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초빙교수로 있는 동안 미국인의 생활모습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고, 더욱이 우리집 남매는 미국에서 2년간 학교를 다니게 되어 미국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지만, 문화는 역시 유럽이었기 때문에 유럽의 문명과 문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학생처장 6개월과 학장 2년간의 근무가 끝날 무렵, 머리도 식힐 유럽여행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나와 집사람, 딸 재희, 아들 충희 네 식구는 코오롱여행사를 통하여 대한항공편으로 1997년 7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날 오후 2시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가 탄 대한항공 비행기는 북경 상공을 지나 북상하여 몽고 울란바트로 상공으로 시속 930km, 고도 1만m으로 비행하여 모스크바 상공을 지날 때쯤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기내식이 나왔다.
민스크 상공을 지날 때 시속 8,920km, 고도 11,600m, 외부기온 -51℃라는 기내방송이 나온다. 탑승한지 8시간 50분이 지날 무렵이었다. 비행기는 폴란드 수도 바르사바의 상공을 지나더니 잠시 후 체코 부다페스트 상공을 통과하여 카시파티안산맥을 넘어 오스트리아의 평원지대를 지나기에 내려다보니, 강줄기들이 보이고 빈 상공을 지나자 다시 산악지대가 나온다.
이때 시속은 870km, 고도 11,170m, 외부 기온은 -55℃란다.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야산에는 경작지가 푸르게 펼쳐져 있었다. 그것도 잠시, 지중해 아드리아해의 푸른물이 보이더니 이탈리아 안코나평야의 농경지 위를 날고 구릉을 지나서 꼭 11시간 만에 로마 레오나르드 다빈치공항에 도착하였다.
김포공항에 낮 2시 9분에 이륙하였는데, 나의 시계로는 1시 10분이고, 현지 시간으로는 저녁 6시 10분이란다. 공항에서 두 시간을 머물다가 이탈리아 비행기로 8시 10분에 다빈치 공항을 이륙하여 2시간 20분이 지난 밤 9시 30분에 영국 히드로국제공항에 도착하니, 듣던 대로 비가 많은 나라답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런던에서 변두리쯤에 있는 크리브호텔에 밤 10시 55분에 도착해서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고 깊은 잠에 빠졌다.
크리브호텔의 방값은 70파운드로, 우리 돈으로는 10만 5천원이다. 1파운드는 1,500원이고, 미국 돈으로는 1달러 95¢이 된다.
첫 번째 관광은 템즈강을 가로질러 놓인 타워 브리지였다. 트윌리 공원으로 가서 103년 전(1894)에 만들어졌다는 타워 브리지는 부산의 영도다리와 같이 큰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다리의 중간 상판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만든 구조였다. 옛날에는 하루 50여회나 들어 올렸다고 하지만, 요새는 일주일에 2~3회 정도로 팔(八)자 모양으로 둘어 올린다고 한다.
다음은 영국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을 템즈강 건너편에서 바라보았다. 3만 6천평 터전에 1,100여개의 방이 있고, 더욱 유명한 것은 빅 벤(Big Ben)이라 불리는 13톤짜리 대종(大鐘)이 15분 간격으로 울려 펴지는 것이다. 영국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되었고, 하원은 600명인데 무보수로 일한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둘러보았다. 이 사원은 역대 영국 국왕의 대관식 장소로 유명한 곳인데, 텔레비전을 통해서 대관식을 본 장소였다. 처칠의 가묘가 사원의 바닥에 묻혀있다.(진짜 묘는 그의 고향 볼레아인에 있다)
사원 입구에 있는 상점에서 버킹검궁전 의장대 인형을 사려고 달러를 내니까, 파운드만 받겠다고 해서 안 사고 그만두었다. 버킹검 궁전 의장대 교대식이 1시 30분에 있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구경하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듯이, 해병대 장교 출신인 나에게는 썰렁한 구경거리였다.
잘 가꾸어진, 78만평이나 된다는 하이드파크를 차창으로 보면서 대영박물관으로 향하였다. 1753년 한스라는 내과의사가 8만점을 국가에 기증한 것을, 처음에는 런던대학 부속건물에 전시하다가 1851년에 개축하여 만든 것으로, 축구장의 11배 크기의 규모이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갖고 온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앗시리아 로제타 스톤(돌)에 새겨진 최초의, 상형문자가 여기에 보관되어 있다. 고대 이집트, 고대 아시아, 그리스의 유물들을 약탈해다가 모아놓은 것들이었다.
