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문화부에서 선정한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의 달이다. 다산의 달을 맞이하여 그 분의 생애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다산은 신라말엽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떠난 이후 천여 년 만에 나타난, 그와 버금가는 대학자이다.
다산은 영조 38년(1762) 6월 16일 경기도 남양주군 조안면 능내리 마현에서 출생했다. 그 당시 행정구역명으로는 광주군 초부면에 해당되었으나 1914년 군면 통폐합 시에 행정지명이 바뀌었다. 마현은 서울에서 한강 물길을 따라 동북방으로 26km 떨어진 곳으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되는 지역이다.
더욱이 팔당댐이 건설된 후로는 물이 가득차서 호수를 이루고 있으며, 산자락과 어우러진 경치가 그지 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산줄기가 태백산맥으로 이어지다가 철령에서 서남향으로 산줄기가 달리니, 이것이 광주산맥으로 남양주에 이르러서 천마산, 묘적산, 예봉산, 운길산 등을 옹기종기 만들어 놓았고 강우량이 많아 수목이 울창하여 산자수명한 곳이다.
이렇듯 경치 좋은 곳에서 어찌 훌륭한 인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버지 정재원은 진주목사 등을 지낸 분이며 어머니는 시인이며 정치가인 고산 윤선도의 5대손으로, 두 분 사이에 난 넷째 아들이 된다(장남은 약현, 차남은 약전, 셋째는 약종). 세살 때부터 천자문을 익히며 일곱 살 때에는 문집(文集, 삼미집)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잃게 되었고, 열 다섯 살 때 풍양 홍씨 홍화보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된다.
스무 살에 과거 소과에 합격해 진사가 되었고, 스물두 살 때는 경의초시(經義初試)에 합격되어 생원이 되었다. 스물여덟에 과거의 문과에 급제하여 승정원 가주서의 정7품 벼슬이 되었고, 스물아홉 살에 사간원 정언, 서른 살에 홍문관 수찬, 서른 살에 경기도 암행어사, 서른넷에 병조참의, 서른다섯 살에 병조참지, 서른여덟에 황주 영위사와 형조참의를 지내는 것으로 벼슬길은 끝나게 된다.
총명했던 다산은 어린 나이 때부터 집안에 있던 많은 책을 읽어 내려갔고 외가와 처가의 책도 모조리 독파해나갔다. 외삼촌 이기환 댁에서 외가 선조인 성호 이익의 유저 <성호사설>, <곽우록>, <성호문집> 등을 읽게 되었으며, 큰형 정약현의 처남인 이벽으로부터 서학(西學)에 관한 새로운 지식에 접하게 된다.
정조대왕의 총애를 받았던 다산은 순조가 12세에 왕위에 오르자 신유사화에 휘말려 18년간이라는 긴 유배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 첫 유배지가 경북 영일군 장기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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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산 정약용 초산 [출처 ; 김호석 화백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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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는 포항에서 양포로 가는 중간쯤 지역으로, 순조 원년인 신유년(1801) 2월에 체포되어 옥게 갇혔다가 임금의 은혜로 풀려나서 장기로 유배되어 2월 9일부터 10월 20일까지 머물게 된다. 한강을 떠나면서 유배 길은 시작되어 경기도 죽산(지금의 안성군)을 거쳐 충주에 있는 부모님 묘소에 성묘하고, 탄금대를 지나 새재 큰 고개를 넘어서 삼월 초 아흐렛 날에 유배지인 장기에 도착하였다.
분노와 억울함을 삭이며 세월을 흘러 보내면서 쓸쓸한 해변 가인 양포나 모포에 나가서 어부들의 바다생활이나 궁핍한 농촌의 가난한 모습에 눈을 돌려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것이 <이아술(爾雅述)>, <기해방례변(己亥邦禮辨)>이란 저술이다. 또한 백언시(百諺詩)라는 방대한 풍속시를 짓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지방의 풍물을 읊은 수많은 시에서 최초로 당시의 생생한 토속어(土俗語)를 한자어로 시에 도입하여 한시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준 셈이다. 보릿고개, 대감, 아가, 첨지, 하납 등 18세기 우리나라 말들이 한시에 동원되고 있는데, 그 지역에서 ‘아가(雅哥)’라는 말은 시부모가 새 며느리를 호칭하는 말이라고 주석을 달기도 하였다.
격(格)과 율(律)을 따져서 조선 티를 버리면 버릴수록 한시라고 여기던 시절, 우리 것이라고는 한없이 천시하던 시절에 당시의 우리 토속어를 서슴없이 사용했던 사실은 우리 문학사에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다산의 첫 유배지에서의 숨결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그의 뜻을 기려보는 것이 우리 후손의 도리가 아닐까 한다. 영남지역에서 유일한 다산의 유배지인 장기를 다산의 유적지로 개발 보존하여 향토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황사영의 백사사건으로 다시 투옥되고 11월에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되어 순조 18년(1818)까지 유배생활을 하면서 오직 저술에만 몰두하여 <다산문답(茶山問答)> 1권(순조 8), <아방강역고(我邦疆域考)> 10권(순조 11), <경세유표(經世遺表)> 40권(순조 17), <목민심서(목민심서(牧民心書)> 48권(순조 18)을 저술하였다.
18년간의 귀양살이에서 풀려 고향에 돌아와서도 오로지 저술에만 몰두하여 <흠흠신서(欽欽新書)> 30권과 <아언각비(雅言覺非)> 3권(순보 19)을 쓰고 <매씨서평(梅氏書評)>을 개정 보완하여 10권으로 다시 쓰니 이때의 나이가 73세였다. 75세를 일생으로 해서 출생한 가옥 여유당(與猶堂)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10년 벼슬, 18년 귀양살이가 다산의 일생을 장식하였으나 그 18년은 정신세계에서 빛나는 발자취를 남기었으므로 우리가 더욱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대구일보, 아침시론. 1991. 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