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나의 답변(6)

변하지 않는 나의 답변

전성빈 | 장남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한국의 초등학교에 있는 작은 교실 안에 작은 책상 앞에 급우 50명과 같이 앉아 있었다. 교실을 돌아보니 급우 몇 명이 일어나서 그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말했다. 세종대왕, 링컨대통령, 슈바이처 박사 등이 자주 언급되었다. 나의 급우들은 자기들이 이들을 제일 존경한다고 할 만큼 이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을까?

나의 대답은 다른 아이들의 대답과 좀 달랐다. 나는 ‘나의 아버지’라고 썼다. 그리고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존경하는 사람들의 위대한 업적을 들었던 친구들과 달리 나는 조리 있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당시에 우리 아버지가 무엇을 성취하셨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성취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때 잘 설명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우리 아버지’가 올바른 대답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자라면서 아버지를 보았을 때 아버지는 모든 방면에서 완벽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아버지는 정치가이건, 과학자이건, 사업가이건 당대의 모든 중요한 사람들을 알고 계셨다.

그러나 아버지에게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버지가 알고 계신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가진 의문에 대한 답, 이를테면 집주변에 대한 일부터 세계의 경제에 이르기까지 전부 알고 계셨으며, 아버지가 흥미를 느끼시는 모든 일에 관하여 엄청난 지식욕을 가지고 계셨다.

후일 나는 아버지의 후배 중 한 분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아버지가 다른 이들이 수년간 연구했던 주제를 하룻밤에 터득하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또한 바닥에서 천장까지 책이 가득한 아버지의 방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책들은 대개 아버지가 수년간 모으신 기술에 관한 책과 잡지들이었다. 나는 이것들이 당시 나의 이해를 벗어나는 책들임을 알았다.

내가 대학 1학년이 되었을때 아버지께서 나를 서재로 부르셔서 책하나를 뽑아서 내게 주셨다. 그 책은 아주 인상적인 저술가이자 노벨상을 여러개 받는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이 쓴 <대학화학>이란 책이었다. 이 책이 그 후에 방 하나 가득 모으게 된 내 장서의 시작이었다.

아버지는 또한 아이들 모두의 삶과 그들의 장래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셨다. 종종 아버지의 관심은 충고만큼이나 걱정과 우려로 표현되곤 했다.

▲ 2009년 필자의 미수잔치 기념 사진 / 사진 왼쪽부터 셋째 딸 송미, 둘째 딸 수용, 큰 사위 리차드, 큰 딸 수현, 맏며느리 레이첼, 장남 성빈, 셋째 사위 창무, 손녀 마야가 아내의 품에 안겨 있다

내가 아이를 갖게 될 때까지 나도 똑같은 걱정과 우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걱정은 종종 지시의 언어로 표현되며, 기가 팔팔한 나의 아이는 분노하며 반항한다. 나는 이제 아버지의 걱정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며, 나는 아버지가 내게 주셨던 개인적 성장의 기회와 인도를 나의 아이도 똑같이 필요로 한다고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지금 나는 세계의 반대편에서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나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 변하지 않았다고 확언할 수 있다. 나는 아버지가 내게 해주신 것만큼 나의 아이에게 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또한 나의 아이가 다음 세대에도 똑같이 해주길 바랄 뿐이다.

지칠 줄 모르는 분

레이첼 크레인(Rachel Crane Chon) | 맏며느리

2002년 내가 성빈과 결혼했을 때, 나는 그의 가족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들을 직접 알지는 못했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살고, 나는 한국말을 몇 마디 밖에 모르기 때문에, 나는 시댁의 가족생활을 얼핏 보아 알 뿐이다. 그러나 수 년 동안에 우리는 대가족이 모일 때가 가끔 있었다. 이 모임 때, 나는 시아버님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아버님이 지칠 줄 모르는 분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버님은 사람들이 도시를 가로질러 다니듯이 세계를 여행하신다. 휴식이라는 것은 아버님의 목표가 아닌 것 같다. 나는 내 나이의 두 배나 되는 연세의 분의 일정표를 따라다니느라 애 쓰면서 아버님의 기력과 스태미나에 감탄할 뿐이다.

나는 또한 아버님이 말씀을 많이 안 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좀 더 설명이 필요하지만, 아버님이 한 마디 하시면, 모두들 무얼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영향력은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아버님의 미수 잔치에 가는 행운을 누렸을 때 나는 이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여러분들의 연설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그 취지는 명백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깊이 존경받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었다. 나는 이 훌륭한 자리에서 그의 동료들이 그를 위하여 노래를 불렀을 때 특히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추진력과 격렬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아버님이 특히 자애로우심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특히 손녀의 그림 맞추기 놀이를 도와주실 때, 손녀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러 가게에 들르실 때, 혹은 손녀에게 놀이를 가르쳐달라고 하실 때, 그리고 다른 많은 작지만 의미 있는 몸짓을 통해 이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훌륭한 가족과 인연을 맺는 축복을 가지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