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제5여단 창단 (27화)
  제4장 해병대장교 임관

게릴라 작전을 마치고 부대에 돌아와 며칠이 지나니 신설되는 5여단 창설요원으로 소속이 변경되어 5여단 2대대 6중대 3소대장이 되었다. 제1소대장은 이수현 소위, 제2소대장은 김대환 소위, 제3소대장은 나, 화기소대장은 전준시 소위로 모두가 동기생이었다.

이수현 소위는 충북 옥천 출신으로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공부를 하다가 입대했고, 김대환 소위는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 상과를 졸업했고, 전준시 소위는 강원도 평창사람으로 강릉상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중대장은 해병학교 26기 박상기 대위였다. 병(兵)들은 고참으로 143기가 1명 있고, 대부분 병 175기에서 178기가 주로 차지했다. 부대 편성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부대 창설예행연습에 들어갔다. 오전 오후 과업 내내 활주로(지금의 포항비행장)에 가서 완전무장으로 열병과 분열연습을 하였다.

부대가 신설되다보니 어수선한 게 많았다. 우리 동기생들은 후보생과 기초반 교육을 받는 동안 궁둥이에 시퍼런 빳따 자국이 아직도 덜 가신상태였는데, 밤이면 선배기수들한테 불려가서 빳다 맞기가 일쑤였다. 덜 풀린 궁둥이에 또 다시 빳다를 맞으니 살이 터져서 피가 나오고 흰 팬티가 붉게 물든다. 선배 소위한테 후배 소위가 기합받기가 일쑤였다. 해병대에서는 초급장교만 그런 게 아니라, 고급 장교들 간에도 선후배 간에 군기가 엄했다.

1966년 11월 23일, 5여단 창단식을 거대하게 치르었고 대통령으로부터 부대기를 받고 열병과 분열식도 무사히 해냈다. 창단식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각종 훈련에 들어갔다. 분대 TTT로부터 시작해서, 소대 중대, 대대 TTT(Tactical Traning Test, 전술훈련시험)까지 훈련에 들어가게 되므로, 부대에서 자는 일이 드물어지고 산중에서 숙영하는 날이 늘어났다.

겨울에는 짧아 야간기동을 하다보면 저녁식사를 밤중에 하는 경우도 있었다. 추운 겨울에 산속에서 식사를 하려면 손이 얼어서 손가락으로 숟가락을 잡을 수도 없고 팔목이 펴지지도 않는다. 눈 덮힌 땅 위에 A텐트를 치려면 땅이 얼어서 알루미늄 지주핀이 땅에 박히지 않아 텐트치기도 힘들었다. 흰 눈 위의 소대장 텐트에는 매트를 깔아주지만 추운 텐트 안에서 잠이 올 리 만무하였다. 숙영 중에는 불을 피워서는 안 되는데도 추우니까 몰래 여기저기서 불을 피운다.

아침이 되면 전령은 철모에 물을 데워서 뜨거운 세숫물을 바치고 치약과 수건을 두 손에 받쳐 들고 대령하고 있어 미안한 생각도 든다. 집에서 부인도 그렇게 하지는 못할 일이라 싶었다.

TTT훈련이 끝나자마자, Phib Raid(상륙 기습훈련)가 이어졌다. 부대는 양포(포항시 장기면에 딸린 동해안의 작은 포구)로 이동하여 고무보트 훈련을 바닷물 위에서 하는데, 2월의 바닷바람은 매서웠다. 추운 바다로 들어가려면 PT체조를 한 시간 정도 하는데, 그것도 팬티바람으로 체조를 하고나서 온몸이 후련해진 다음 진수훈련(進水訓練)에 들어간다.

고무보트는 1조, 2조, 3조로 나누어 양현(兩舷)에 6명이 타고, 맨 뒤에 지휘자인 조장이 타는데, 조장의 임무는 방향타를 잡는 것이다. 다가오는 집채만 한 파도를 넘기려면 파도를 12시 방향으로 잡고 잘 넘겨야 한다. 약간 비스듬히 파도를 타게 되면 고무보트는 뒤집히고 병사들은 물속에 빠지거나 바닷가로 밀려나가고 페들(노)은 놓치기 일쑤이다.
 
