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반 교육_2 (24화)
  제4장 해병대장교 임관

외출 외박 때가 되면 나는 특별히 갈 곳이 없었다. 경기도에서만 자랐기 때문에 경상도에서는 일가친척이 있을 리 만무했다. 우선 생각해낸 것이 대학 동문들이다.

수의학과 친구 김OO가 진해 출신이다. 그 친구 소식도 궁금하던 차에 그 집을 방문해보기도 했다. 한번은 중앙종묘 김해농장에 있는 박재복 선배를 찾아갔었다. 토마토 육종을 하였는데, 때마침 토마토철이라 토마토를 실컷 먹었다. 토마토는 씨만 뱉어내면 된다. 진영에서 단감농사를 하는 김영조 선배도 만나보았다.

박재복 선배는 후일 일본에 가서 채소육종학을 공부하고 모교의 원예과 교수로 있는데, 현재는 문리과 대학 학장을 거쳐 교육대학원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영조 선배는 단감농사에 열심이더니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주말에는 진주에 있는 김현종 선배를 찾았다. 그 선배는 금강농원을 경영하는 분으로, 지리산에서 나오는 여러 식물 중에서 꽃이 아름답거나 열매가 예쁜 수종들을 골라 채종도 하는 등 자생식물 번식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었다. 저녁 대접을 푸짐하게 받았다. 후배가 먼 곳 진주까지 찾아왔다고 무척 기뻐해주어 나도 기분이 좋았다.

주말이 되면 이렇게 선배들을 찾아뵙고 인사도 드리며 대접도 받는 게 즐거웠고, 또한 경상도 이곳 저곳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 있었다. 기초반 교육기간에는 외출 외박이 있어서 힘든 훈련과정을 견뎌낼만 했다.

후보생이나 기초반 과정 중에 봉급을 받게 되는데, 그 중 공제되는 것의 하나가 세탁비였다. 특히 특별훈련이 끝나면 작업복도 땀과 황토물로 물들어 있기 마련이다. 봉급도 10원뿐만 아니라 몇 원까지는 잔돈이 지급되었다. 임관 후에 소대장, 중대장 하면서 부하 졸병의 봉급을 분명히 잘 수령하는지 감독하라는 교육이었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천자봉(天子峯, 502m)까지 구보를 하였다. 천자봉은 바위산으로 정상 부분의 큰 바위가 마치 시루를 엎어놓은 듯하게 생겼으며, 거기에는 ‘해병혼’이라고 큰 글씨를 써놓았다. 해병대에서는 중요한 성지로 여기는 곳으로 신병, 하사관 후보생, 장교 후보생들이 훈련 간간 중 몇 차례씩 꼭 올라가서 해병혼을 되새기는 곳이다.

화기학과 전술학 훈련은 상남훈련연대에서 하는데 상남은 옛날 창원군 상남면이었으나 요새는 창원시로 되었고, 연대본부 자리는 경상남도 도청 건물이 들어앉아 있다. 연대본부 앞에는 용지못이라고 부르는 저수지가 있어 특별훈련 때에는 이 용지못에 겨울철에도 단독무장을 하고 들어갔었는데 요즘은 용지공원으로 단장해놓았다.
 
▲ 해병 소위 시절 / 기초반 피교육자 시절에 외출 준비 끝

연대본부 북쪽 뒤에는 정병산(567m)이 긴 울타리모양으로 가파르게 둘러싸여 있는데, 여기에는 ‘무적해병’이라는 글자가 크게 써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져 섭섭하다.

상남면 일대에는 A, B, C, D, E 교장 등 분대공ㆍ방, 소대공ㆍ방, 중대공ㆍ방 훈련장과 박격포 훈련장들이 연대본부에서 4~8km 거리에 흩어져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과업시작 15분 전에 이곳에 도착하려면, 항상 구보를 해야 제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별과업시간에는 수돗물 사정이 좋지 않아 퇴촌까지 구보를 해서 세수를 하고 군가를 부르고 구보로 돌아와서 아침식사를 하였다. 어느 비오는 날에는 침투사격장에서 침투사격 훈련으로 철조망 통과를 수차례 하다보니 작업복이 온통 황토빛깔로 물들기도 했었다.

16km 완전무장 구보에는 동기생 전원 한 명의 낙오자 없이 구보를 하는 훈련이다. 철모, MI소총, 배낭, 탄피에 수통과 대검 등의 장구를 갖춘 것이 완전무장이다. 완전무장을 하고 걷기도 힘든데, 16km를 뛰는 구보훈련이었다.

동기생들은 낙오하는 동기생들을 부추겨가며 배낭이나 소통을 나누어 받아서 두개씩 들고뛰며 몸은 온통 땀범벅이 되어 완전무장 구보를 해내기도 했다. 동기생과 전우애의 단결정신을 키우는 훈련인 것이다.

상남훈련연대의 전술학, 화기학 교육과정은, 몸은 비록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없어서 좋았다. 진해 청와대 병사에서의 교육이 긴장의 연속인 것에 비하면 상남에서의 교육은 마음만은 편했었다.

진해에서 상남훈련연대까지는 항상 완전무장하고 걸어서 가고오고 하였다. 이때 길 중간에 있는 장복산(582m)의 안민고개를 넘어가야 하는데, 산이 워낙 가팔라서 해병들은 눈물고개라고 불렀다. 진해교육기지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면 꼬박 4시간을 걸어야 상남훈련연대에 도착했다. 후보생 때부터 기초반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오고갔던 고갯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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