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에 들어 민주화의 열풍이 대학에도 불어 닥쳐서 대학마다 총장을 교수가 직접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교수회의에서 총장선출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직원노조와 학생대표 3자간의 통일된 합의를 못보고, 3자회의를 여러 차례 거듭하였다. 총장선거는 교수만 해야 한다는 교수회의 논리에 맞서, 총장은 교수만의 총장이 아니라 대학 전 구성윈의 총장이므로 교직원 대표와 학생 대표도 총장 선출에 어떤 몫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나는 이 시기에 경주캠퍼스 교수회의 총무를 맡고 있어서 매주 한 번, 어떤 때는 두 번씩이나 서울, 경주합동교수외의에 참석해야 했다.
최종적으로 총장 선출규정이 만들어지고 총장선출에 들어갔다. 총장후보 등록을 마치고 양 캠퍼스에서 총장후보 소견발표회를 갖고는 1990년 2월 16일 금요일 서울캠퍼스 동국관에서 2시에 총장선거를 시행하였다.
총장후보가 모두 여섯 명이 나왔는데, 결과는 신OO 교수가 총장서리로 재단에서 임명을 받게 되었다. 신OO총장서리는 1년이 지나도록 서리의 꼬리가 재단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아 총장선거를 다시 하게 되었다.
동국대학교 제12대 총장선거 날짜는 1990년 10월 13일이었다. 총장 후보는 모두 6명이 등록하였는데, 후보 중 송×× 교수는 해병대 선배 장교였다. 어느 날 한강이 바라다 보이는 조용한 호텔에서 송 후보와 오전 중에 만나 하루 종일 경주캠퍼스 교수의 투표성향을 분석하였다.
나는 해병대 장교로 5년여를 근무했기 때문에, 초급 지휘관의 임무 중의 하나가 부하에 대한 신상파악이 습관처럼 몸에 익었으므로, 동료교수들의 신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더욱이 교수회의 총무 일을 하면서 교수들 개개인의 신상을 쉽게 파악하게 되었다.
정확한 자료를 정보를 분석한 자료를 갖고 득표활동을 한 결과 최다득표를 하게 되었다. 총장 후보 6명이 등록한 가운데 교수 387명 중 86%인 336명이 투표하여, 1차에서 송 후보 99표, 민 후보 85표, 이 후보 72표가 나왔다. 과반수 득표 획득자가 없었으므로, 3차 투표를 한 결과 송 후보 186표, 민 후보 147표를 얻어 1, 2, 3차 투표에서 계속 송 후보가 1위의 득표를 하였고 55%의 득표율을 차지했다.
교수회의에서 재단에 최다 득표자와 차점 득표자 두 사람을 올린 결과 차점자가 총장으로 임명되었다. 허탈했지만 재단의 결정을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음 번 총장 선거는 4년 후가 되어 송×× 교수는 차기에 재가를 노리고 준비를 하여야 되므로, 나도 이에 맞추어 계획을 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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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총장 직선제의 어려움을 보도한 한겨레신문 기사 (1996.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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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 임기를 끝내고서 1993년도 초부터 미국에 초빙교수로 갈 준비를 하는 한편, 연구년을 신청하였다. 연구년을 신청하면 8월에 출국하여 다음해 8월이면 귀국하여 총장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교비 특별기금을 받게 되면 1994년 초에나 출국하게 되어 총장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므로 교비지원 600만원에 왕복항공권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1년 간의 연구년을 얻어서 미국 버지니아에서 유익하게 지내고, 이듬해 8월 하순 개학할 무렵에 귀국하여 총장선거에 대비하였다. 총장선거는 갈수록 치열해졌다. 예전에 없던 교수들 간에는 파벌이 생겨나서 TK, PK, OO그룹, **그룹, ××파들이 생겨났고, 보이지 않는 반목이 생기는가 하면 양다리 접근파도 생겨났다.
총장선거는 드디어 1995년 1월 15일 일요일에 서울캠퍼스에서 실시되었는데, 재적인원 503명 가운데 442명이 투표하여 87.9%의 투표율을 보였다. 7명의 입후보자 가운데, 1차 투표에서 송×× 교수 157표, 조△△ 교수 103표, 홍** 교수 92표, 그리고 경주캠퍼스 행정학과 박ㅁㅁ 교수 35표로 나왔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규정에 따라 2차 투표에 들어갔는데, 송×× 후보 199표, 조△△ 후보 143표, 홍** 후보 97표가 나와서, 다시 3차 투표를 하게 되어 송×× 후보 235표, 조△△ 후보 193표로 송 후보가 계속 1위로 득표하였다.
1월 25일 11시에 재단이사회가 열리고 만장일치로 송 후보가 동국대 13대 총장으로 결정되었다. 그간 애써온 보람으로 좋은 결과를 보게 되어 기쁨이 충만하였다. 송×× 후보는 두 번 도전하여 모두 1위로 득표하였고, 두 번째 가서야 총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그간 경주캠퍼스의 교수들은 부총장 선거 세 차례, 총장 선거 세 차례, 도합 여섯 차례의 선거를 치르게 되었는데, 선거에는 항상 후유증이 따랐다.
첫째, 후보자는 득표를 위해서 교수들을 포섭하는 과정에서 식사와 술대접을 하게 되고 유권자인 교수들은 자연히 후보자 한두 명에게 접촉하게 마련인데, 접촉을 거부하면 오해받게 되고 접촉을 하면 다른 후보에게 또한 오해를 받게 된다. 후보자는 유권자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금전적 경비를 쓰게 된다.
둘째, 교수들의 연구 분위기가 흐트러지게 되고 선거 이야기로 말리 많아지게 된다. 셋째, 교수들 간에 후보자 지지양상이 달라지게 되므로 교수들 간에 파벌이나 틈이 생기게 되며, 선거가 끝나도 파벌이나 틈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총장선거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개선책으로, 사립대학에서는 재단 대표, 동창회 대표, 교수대표, 지역사회 대표자 등 적절한 인원으로 총장초빙위원회를 구성하고, 총장후보는 교내만이 아닌 외부에도 개방하여서 국내는 물론 범세계적으로 초빙공고를 하여 능력 있는 저명인사를 모시는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