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시내에 들어와 섬서성 박물관에 들렀다. 수, 당, 송나라에 이르기까지 역대 명필을 새긴 비석 1,095기가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오후에는 서안성곽을 둘러보았다. 성벽은 12km, 성벽높이 12m, 폭은 위 13m, 밑 18m이고 성 바깥둘레에는 해자(垓字)를 만들고 물을 흐르게 해서, 적의 침입을 저지하는 방어선으로 만들었다.
종루는 서안의 상징건물로서 38m의 높이인데다가 토대높이만 8.6m나 되어, 이곳에 올라서면 서안시내를 한눈에 내다볼 수 있다. 고루(鼓樓)는 종루 북서쪽에 있는데, 옛날에는 매일 밤 북을 쳐서 시각을 알렸던 곳이다. 토대는 푸른 벽돌을 사용하였고, 33m의 목조누각의 지붕은 녹색 유리기와를 얹었다. 저녁식사는 서안에서 제법 큰 식당에서 하였는데, 미녀의 도시답게 화려한 여인들이 음식 시중을 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1월 17일 아침 8시 20분, 서안공항을 떠나 9시 40분에 북경에 도착했다. 북경은 인구 970만명의 대도시로 명, 청조의 수도였다. 동인당에서 식사를 하고 영남호텔에서 교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동서윤 심양공업대 명예교수로 계신 김주경 교수 등이 참석하여 1960년대의 중국 경제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저녁에는 두산그룹에서 운영하는 한국식당에서 한정식으로 식사하였는데, 쌀밥에 김치를 오래간만에 맛있게 먹었다. 종업원들은 만주에 사는 동포여인들로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시중을 들었다. 중국인 사업가들 중에서도 돈 좀 벌었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북경에서의 둘째 날은 북경대학 조선어문화연구소 안병호 소장과 간담회를 가진 후 캠퍼스 구경을 했다. 나는 여기서 멀지 않은 북경식물원의 양송령 원장을 잠시 만나 식물원을 구경하고 여기서 내준 차로 복해공원으로 가서 일행과 합류하였다. 오후에는 천안문광장 모택동기념관에 가서 매일 두 차례씩 승강기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2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지하묘에서 모택동의 시신을 구경하였다.
천안문을 지나 자금성(紫禁城)으로 들어갔다. ‘紫’는 천제의 빛깔로서 존귀함을 나타내고 ‘禁’는 잡스러운 것을 금한다는 뜻이란다. 건물들은 주황색으로 채색되었는데, 앞 부분은 황제가 근무하는 외조부분으로 나무 하나 풀 한포기가 없었고, 뒤편 내정에는 황제의 거주지로 나무가 식재되어 있었다.
자금성은 남북 1,000m, 동서 750m의 장방형으로, 10m 높이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성 밖에는 50m 폭의 해자에 물리 흐르도록 설계 되어 있었다. 건물은 웅장하고 돌에 새긴 조각들이 대담했다.
셋째 날은 북경에서 북쪽으로 70km 떨어져 있는 팔달령(八達領)으로 가서 만리장성에 올랐다. 발해만 산해관에서 산마루를 만리 길 달려 고비사막까지 이어지는 긴 성벽이었다. 기원전부터 북쪽 흉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든 것으로 진시황이 최초로 연결하였는데, 허물어진 부분은 명나라 때부터 보수하였다 한다. 팔달령의 장성은 돌과 벽돌로 쌓여있는데, 성 높이는 평균 7.8m, 폭은 밑 부분이 6.5m, 위가 5.8m로 말이 몇 마리 달릴 수 있을 만큼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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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달령에서 만리장성에 올랐다 (1993. 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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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가에는 2m 높이의 담에 총안(銃眼)이 있고, 일정거리마다 성루가 있어 망루와 전투대를 겸하도록 했다. 명십삼릉(明十三陵)은 팔달령에서 북경으로 오는 중간에 있는데, 숲이 울창하여 공원구실을 했다.
패루(牌樓)는 6개의 거대한 대리석 돌기둥으로 높게 있었고, 그 위에 지붕이 덮여 있었다. 페루에서 1km정도의 신도(神道)를 걸어 올라가면 대홍문(大紅門)이 나오는데 능의 정문에 해당된다. 신도 옆에는 석상(石像)이 줄지어서 있는데 공신, 문관, 무관이 각각 4개씩 12개가 있었고 석인(石人) 뒤에는 석수(石獸)인 말, 기린, 코끼리, 낙타, 해태, 사자 등이 있었다.
능의 내부는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만들었는데, 그 규모는 길이 300m, 너비 9.5m,천장높이 9.5m였다. 매일 3만 명씩 인력을 동원하여 6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하였다고 한다.
1월 20일, 북경에서 마지막 날이었다. 아침 10시에 퇴관한다고 하기에 나 혼자 새벽 6시에 일어나 한국산 프라이드 택시를 타고 이화원(頤和園)으로 갔다. 택시요금은 기본요금이 1040원이 나왔다. 청소를 하느라고 문이 활짝 열려있어서 공짜로 들어갔으니까 입장료 35원은 번 셈이었다.
정문에 들어서니 정원이 깔끔했고 오래된 능수 회화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회화나무(Sophora japonica)는 중국에서는 학자나무로 알려진 유명한 나무이다. 인공호수 곤명호가 아침물안개로 아름다웠다. 이화원은 넓이가 267ha이고, 호수가 75%를 차지한다. 호수바닥을 파내어 인공동산 만수산(萬壽山)을 만들고 나무를 울창하게 심었다.
이화원은 금나라(1153년) 때 황제가 궁전을 조성해서 명, 청을 거치면서 확장하였다. 호숫가를 따라 만든 728m의 긴 장랑(長廊)의 건물장식은 화려했고, 장랑을 따라 걸어가면서 바라다보는 호수는 장관이었다.
1시 50분, 북경공항을 이룩하여 고도 1099m, 항속 850km/h로 날아 4시 20분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날고 있는 비행기의 밑을 내려다보니 북경에서 상해사이에는 모두 드넓은 들판이었다. 이것만 갖고서도 중국의 온 백성을 먹여 살릴 만 했다. 홍콩으로 오니 아열대기후여서 매우 무더웠다. 비행장은 바닷가를 매립해서 만든 것으로 비행기들이 쉴 새 없이 뜨고 날았다.
구롱반도 산비탈에는 고층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고, 거리에는 2층 버스가 굴러다니는데 신기했다. 산 언덕의 공원(해발 540m)에서 홍콩시가지를 내려다보았다. 이동상인들이 우리말로 물건을 사라고 외쳐대면서 한국 돈을 받는다고 해서, 집사람 명주 잠옷을 만원주고 한 벌 샀다. 지하 해저터널을 지나서 바다에 떠 있는 점보(珍寶)식당에서 화려한 홍콩의 야경을 바라다보면서 저녁식사를 하고 바닷바람을 오랜만에 마셔보았다.
홍콩은 1993년에 GNP가 1만 3천불에 도달하였다. 호텔로 돌아오니 방은 중국보다 좁았지만 대리석 욕조의 화장실에 타월이 훨씬 고급스러웠다.
1월 21일 목요일, 어느 골목의 해장국집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에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상점에서 간단한 쇼핑을 한 후 12시 40분 홍콩을 이륙하여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