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처장 (61화)

1995년 1월 15일에 총장선거가 있었고, 25일에는 재단이사회에서 송 후보를 13대 총장으로 승인하였다.

나는 어머니가 계신 남양주 고향집에서 은거하다가 졸업식을 앞두고 경주캠퍼스에 내려가 지내던 중, 2월 24일 금요일 오후 4시경 연구실에서 신인 송 총장의 전화를 받았다. 학생처장을 맡으라는 명령이었다. 나는 보직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학생처장의 임무가 떨어졌다.

나는 학생처장 할 나이도 지났고, 학생처장은 동국대 출신이어야 하는데, 나는 적격자가 아니라고 고사했지만, 결국은 수락하게 되었다.

2월 27일 11시에 서울 캠퍼스 중강당에서 총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오후 2시에는 전 교무위원 43명의 임명장 수여가 이사장으로부터 있어 나는 학생처장 임명장을 받게 되었다. 저녁 7시에는 엠배서더호텔 19층에서 총장취임 만찬모임을 가졌다.

학생처장직을 맡고 달포가 지나 한의대에서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어느 날 아침 한의대 교수들이 학생처장실로 내방하여 교수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책을 의논하였고, 오후에는 한의대 학장을 비롯하여 원로교수들과 이 문제를 다시 논의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18일 오후에는 한의대 학생들의 집회가 있더니, 다음날 19일 오후 2시 30분에는 한의대 김모 교수 연구실에 있는 모든 책들이 택배로 교수 집으로 보내지는 사건이 터졌다. 사전에 정보가 입수되어 한의대 교수와 조교 모두가 김모 교수의 책이 집으로 배달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부탁하였지만, 교수들은 수수방관한 모양이었다.

28일, 한의대 문제로 부총장, 한의대 학장, 학생처장, 그리고 김모 교수와의 연석회의를 마치고 부총장에게는 건의하였지만, 부총장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질 않더니, 5월 2일 오후에 가서야 한의대 김모 교수만 빼고 부총장과 교무처장, 학생처장 등 3자가 회의를 하고 이어서 3시에는 한의대 전교수와 회의를 갖게 되었다.

5월 5일 저녁, 퇴근 후인 6시 30분 부총장이 전화를 하여 7시에 한의대 비상교수회의를 소집하고 한의대 학생 처벌계획서를 제출하라는 명령이다. 어처구니 없는 소리였다. 다음날 6일에는 한의대 원로교수들을 만나 김모 교수 문제를 의논하고, 8일 오전에는 한의대 젊은 교수들을 만나서 의견을 들어보았다.

그날 7시에는 한의대 교수 비상회의가 있었다. 9일 교무위원회에서는, 한의대 김모 교수의 강의는 불가능하고 상경투쟁이 예상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10일에는 한의대 학생집회가 열렸는데, 한의대 김모 교수에 대한 농성은 끝내고, 대신 상경기획단을 만드는 구성하는 겻으로 결론을 내어 일단은 농성이 끝나게 되었다.

다음날 11일 목요일 4시 30분에 부충장이 한의대 전체교수회의를 소집하더니, 한의대 학장, 예과 학과장, 본과 학과장, 그리고 학생처장은 시말서를 내란다. 놀랄 일이었다. 한의대 김모 교수의 문제로 근 한 달간이나 골치를 썩였는데, 일이 끝나고 나니 학생처장도 시말서를 쓰라는 소리였다.

다음날은 12일 금요일이었다. 시말서를 내느니 학생처장을 그만두겠다고 사직서를 써서 학생과장에게 주었더니, 펄쩍 뛰면서 그러시면 안 된다고 거절하기에 학생처장실에 근무하는 하양을 시켜서 부총장실 비서를 통해 부총장실에 전달하도록 지시하고 연구실에 가 있어도 하루 종일 아무 소식이 없었다.

▲ 대학 졸업식이 끝나고 / 김병기 부총장과 학생처장인 필자

토요일에 상경하여 남양주 고향집에 가서 어머님에게 문안드리고, 월요일에는 경주캠퍼스로 가지 않고 머리도 식힐 겸 고속버스로 강릉으로 가서 온천물로 몸과 마음을 닦고 하룻밤을 푹 쉬었다. 화요일 오후 경주에 도착하여 축제 전야제 행사에 참석하여 학생처장 자격으로 축사를 하고, 울산에 사는 학생과 김 선생의 상가에 가서 문상을 하였다.

그동안 부총장은 학생처장의 사직서를 갖고 월요일 총장에게 제출하였다가 호통을 맞고 그냥 내려온 모양이었다. 화요일 교무위원회의에 총장이 참석하여 학생처장을 사방팔방 찾았으나 강릉에 간 사람이 나타날 리 만무했다. 교무위원회에서 총장 말씀이, ‘나는 사람을 아끼는 사람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학생처장의 사임이 만류되어, 나는 계속 학생처장의 직무를 수행하여야만 되었다.

5월 19일 금요일 밤, 4일간의 대동제축제는 무사히 막을 내렸다. 축제를 무사히 끝낸 것은, 해병대 예비역들이 캠프를 설치하고 해병대 복장으로 매시간 마다 24시간을 교대로 순찰을 돌아 술 먹고 취해서 행패부리는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고, 또한 외부의 불량배가 들어와서 소란을 피우는 일을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병이 가는 곳에 평화가 있다’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7월 13일에는 송 총장님을 모시고 포항에 있는 해병 제1상륙사단 사단장 전도봉 소장(나와는 해병학교 35기 동기생)을 예방하여, 예포 17발 속에 사단참모들을 열병을 하고 도솔관에서는 해병대 전 장병이 모인 가운데 송 총장의 특강이 있었다. 사단참모들과 장교식당에서 선후배장교들로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였다.

이번 행사는 전도봉 해병사단장이 나의 주선으로 지역개발대학원에서 특강해준 데 대한 답례와 아울러, 포항 병원의 응급환자를 해병사단의 항공편으로 서울로 긴급 후송해준 보답으로 방문하게 된 것이다.

나는 전도봉 사단장이 준장시절 해병훈련단장으로 근무할 때, 기초반 보병장교 수료생에게 특강을 하였고, 또한 지역 예비군 지휘관에게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모 부총장, 교무처장과 함께 해병사단 골프장에0서 전 장군과 골프회동을 하고, 훈련단 참모와 대대장급 이상 중령장교 20여명이 김포횟집에 가서, 소주를 한 상자나 마시고 흡족하게 모임을 가진 바도 있었다..

8월 21일 월요일 개강이 되어 2학기가 시작되고 나흘이 지난 24일 목요일 오후, 식재학 강의를 마치고 학생처장실로 와서 잠시 쉬고 있을 무렵, 부속실에서 전화가 왔다고 하여 수화기를 들고 보니 총장님의 목소리였다.

그동안 학생처장 하느라고 수고 많았는데, 부총장과의 관계도 그러하고 학부제의 막중한 임무가 있으니 자연과학대학 학장을 맡아서 일을 하라는 명령이었다. 나는 학장은 이미 3년이나 한바 있다고 고사하였지만, 하는 수 없이 학생처장을 한 학기 단명으로 끝내고 다시 학장보직을 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