영국은 한국보다 조금 더 커서, 넓이가 24만 4천㎢이고, 인구는 5,810만, 인구밀도는 238명, GNP는 18,410달러이다. 종교는 성공회인데, 신부는 결혼할 수 있다고 한다.
서둘러서 저녁식사를 하고 오후 4시에 런던역에서 유로 스타 기차를 타고 영국이 아닌 런던만 구경하고 떠났다. 40km나 된다는 도버해협 지하터널을 20분 달리고보니 프랑스 영토여서 열차 안에서 입국심사를 한다. 런던역을 4시 25분에 출발해서 3시간 25분간 프랑스 평원을 달려 저녁 7시 40분에 파리역에 도착하였다.
프랑스는 면적만 55만 2천㎢, 인구 5,775만 명, 인구밀도 105명이며, 종교는 가톨릭이고, GNP는 33,470달러이다. 화폐단위는 프랑으로, 1프랑은 150원, 1달러는 5프랑이었다.
가이드로부터 봉주르(아침인사), 봉송이(저녁인사), 빠르등(실례), 머르즈 보끄(감사) 등 간단한 프랑스어를 배웠다. 파리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에 있는 Ibis호텔에 자고나니 8월 2일 토요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토끼들이 먼저 일어나 땅굴에서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파리에서 첫 관광은 베르사유궁전으로 시내에서 70km나 떨어져 있는 인구 12만 명의 소도시에 있다. 베르사유는 1634년 루이 13세에 의해서 사냥궁으로 세워진 것을 태양왕이라고 부르는 루이 14세가 1662년부터 1710년까지 근 50년간에 걸쳐서 만든 궁전과 정원이다. 원래 늪지였던 터전에 전국에서 흙을 모아 돋우어 궁전을 짓고, 센강의 물을 1500m에서 끌어들여 운하를 만들고 분수도 만들었다.
궁전에는 왕실, 성당, 헤라클라스방, 풍요의 방, 비너스방, 다이아나방, 아폴로 방, 거울의 방, 평화의 방, 왕비의 침실 등 많은 방들이 화려한 그림과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베르사유 정원은 궁전 좌우에 정형식으로 꾸며진 왕의 정원과 왕비의 정원이 있고, 아폴론 분수 아래 펼쳐진 넓은 잔디밭 가운데에는 길이 2.5km의 대운하오 소운하가 십자가로 놓여있고, 그 주변에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당초에는 600ha였지만, 지금은 규모가 줄어들어 100ha의 넓이라고 한다.
오후에는 몽마르트언덕을 올랐다. 언덕이라고는 하지만 129m의 고지로, 비탈길을 올라서면 성당이 있고, 그 주변에는 초상화를 그려 파는 노천화가들이 줄지어 있으며, 상가들이 있다. 여기서 종이칼을 기념으로 몇 개 사고 러시아에서 온 가난한 화가의 그림 소품을 한 점 사주었다.
다음은 루부르미술관을 관람했다. 미로의 <비너스>, 다 빈치의 <모나리자> 등 유명한 그림을 진품으로 감상하였다. 소장 작품이 30만점이 넘는다고 한다. 루브르 미술관 앞에는 튈르리공원이 있고, 콩크르트광장에서 상젤리까지의 대로는 직선으로 2km인데, 드골광장에 있는 개선문으로 연결되는 유명한 길이다. 콩코드광장에는 마로니에가 줄지어 있고, 상젤리제 거리에는 가로수로 심은 플라타너스가 무성하게 자란다.
여행 중 처음으로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저녁밥을 맛있게 먹은 후, 에펠탑 야경구경을 하였다. 에펠탑은 1889년 박람회 때 프랑스인 에펠과 미국인 에디슨의 개발로 20여개월 만에 완성한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파리의 야경을 본 다음, 센강의 유람선을 타고 배 안에 앉아서 에펠탑과 노틀담사원 등 많은 야경들을 보았다.
파리에서 두 번째 날은, 센강 복판에 있는 시테섬의 노트르담(우리의 성당이란 뜻) 대성당을 구경하였다. 넓은 광장과 성당건물의 아름다운 외부장식은 경탄할 정도이다. 800년 된 건물로 높이가 69m에 이른다. 중앙정문 위에는 12제가의 주교상이 장식되어 있고, 2층 건물 위에는 쌍으로 종탑이 세워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