▲ 해병대 고무보트 상륙훈련 모습 / 혹한의 1월 동해안이다

진수훈련이 성공되면 넓은 바다로 나가서 페들(노젓기) 훈련을 하게 되는데, 양현 앞! 구령은 전진이고, 우현 앞! 구령은 좌회전이고, 양현 뒤! 구령은 후진이다. 팔은 페들을 잡고 곧장 펴야 하며 구부려져서는 안 된다. 오전이나 오후 내내 페들을 저으면 추위 때문에 팔에 감각이 없어지고 기계처럼 움직인다.

페들 훈련을 마치면, 그다음은 고무보트 뒤집기 훈련이다. 고무보트가 뒤집히며 타고 있던 7명의 병사는 물속 깊이 들어갔다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 바닷물 속은 어머니 품같이 따듯하지만 수면 위로 올라와서 뒤 덮힌 고무보트를 바로 세우고 올라타려면 발이 고무보트 위로 잘 올라가지 않고 매서운 바닷바람은 세차게 불어와 살갖을 에인다.

그다음 단계는 편대 구성으로 1편대, 2편대, 3편대 등으로 편대를 구성하는 훈련을 계속하고 마지막으로는 해안상륙이다. 고무보트 해안상륙은 기습작전 시에 야음을 틈타서 하는 훈련이기에 무척 중요한 훈련 과정이다.

한 달 이상 고무보트 훈련을 한 다음, 상륙기습 훈련 장소는 제주도 화순(남제주군 안덕면)해안이었다. 상륙지점 지형정찰을 하게 되었는데, 대대장, 작전장교, 5 6 7 각 중대장, 이렇게 5명이 C46공군 수송기로 간다는 것이었다. 나는 제주도라는 것도 솔깃했고, 비행기 탄다는데도 관심이 끌려서 중대장 박상기 대위에게 우리 중대의 고무보트 훈련은 잘 되어가고 있고, 또한 상륙기습훈련을 우리 6중대가 성공적으로 하려면 소대장 한 명은 지형정찰에 더 참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하였더니, 좋다고 하면서 대대장에게 허락을 받아 동행하게 하였다. 

공군 C46에서 6명의 대대장교가 탑승하자 비행기는 포항 활주로를 이륙해서 남진하더니 높은 산을 넘을 때는 기류를 타느라고 아래로 덜커덩 떨어지는 것 같아 아찔한 일도 있었으나 육지 끝을 지나 바다위로 나는 비행기 밑으로 흰 구름이 마치 햇솜을 뿌려 놓은 듯 하고 그 밑으로는 짙푸른 바닷물이 보였다. 난생 처음 타보는 비행기에서 멋진 광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잠시, 우리는 모슬포비행장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포항해병대 활주로는 ps철판으로 깔려 있었는데, 모슬포 공군비행장 활주로는 잔디로 깔려 있어 그 특이함에 놀랐다.

공군부대의 차량을 제공받아 대정읍을 지나서 산방굴사가 있는 산방산(395m)을 지나자 하얀 백사장이 나왔다. 이곳이 화순해안으로 곧 상륙기습훈련지역을 정찰하였다. 2월 하순 한라산 자락에는 수선화가 흰색으로 곱게 피어 있었는데 꽃도 아름답고 향기도 그윽했다. 원예학과 출신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수선화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무척 즐거웠다. 가상 폭파지역을 선정하고 야간에 상륙할 해안의 지형을 확인한 후 타고 온 비행기로 당일 돌아왔다.

이번 지형 정찰기회로 나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얻게 되었다. 첫 번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본 것으로 비록 공군 화물수송기였지만 여하간 비행기는 비행기였다. 두 번째는 대학 재학 중일 때부터 제주도 여행을 해보고 싶었지만 못 이루었는데, 비록 제주도의 한정된 지역이지만 그래도 제주도를 보고 온 것이다. 세 번째로는 우리나라에 자생하게 된 수선화를 만나게 된 기쁨이었다.

우리 5여단 2대대는 양포 항구에서 해군 LST813호에 승선하고 약 8노트(1노트는 1852m) 남진하여 주야 24시간여 만에 모슬포 앞바다에 도착하여 정박한 후 중대별로 밤 12시에 상륙 기습훈련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 6중대가 첫째 날 밤에 상륙기습훈련을 하였다. 나는 이미 상륙할 해안을 지형 정찰한 바 있으므로 별 어려움 없이 훈련을 수행하였다. 그 이튿날부터는 6중대, 7중대의 훈련만 남아 있어서 우리 중대는 배 안에서 쉬게 되었다.

 
  해병 제1상륙사단 소대장 (26화)
  파월명령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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