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80년 10월 23일 건설부장관에게 ‘해외건설업체 정비조치’에 대한 건의서‘를 보내 신한기공의 입장과 유감을 표명했다.
“...... 공사용 현지 기자재를 포함하여 일괄 도급받는 토목, 건축공사업자와 현 시점에서는 국산 기자재의 공급 여건이 따르지 못하여 주로 기술 인력과 장비 운영만을 도급받음으로써 그 수주 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는 플랜트건설 업자를 일률적으로 1억 5,000만 달러라는 수주금액을 기준으로 하여 분류함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앞으로 해외건설시장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은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성공적으로 수주하고 있는 토목공사의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와 아직은 미약하나마 곧 실현 가능하게 될 플랜트 건설 분야의 두 길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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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치로 해외에 나가게 된 업체 중에는 건설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가 대부분이며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플랜트 건설 분야는 그 분야에 대한 과거 경험과 기술축적 없이는 입찰자격 조차 받을 수 없으며 이로 인하여 해외플랜트 건설 입찰의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이며 과고 12년간 플랜트 건설에 주역한 신한기공과 같이 해외에서 그 기술 능력을 인정받은 회사만이 플랜트 건설 입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간절한 건의에도 불구하고 신한기공은 구제되지 못했다. 입으로는 플랜트 수출, 기술입국, 수직성 제고를 외치지만 ‘한번 정하면 고칠 수 없다’는 경직된 군사문화에 젖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국익을 저해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신한기공은 법령 개정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공사의 수주가 불가능해지자 회사의 영업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원, 하수급자 분류 대상으로 적용받고 있는 일반 건설업(토목, 건축) 면허를 반납하고 특수 및 전기공사업 면허만 보유하게 되었다.
신한기공은 지금까지 해온 특수 플랜트 및 전기 분야의 원도급 또는 하도급에 어떻게든 참여할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다했다. 일부 이사들은 수주하기 위해 대기업공사의 하청이라도 맡도록 노력해보겠다고 건의했으나 나는 거절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1950년대부터 엔지니어링 사업을 펼치고 그 최전선에서 온 몸을 바쳐 30년을 일해 온 나의 긍지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하다가는 감당 못할 부채만 지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나는 이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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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3년 바하마 정유공장 / 중남미 바하마를 처음 개척하여 정유공장 탱크를 설치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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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전엔지니어링도 신한기공도 우수한 기술인력을 양성 보유하여 일해 왔기 때문에 그 능력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기회만 주어졌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더 나라를 위해 유용한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을 닫아야 했던 그 억울함은 형언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한 가지 위로가 된 것이 있다면 우리가 길러낸 인재들이 그 후 각 방면으로 진출해 우수한 기술자로서 활약하여 계속 산업계에 공헌했고 그 결과 고위직에 올랐다는 점이다.
전엔지니어링과 신한기공 출신들은 생명력이 강인하여 국내외의 각계로 퍼져나가 착근에 성공했다. 내가 푸른 꿈을 안고 1971년에 뽑은 많은 공채 1기 출신들도 아직 현역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전엔지니어링의 학구열과 연구심이 강한 사원들은 대학 교수나 연구소로 나아갔고 설계와 각종 프로젝트 수행에 능숙한 화공 직원들은 대기업으로 진출하거나 스스로 창업했으며 배관, 전기, 계장, 기계 파트에서는 대기업 아웃 소싱의 물결을 타고 단종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이들은 전엔지니어링에서 절차탁마한 고도의 강한 기술력을 자랑하면서 모두 내노라 하는 기업이 되었다니 그들과 끝까지 할 수 없었던 내 마음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다.
전엔지니어링 연구소의 박상언 선임 연구원은 인하대 화학과 교수로, 김영준 선임연구원은 바이오콘(주) 연구소장으로, 박달근 씨는 서울대 공대 센터장이 되었다. 모세영 박사는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로 진출했으나 2007년 작고했다.
