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남(趙政男) | 前 SK텔레콤 부회장
1966년 9월 어느 날 나는 이 나라의 위대한 선각자 한 분을 뵙게 되었습니다. 물론 나의 이후 인생도 거의 결정되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바로 당시 기술이사 전민제 회장님을 뵌 것입니다.
회장님의 질문은 단 하나. “너 입사하면 몇 년이나 다닐거야?” 천방지축 날 병아리들을 붙들고 앞으로 큰일을 할 수 있을까 가늠해보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제가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나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때 나는 “적어도 10년은 다니겠습니다.”고 말씀 드렸고, 회장님과 약속한 4배가 넘는 42년 6개월을 한 직장에 종사했습니다.
대한석유공사 입사 1년쯤 되어서라고 기업합니다. 도대체 내 직업인 화공기술자라는 것이 무엇인지 더듬고 있을 때, 우리의 선각자이신 전민제 회장님의 말씀이 떨어졌습니다.
“두 가지 과업을 시급히 이루어야 하는데, 하나는 석유화학공장 건설이고, 또 하나는 엔지니어링 자립이다.”
그리고 나서 우리의 만능 선수 허달 선배는 석유화학 부서로, 그 착한 나 조정남은 엔지니어링이라는 사우나탕으로 배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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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남 [출처 ; 통일IT포럼] / 1941년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유공에 입사해서 SK에너지 이사를 거쳐 SK텔레콤 부회장을 지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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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970년대 초 대한민국 최초의 석유화학단지가 준공되어 전 국민의 ‘손가락 양치질’ 대신 플라스틱 칫솔질을 하기 시작했고, 헤어진 양말을 밤새워 깊던 정겨운(?) 엄니와 누나를 볼수 없게 되었으며, 그 많던 누더기 옷들을 벗어던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IT, 자동차, 선박은 물론 반도체산업의 튼튼한 반석이 되어왔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엔지니어링산업은 좀 늦은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해외에서 정유와 석유화학을 일관하는 대단위 공장단지를 기획, 설계, 구매, 건설, 시운전까지 턴키로 수행하는 등 세계 일류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회장님을 새삼스럽게 기리고자 함은, 우리가 회장님께서 내리신 과업을 완수한지 2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그 후속 과업지시가 없어, 엉뚱한 분야에서 부업으로 소일하는 소인배인 탓은 아닌지 하는 반성에서 시작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2011.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