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은 5.16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5.16 당시 국민소득 1인당 월 82달러이던 것이 1979년에는 약 20배가 되는 1,636달러가 되었고 4천만 달러이던 수출액도 150억 달러로 늘어났다. 또 쌀 생산이 19777년도부터 4,000만 섬을 돌파하여 공업화뿐만 아니라 농업근대화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그는 18년 동안 최고 통치자의 자리에 있었으나 집권 기간을 더 연장시키려고 마음먹었다. 경제정책에 성공하여 자신이 생긴 그는 자기 아니면 이 나라를 통치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은 많은 통치자들이 갖는 공통의 착각이었다.
그는 정권 연장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헌법을 개악하는 유신헌법을 비상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대통령 특별선언으로 국회와 정당을 해산했으며,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시키고 정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러나 국민 간에 저항의 기미가 거세지자 그는 언론을 통제하고 국민을 탄압했다.
통치자가 이런 오산을 하게 되는 데에는 물론 본인의 착각이 크게 작용하지만 측근이 통치자의 귀와 눈을 막아 판단력을 흐리게 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박정희 대통령 말기에 그에게 밀착하여 만사를 좌지우지한 사람은 차지철(車智澈) 경호실장이었다. 차지철 경호실장의 횡포는 나날이 심해져서 가깝다고 하는 김계원(金桂元) 비서실장이나 심복이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도 손을 못 쓸 지경에 이르렀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은 김계원 비서실장, 차지철 경호실장, 김재규 중앙정보부장과 궁정동 안가에서 저녁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김재규 씨의 손에 의해 저격 피살되고 말았다.
김재규 씨는 전에 대통령이 나를 오해하여 멀리 했을 때 에 나를 두둔하여 조언해주었던 그 사람이다. 그는 체포되어 재판을 받은 뒤 사형에 처해졌으나 그에 대한 국민의 심정은 아마도 책망보다 공명과 동정이 더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통령 서거로 계엄령이 선포되고 10월 28일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인 전두환(全斗煥) 육군 소장이 시해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서둘러 항공모함을 한반도 주변에 급파하고 대한 안보공약을 재확인 했다.
대통령이 암살되자 국무총리로 있던 최규하 씨가 12월 6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같은 달 21일 절차에 따라 취임했다. 그러나 최규하 씨는 통치할 상황에 있지 못했고, 실제로는 12.12사태로 등장한 전두환 씨가 이끄는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1980년 2월 보안사령부에 정보처를 부활시킨 전두환 소장은 3월에 육군 중장으로 진급하고 4월에는 중앙정보부장 서리가 되면서 모든 정보기관을 장악하여 국내 정치에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김대중(金大中), 김영삼(金泳三), 김종필(金鐘泌) 3김은 힘을 합쳐 혼란을 수습하는 대신 각기 지역 순회에 나서 이 기회에 집권하기 위해 자신의 세력 확장에만 급급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즈는 일찌감치 1979년 10월 27일에 “야권이 부상하기 보다는 이번에도 강권통치가 등장할지도 모른다”고 예견했다. 워싱턴포스트도 10월 28일 사설에서 군부의 부상 가능성을 “박 정권의 종말이 정치적 항의가 극에 달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폭력적 스타일로 이루어졌다. 이는 정권 장악을 위한 내부의 권력투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내다보았다.
최규하 씨는 명목상으로 대통령으로 자리에 있었으나 이듬해 5월에 광주민주화운동 후에 하야했다. 일본의 어떤 일간지는 한국 정국의 급변에 대해 “저거 봐, 저거 봐, 하는 사이에 전두환 씨는 잽싸게 정권을 잡아갔다”고 논평했다.
실권을 장악한 전두환 씨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이 위원회는 “국가보위입법회의법‘을 통과시켜 스스로 국회로 자처하는 국가보위입법회의로 개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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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이 주도하는 신군부는 김대중, 김종필을 연행하고 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며 운동권학생지도자들을 대대적으로 검거해 사실상 권력 찬탈을 마무리했다 (1980. 5.19.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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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위는 언론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검열을 실시하여 마음에 안 드는 신문사나 방송국을 통폐합하여 재갈을 물렸으며 말발이 서는 기자 933명을 해직했다. 공직자와 국영기업체 정부산하단체 임직원도 8,600명 해직하고 민간인 3만 8,259명을 삼청교육대로 보내 가혹한 훈련을 시켰다.
이런 정변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가운데에도 전엔지니어링은 꾸준히 성장해갔고 업적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1980년 국보위는 해외건설업체에 대해서도 칼을 빼어들었다. 1980년 10월 14일 ‘해외건설업체를 개편, 정예화 함으로써 업자간 과당 경쟁 방지 및 공사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부실업체를 정비, 대외공신력을 재고함으로써 해외 공사 수주 질서 확립과 해외건설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한다’고 하면서 해외건설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이때 내려진 정부의 조치에 의하면 공사업적이 1억 5,000만 달러 이하의 업체는 원칙적으로 해외건설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이었다. 해외건설업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기업들이 신군부에 접근하여 이런 정책을 입안하도록 제안을 했던 것이다.
신한기공은 수주소화액이 1억 2,500만 달러이어서 기준 액에서 1,500만 달러가 부족했다. 그래서 면허가 취소당하고 해외건설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국내업체의 하청을 맡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지금까지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땀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신한기공의 수주액이 정부 기준에 못 미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는 산유국의 호경기로 국제시장의 건설자재 가격이 나날이 올라가는 추세였기 때문에 고정금액으로 공사를 맡는 경우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그동안에 자재값이 올라가 결손을 보게 마련이었다. 그 점을 감안하여 신한기공에서는 설계비, 물품구매 서비스, 건설감독, 건설노임 등의 서비스 부분만을 담당하고 물자구입 및 수송은 발주자가 직접 담당하게 하여 소프트 파트(Soft Part)만을 고정금액으로 수주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공사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가 맡은 부분은 총 건설비의 20% 정도에 달하고 있어 물자구매 가격을 포함했다면 실제 공사비는 10억 달러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우리가 쓴 방법은 위험부담이 없고 손해를 보지 않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국보위에서는 그런 내용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선을 그어 신한기공에게 공사수주를 못하게 했고, 그 결과 우리는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입게 되었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링의 씨앗을 심고 긴긴 세월 헌신적으로 플랜트 건설을 전담하다시피 하여 선업화의 초석을 닦아온 우리 업체의 충정과 경륜과 기술 축적을 완전히 무시하고 짓밟은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