화공부 출신으로 엔지니어링 관련사업에 진출한 이들은 김호근( 명지엔지니어링), 김성일(SWF & C), 김태원(콰드란드 코리아), 김정훈(우베), 김한호(에이엠에스크레비즈), 류종찬(화엄실업), 문제한(Moon Co), 백민(원하이테크), 송영헌(GES), 양일구(P.T. UNGGUI INDAH Corporation), 임병대(제일엔지니어링), 이덕생(거신기술), 장문택(세우엔지니어링), 장중영(신원인터네셔널), 정융구(신양상사), 조경진(다우이엔씨), 하종길(금호화성) 대표가 있다. 검사부출신으로는 강성윤(서울기계), 오태록(이즈텍), 이재덕(현대기획), 황헌익(신흥) 대표가 활약하고 있다.
배관부에서는 강묵(대흥실업), 김수현(한신플랜트ENG), 김원찬(한일플랜트), 김일호(예사랑), 백문현(원진엔지니어링), 변희자(테크서버), 윤해균(도원건설), 이건호(한국프랜트ENG), 이순관(극동스리팅), 이인재(타임산업), 임동진(현광엔지니어링), 임연근(우림eng), 전덕희(대일종합기술), 하상희(STB 휴먼링크), 하옥호(삼우엔지니어링) 대표를 헤아릴 수 있다.
기계 부분에서는 권운섭(SBC Gen Treding & Conrracing Co), 표철훈(청송TEC), 전재헌(한창고압기공) 대표가 있으며 계장에서는 박찬규(오세제어기술산업) 대표가 있고, 구매팀에서는 양태열(금정공업) 대표가 뛰고 있다. 이수화학 부사장과 한국윤할유공업협회장을 지낸 곽훈식 씨는 ㈜티티밸런스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대형 엔지니어링 회사를 꼽아보면 대우엔지니어링에 윤형근 대표와 이성래, 최태균, 이종균, 허명종 상무를 비롯해 김성수, 김인성, 용태순, 윤지헌, 이근효, 최병삼, 이규홍 씨가 있다. 공영환, 김상훈, 민병유, 이영남, 정용필, 정철호 씨는 신화건설을 거쳐 SWE & C로 뻗어 나갔다.
삼성엔지니어링에는 김남철, 성부용, 오흥남, 이정국, 정현순, 최경환, 배기종 씨가 둥지를 털었으며, 현대엔지니어링에는 김종태, 엄원섭 씨가 진출했다. 최용호, 송석방 씨는 현대건설 전문위원으로 근무 중이며 현대중공업에선 이순용 씨가 상무로 올라갔다. 연륜이 오래된 도화종합기술에는 윤중현 본부장과 김종수 상무가 꼽힌다.
SK건설에는 화공 출신의 김윤근 중동사업총괄 전무, 권숙형 AP총괄 전무, 최승우 배관팀장을 비롯하여 권오희, 남상헌, 박용길, 박흥상, 안희탁, 이명수, 이한유 씨가, 그리고 SK에너지에는 유익상 전무와 김광은 씨가 활동 중이다.
GS건설에는 유건준 상무, 권영주, 박호진, 연인옥, 이석하, 이신승 씨가, 대림산업에는 권수열, 김성일, 이기정, 이준길, 조규환 씨가 있다.
KOTRA에 박관식, KOPEC에 김동길 씨, 포스코건설에는 김대호 전무가 근무 중이다.
또 유공출신으로 전엔지니어링에 합류했던 홍신기 씨는 SK에너지의 SK건설 전무를 거쳐 개인사업을 하고 있고, 전엔지니어링 바레인 법인장을 지낸 이승무 씨는 국제종합건설을 거친 뒤에 남진희 씨는 쌍용정유 공무부장을 거쳐, 정호섭 씨는 상용건설 현장소장을 거쳐 각각 은퇴했다.
신한기공의 해외건설본부장이던 김명기 씨는 이수건설과 ㈜에스티서비스 부회장을 거쳐 현직을 떠났다. 이색적으로 이수화학 전무이사를 역임한 용현중 씨는 세무사무소를 개업 중이며, 신한의 김용기 씨는 부동산 사무소를 냈고, 관리팀의 김재수 씨는 노량진 수산시장에 상점을 열었다. 배관의 신숙자, 윤수용, 이용범 씨는 미국에서 사업하며 살고 있다. 배관설계의 전설인 김인호 부장은 작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