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회고록을 쓰라는 권유를 많이 받아 왔습니다. 한국 최초의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을 일으키고 우리나라 산업화의 시동을 거는데 도움을 주게 된, 그 내력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후세에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석유공사에 이어 전엔지니어링과 신한기공, 이수화학의 일을 하면서, 나는 도서관의 서고(書庫) 한 칸을 다 메울 만큼의 서류와 문헌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석유공사가 준비단계에 있을 때 정부와의 회의록, 걸프오일과의 계약서 울산 정유공장을 지을 때 공사를 해준 UOP, JGC, IMODCO와의 계약서, 울산지구의 도면, 공장설계도, 업무상 리포트와 파일 등입니다. 그것은 당사자나 혹은 관계자들이 아니면 봐도 알 수 없는 서류들이지만, 그래도 내가 해온 일을 염연히 증명해주는 증거들입니다.
우리가 지내온 세월은 해방과 6‧25전쟁, 피난, 환도, 파괴된 국토, 재건, 산업화, 근대화 등 격동의 시대였습니다. 그 속에서 나는 한 가지 집념으로 일생동안 일 해왔으며, 그 결과가 정유공장이요, 울산공업단지요, 석유화학공업단지입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한다고 모두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고생은 했지만, 행운아이며 은혜를 받은 사람입니다.
회고록 준비가 진행되면서 대한화학회 및 IUPAC 회장을 역임하신 진정일 고려대 명예교수가 회고록을 화학회관의 이름으로 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나는 화학회관을 지을 때부터 인연이 깊었던 까닭이라 생각하며, 친절하신 말씀을 감사히 받아들였습니다.
또 이 회고록을 만들기 위해 내일처럼 충고와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박종률 사장, 역사ㆍ정치ㆍ석유산업의 배경 리서치를 꼼꼼히 해주신 김영환 기자님, 대학의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온갖 잔심부름을 다 해준 딸 수용이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이 회고록은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분들에게 깊고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당 怡堂 전민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