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학교 입교선서 (22화)
  제4장 해병대장교 임관

3월 7일 아침 8시였다. 우리 동기생 모두는 작업복에 단독무장을 하고 입교선서를 했다. 선서 내용은 대강 이러했다. 우리는 국가의 영토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칠 것을 선서한다는 내용이었다. 선서 이후부터 우리는 민간인 신분이 아니라 군인 신분이 되었다.

장교후보생의 계급은 장교와 하사관 사이인데, 말하자면 소위 이하이고 상사 이상의 계급에 해당되는 것이다. 해병학교의 일과(日課, 날마다 일정하게 하는 일 또는 그 과정)는 시작되었다.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은 과업이고, 아침 식사 전은 조별과업, 저녁식사 후에는 석별과업으로 하루 일과가 짜여졌다.

“총 기상 15분 전!” “총 기상 5분 전!” 하는 긴 구령이 있은 다음 정확히 6시에 총 기상이다. 총 기상과 동시에 “병사 떠나 15분 전!” “5분 전!” “다음에는 총 병사 떠나!” 구령이 떨어지면 단독무장하고 연병장에 즉각 정렬한 다음에 보통 구보를 한 시간 정도 했다.

식사 시간은 5분간이었다. “식사개시!” 구령이 끝나면 우리는 “항상 충실한 해병이 되자!”를 복창하고 식사를 한다. 식사 시간은 5분간이지만 언제 식사 끝! 구령이 떨어질지 모른다. 식사 끝 구령과 동시에 수저를 식탁에 놓아야만 한다.

처음에 5분 안에 식사를 끝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먹는다기보다는 국에 말아서 입에 삼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밥은 보리와 쌀을 섞은 혼합곡으로, 반찬은 세 가지이고 배추국이 따로 나온다.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서 식사를 못하는 후보생도 처음에는 나오게 마련이다.

제식훈련(制式訓練, 군인의 기본정신 함양과 절도 있는 단체생활를 목적으로 하는 훈련의 한 가지. 행진이나 정지 간에 대오 대열을 맞추거나 경례동작 따위도 익힘)은 매일 몇 시간씩 하였다. 제식훈련은 정지간의 동작으로는 차렷, 열중쉬어, 쉬어, 편히 쉬어, 뒤로돌아, 왼편 돌아, 오른편 돌아 등의 동작을 익히는 것이고, 행진 간의 동작은 앞으로 가, 뒤로 돌아가, 왼편 돌아가, 오른편 돌아가, 등이고 집총훈련으로는 오른편 어깨 총, 왼편 어깨 총, 앞에 총, 받들어 총 등의 자세 훈련이 있다.

구령에 틀리기 일쑤이고 일제히 똑같은 동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럴 때에는 특별훈련이 시작된다. 흔히 선착순 훈련이다. 사열대 돌아오기, 운동장 한 바퀴 돌아오기 등 선착순이다. 준비구령과 아울러 무찔러 가! 구령이 떨어지면 무섭게 달려가 선착순으로 정렬하는 것이다. 끝에서 몇 명은 이른바 빳다로 엉덩이를 맞아야 했다.

실내 과업 시간에는 학과목을 공부하는데, 고단해서 졸기 일쑤였다. 강의는 교관이 하지만, 구대장이 수업시간에 감독을 하며 조는 후보생에게는 날벼락이 내린다. 12시가 되면 오전 과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은 다음에 오후 1시가 되면 오후 과업이 시작된다. 오후 5시가 되면 오후 과업 끝나고 석식을 마친 다음, 저녁 6시부터 석별과업이 시작된다.
 
석별과업은 제식훈련이나 야간훈련으로 야간 부대이동, 야간 방어, 야간 사격, 야간 독도법 등이 있다. 야간 과업이 끝나는 시간은 일정치 않았다. 10시가 되면 순검준비이고, 11시가 되면 순검이 시작된다. 순검은 그날의 최종 과업이다. 모든 관품들의 정리정돈이 잘 되어야 하고, 총구는 광이 나야 하며, 군화는 반짝반짝 빛이 나야 하고, 청소상태도 완벽하여야 한다.
 
▲ 사관후보생 시절의 행군 및 숙영훈련. M1소총에 완전무장이다. / 경남의 어느 산골짜기에서

모든 구대가 순검을 받자면 시간이 제법 걸린다. 부동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데, 온몸에 피로가 몰려오고, 청소 불량 복창소리에 빳다 맞는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은근히 겁이 난다. 순검이 끝나고 중대 장학생의 구령이 “순검 끝 그대로 취침”이면 오늘 하루는 무사히 간 것이지만, “순검 끝 단독무장 병사 떠나 15분 전” 구령이 떨어지면 그날 밤 잠자기는 다 틀린 것이다.

3월의 바닷가 밤은 몹시 추웠다. 특별훈련이 시작되면 팬티바람 단독무장 선착순! 완전무장 선착순! 등이 몇 차례 이어진다. 늦게 나오는 후보생들은 모두 빳다를 맞는다. 어떤 경우에는 선착순으로 먼저 나와 맨 앞에 서 있어도 빳다를 맞아야 한다. 이유인즉, 전우를 버리고 혼자만 살려고 먼저 나왔다는 것이다. 하기야 맞는 말이다.

병사 앞에 있는 진해만 바닷물에 단독무장을 하고 밤중에 들어가기도 했다. 소총을 머리 위에 양손으로 들고서 깊은 바닷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들어가면 목에까지 바닷물이 차오른다. 차라리 찬 바닷바람보다는 바닷물이 따뜻했다.

바닷물에서 나와 연병장으로 오면 오히려 온몸이 추위에 떨린다. 또 다시 연병장을 구보하고 포복을 한다. "제1포복 앞으로 가!" "제2포복 앞으로 가!" 특별훈련은 계속된다. 약이 오른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훈련 끝이다. 그 다음날 실내과업 시간에는 눈을 뜨고 졸아야만 했다.

하루 일과 중에 화장실에 갈 틈조차 없다. 제식훈련 중에 서서 오줌을 싸는 후보생도 있었다. 세 끼 먹는 밥으로는 항상 배가 고팠다. 저칼로리를 섭취하고 운동량은 많으니 배가 고플 수밖에 없었다. 식사 시간에 보면 남의 밥그릇이 더 커보였다. 국그릇도 옆의 것이 더 커보였다. 먹고 나서도 시장했다.

오늘이 며칠인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순검 전에 수양록(修養錄,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품성, 지혜, 도덕을 닦아서 기록하는 것)을 쓰지만, 요일과 날짜가 생각나지 않기 일쑤이다. 조, 석별과업에서 구보는 연병장을 돌기도 하지만 때로는 해병학교 정문 밖으로 나가 천자봉 입구에 있는 장천해병발상탑까지 돌아오기도 하는데, 민가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은 그렇게 화평하고 행복해보일 수가 없다.

구보 중에는 무념무상이다. 9파운드 M1 소총의 무게도 잊어버린다. 가끔은 문득문득 집안식구들이며 친구들도 머리에 떠오르기도 한다. 구보 중에는 나만의 명상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앞 선배 34기는 24주 후보생 교육기간이었지만, 우리는 운 좋게도 후보생 교육기간이 줄어들었다. 청와대라고 부르는 병사는 우리 35기가 맨 먼저 사용하는 행운의 기수가 되었다.

후보생 계급장은 마름모꼴로 중간이 가로막혀 두 개의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이 땀방울로 메워져야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고, 해병소위 계급장으로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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