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룡작전(雷龍作戰)에 우리 6중대는 1대대에 배속되어, 5월 18일부터 열흘 간 태평양 남지나해의 바닷가까지 넓은 작전지역에서 엄청난 기동을 하면서 힘겨운 접전도 여러 차례 거듭하였다.
뇌룡작전은 한ㆍ미ㆍ월 합동작전으로 바탄칸반도 일대에서 준동하는 베트콩을 섬멸하는 작전이었는데, 140여 명의 적을 사살하고 6명을 생포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 작전에서 동기생인 1대대 1중대 1소대장 이무수 중위는 동굴을 수색하여 중공제 81mm 박격포 1문, 61mm 박격포 1문, 방독면, 박격포 포탄, 수류탄 각종 의류와 식량, 기밀문서들을 다량 노획하였으나, 이 작전에서 많은 희생자가 생기고 통신병마저 부상당하여 후송 가는 바람에 무전기를 직접 등에 매고 소대를 지휘하였다.
작전이 끝나고 철수하는 도중에 2중대 방어진지에서 하룻밤을 숙영하게 되었는데, 높고 가파른 고지에다가 멀리까지 광활한 개활지(開豁地, 앞이 시원하게 탁 트인 너른 땅)가 내다보여 전망이 좋을 뿐 아니라 맑은 샘물까지 있어서, 중대 방어진지로서는 매우 좋은 조건이어서 부러웠다.
7월 14일 저녁 우리 소대는 저녁식사를 일찍 마치고 야간 매복준비를 철저히 하였다. 얼굴에는 검정 칠로 위장하고 모기약을 얼굴과 팔에 바른 다음, 진한 커피를 캔틴 컵(군용 수통컵)으로 가득 마시고 땅거미가 질 무렵 중대진지를 떠나 야간 매복지점을 향하여 일렬 종대로 첨병 두 명을 앞세우고 소대장이 방향을 잡고 길을 찾아가고 있는데, 뒤에서 신호가 왔다. 야간 기동은 한 줄로 바짝 붙어서 걸어가는 것이 기본원칙이었는데, 줄이 끊어져 후위병력이 없어진 것이다.
야간 행군소대를 멈추게 하고 찾아 나섰다. 작전 지도상에 갈림길이 있었는데, 여기서 갈라진 게 분명하였다. 갈림길을 찾아내어 한참 찾아서 가니 길을 잃을 후위병력이 길을 가다 말고 우왕좌왕 하고 있기에 대원들을 진정시킨 다음 데리고 와 선두대원과 합류시켰다. 정황을 파악해 보니, 길을 잃은 서동석 해병은 밤눈이 어두운 야맹증이었다. 야맹증은 신체검사에서도 잡히지 않는 맹점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로 서동석 해병은 매복대에서 완전히 빠지게 되었다.
소대병력을 이끌고 늦은 시간에 매복지점에 도착하여 분대별로 배치하고 크레모아 지뢰 설치를 끝내고 소대장 위치에 와서 자리 잡고 몇 시간이 지나니, 어둡던 밤 하늘에는 달이 떠올라 밝은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빛이 흐르고, 시간이 갈수록 달빛은 대낮같이 더욱 빛나고 있었다. 매복하는 모습이 조금만 움직여도 노출될 판이었다.
자정이 지났을 무렵 중대본부에서 무선 연락으로 철수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왔다. 이 대낮 같은 달 밤에 무슨 철수냐, 우리는 지금 조금만 움직여도 노출될 판이어서 절대로 야간기동을 할 수 없다고 우겼지만, 긴박한 상황이란다. 무언가 심상치 않는 게 있기는 있구나 싶었다.
사실 우리가 야간 기동을 하다가 대낮같이 환한 달밤에 적 매복대에 결려들게 되면 완전히 모두가 박살나게 될 판이다. 하는 수 없이 조심스럽게 철수하여 중대 진지에 도착하여 보니, 다른 소대 병력들은 완전 무장을 한 채 헬기 탑승조까지 편성하고 대기 중인 상태였다.
중대장 김성진 대위(해사 14기)에게 도착보고를 하고 상황을 물으니, 무기를 실은 월맹군 선박이 중국의 해남도(海南島)에서 출발하여 남진하다가 미 해군 레이더에 잡혀서 함포 사격을 받아 폭파된 상태라고 했다.
작전명령은 동이 틀 무렵에야 떨어져서 우리 6중대는 헬기를 타고 바탄칸반도로 날아가서 월맹군의 철갑선을 외곽 방어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반도 끝자락 높은 산언덕에서 내려다보니 약 100톤 되는 철갑선이 함포에 맞아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배는 한편으로 기운 상태로 거의 육지에 접안하였고, 함장과 승무원들은 이미 도망을 갔다고 한다.
