 하겠다’는 게 이곳 코리안들의 다짐이다. 국산 자재들도 조금만 더 손질하면 국제 공사장에서 충분히 쓸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 얼굴은 검게 타 있으나 조국의 장래를 멀리 내다보는 그들의 눈동자엔 밝은 코리아의 내일이 그려져 있다......》
신한기공은 1974년 3월 7일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우수한 기술 및 근면성을 인정받아 표창장을 받았다. 당시 현대, 대림, 산환 등의 업체는 이미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여 고속도로 및 주택건설공사를 진행 중이었으나 정밀 기술을 요하는 플랜트 분야에서 외국에 나가 이만한 공사를 할 능력을 가진 회사는 우리밖에 없었다.
전엔지니어링이 이룩한 최고의 플랜트 공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SIR(Saudi Industrial Resin) 공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인 카말 아담 씨의 조카인 베드라위 씨의 요청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제다 시에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연산 1만㎥의 불포화폴리에스터 수지공장을 세우려는 것이었다.
애슬랜드 케미컬(Ashland Chemical)사의 공정 라이센스를 얻어 건설한 이 공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런키 플랜트 건설이다. 전엔지니어링은 타당성 조사에서부터 공정설계, 상세설계, 자재구입, 건설, 시운전 1년 간의 운영관리 등 모든 것을 맡아 공사금액이 2,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엔지니어링 회사의 최고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100% 턴키공장 건설을 달성한 것이다. 나는 그 공로로 건설의 날에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전엔지니어링은 또한 물이 귀한 사막지대에서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담수화공장도 건설했다. 담수화에는 다단계 증발 방식과 역삼투입 방식의 2가지 방식이 있는데, 우리는 주로 다단계(MSF)방식 공장을 건설했다. 1톤의 기름을 때면 약 10톤의 수증기가 만들어지는데 MSF는 압력의 차를 이용하여 한번 이용한 열을 계속 재활용해 더 낮은 비등점을 반복해서 만들어내면서 100톤 이상의 담수를 만들어내는 공정이었다.
1973년에는 일본의 사사쿠라엔지니어링과 협력하여 홍콩에 일산(日産) 400만 갤런의 담수화 공장을 지었고, 1976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미츠이조선(MES)과 합동으로 담수처리 공장을 지었고, 또 같은 해에 쿠웨이트 압둘라 알하무드 알 슈와이어((Abduilah Alhamoud Al-Shuwayer)가 발주한 일산 30만 갤런 규모의 공장을 완공했다. 그리고 1980년에 이르러서는 알 주베일(al Jubayl)에 2개의 해수 담수화 공장을 지었다.
알 주베일 지역의 담수화공장 공사는 사우디의 왕실위원회에서 발주한 것으로 일산 528만 갤런을 생산할 수 있는 2기의 해수담수화 시설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구매, 건설 및 1년 간의 시운전, 정비일체를 포함한 큰 공사였다. 신한기공의 시공 부분은 기계설치, 탱크 제작과 설치, 전기, 도장공사였으며 전엔지니어링은 상세설계, 자재구매, 프로젝트관리, 건설감리, 해수흡입장치, 17만톤 규모의 저수장치를 맡았다.
1981년에는 사우디의 알 카프지(Al Khafji)에서 일산 250만 갤런 규모의 담수화공장 2기를 SW(Saline Wster Convertion Corporation)을 위해 지어주었다. 바레인의 아드 드루(Ad Dur)에서 SWCC를 위해 하루 1,000만 갤런의 역삼투압 해수담수화 공장을 지어 준 것도 비슷한 무렵의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