상황은 이러했다. 무기를 실은 보급선(월맹군의 철선)이 남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 해군은, 15일 새벽 1시 15분 바탄칸반도의 데사기강 하구로 진입하고 있는 보급선을 함포로 공격하고 청룡부대 보병이 목표지역을 맹타하는 한편 특4공중대의 엄호 및 차단 부대병력을 급히 현지로 공수하여 특공중대는 데사키강 하구 돌출부의 돌섬에 착륙하여 경계를 하게하고, 돌격조를 편성하여 헤엄을 쳐서 불타고 있는 보급선으로 투입하는데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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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맹군의 철선과 AK소총 1160정(포장된 것)을 노획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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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일부 병력은 로프를 연결하여 보급선 안으로 들어가 불타는 것을 진화하면서 각 선실들을 수색한 끝에 엄청난 무기가 실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노획한 무기들을 육지로 끌어내게 된 것이었다. 보급선에서 노획한 무기는 AK44소총 975점, AK56소총 14895점, 도합 1160정이 되었고, 그밖에 유탄 20문, TNT 200파운드였다. 여기서 노획한 무기들은 후일 월남 제2의 도시 다낭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는데, 월남 티유 대통령이 직접 내방하여 둘러보고 이 작전을 치하하였다.
청룡부대의 전술책임지역(TAOR) 서쪽 국경 산악지대는 월맹군 2사단 본부와 포병부대 등 막강한 주력부대의 활동근거지였고, 베트콩 5군사령관을 비롯하여 월맹 고위 간부들의 출생지이기 때문에, 이곳은 어느 다른 곳보다도 베트콩의 지배세력이 강한 곳이었다. 더욱이 베트콩 지방군 48대대와 T21중대, T28중대, 그리고 지방 게릴라 병력이 800여명이나 되었으며, 서부 산악지대에 있는 500여명의 게릴라는 24시간 내 증원이 가능한 병력이었다.
이곳은 또한 소금이 연간 350톤이 생산되며 늑맘이라고 부르는 젓갈이 300톤이나 생산되어 월맹군에게는 훌륭한 보급품의 공급처가 되는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일대에는 프랑스와의 독립전쟁 시부터 파놓은 인공동굴과 천연동굴이 많아서 보급품을 저장하거나 은닉하기에 유리한 곳이기도 했다. 여기서 노획한 무기들은 이 지역의 베트콩들을 무장시키기에 이용되었는데, 만약에 이 무기들이 적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으면 우리 해병대는 어찌되었을까 생각하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기노획 작전은 성공리에 끝나고 철수작전을 해야 했다. 철수작전은 공격작전보다 더 어려운 법이다. 작전지역에는 헬리곱터로 날아왔지만 철수 시에는 기동을 해야 하는데, 꼬박 이틀이 걸리는 거리였다. 2개 보병대대는 차단작전과 공격작전을 번갈아 해가며 기동하였다. 많은 무기를 빼앗기게 된 베트콩과 그 지역 주민들은 악에 바쳐서 우리들을 악착같이 저격하여 왔다.
일몰시간을 예상하고 기동속도를 당겨서 개활지를 뛰다시피 하며 전진하면, 옆에서는 적의 총탄이 탁! 탁! 박히면서 흰 먼지가 폭삭폭삭 일어나기도 한다. 개울물을 만나 뜨거운 몸을 물에 들어가 식히면, 가슴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식어 시원한 느낌이 든다. 기동을 하다보면 거머리가 팔꿈치에 붙어서 피를 빨아먹어 붉은 피가 흐르기도 한다. 월남 거머리는 폭이 1~2cm가 될 정도로 넓은데다 검은 식으로 징그럽고 잘 떼어지지 않는다.
또 기동을 하다보면 갑자기 총탄이 날아온다. 어느 숲속에서 날아오는지 상황판단도 서지 않는다. 위험스런 숲속에는 소대 일제 사격으로 총격을 퍼붓고는 행군을 계속하여 예정된 숙영지에서 자리를 잡고 야간 급변 방어를 한 후 숙영준비를 한 다음 소대의 인원과 장비를 파악하니 모두 이상이 없었다. 그 다음 날에도 하루를 꼬박 기동해서야 중대 진지로 무사히 귀환하게 되었다.
이 작전명이 용두(龍頭)2호 작전이었는데 1대대와 2대대 6중대, 그리고 특공중대가 이 작전에 참가하게 되었다. 후일 이 바탄칸반도 지역은 해병 5대대의 새로운 증강병력이 한국에서 투입하여 5대대의 전술책임지역이 되었고, 따라서 청룡부대는 보병 4개 대대가 되어 증강(+)여단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