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의 군사적 이용 (70화)
  제10장 [부록] 칼럼1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수목의 긴요함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집을 짓는데 필요한 건축재(建築材)로서, 종이를 만드는데 쓰이는 펄프로서, 가구를 만드는데 쓰이는 토목재(土木材)로서 직접 이용된다. 또한 수목들에 달리는 열매는 인간에게 식품과 비타민을 제공해주는 과수(果樹)로서도 중요하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간접적 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무들은 봄의 파릇한 새싹으로부터 여름에는 신록(新綠), 가을에는 단풍(丹楓), 겨울에는 나목(裸木)으로서의 장엄한 모습으로 사계를 통한 신선한 변신으로 오랜 세월동안 시인과 묵객들의 감흥과 상징의 대상이 되어왔다. 

나무들의 아름다운 형태, 잎의 모양, 꽃의 빛깔은 정원을 가꾸는 관상수(觀賞樹)로 쓰이며, 이를 조경에서는 ‘미학적 이용’이라고 한다. 지구상에는 많은 삼림(森林)이 존재하는데, 특히 열대지방에서는 열대우림지대가 엄청난 규모로 자리 잡고 있어서 대기의 20%나 되는 산소의 공급원이 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산소의 공급원이 되고 있는 삼림이 점점 파괴되어 가고 있다. 강수량 부족에서 오는 건조와 사람들의 무분별한 삼림파괴가 그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수목은 식물의 3대작용 중의 하나인 광합성작용(光合成作用)으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게 되는데, 이 산소가 동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산소의 공급원이 된다. 수목에서 방출된 산소는 오염된 도시의 대기를 희석시켜서 정화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 따라서 대도시일수록 수목을 많이 식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우량은 1.274mm인데,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린다. 이 빗물은 흡수를 이루어 농경지를 침수시키거나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전국 산야에 수목이 울창하다면 수목은 강우량의 상당량을 자기 몸에 지니게 되므로 빗물을 냇물로 보내게 되어 홍수를 예방하게 되며, 또한 토양침식을 막게 되어 하상(河床)이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게 된다. 

옛날에는 낙동강이나 형산강에 돚단배나 뗏목들이 상류까지 오르내렸을 것이나, 그 후론 삼림이 헐벗어서 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하상이 높아져서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강 유역이나 호수 주변에는 특히 낙엽활엽교목보다 상록침엽교목을 집단으로 식재함으로써 해결가능하다고 본다. 

한라산 백록담에는 토사(土砂)가 씻겨 내려가서 분화구가 점차 낮아지고 수면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분화구 안쪽으로 수목을 식재하여 토사의 유출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수목의 이용을 임학(林學)에서는 주로 직접적 이용을 연구하고, 조경학(造景學)에서는 간접적 이용인 미학적 기능적 이용을 연구한다. 그러나 임학이나 조경학에서 수목의 군사적 이용에 대한 관점은 지금껏 가져보지 않았다. 나 역시 이 점에 대해서는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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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지난번 이라크와 다국적군 간의 걸프전의 양상을 매일 지켜보면서 수목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열리는 것 같았다. 이라크는 이란과 8년이란 긴 세월 동안 전쟁을 하였다. 이 기간을 통하여 병사들은 전투경험을 갖게 되었고 군사장비도 최신 무기로 대체하여 갖추었기 때문에 후세인이 큰 소리 치며 미국이라는 강국을 향해 도전한 것이리라. 그러나 후세인의 무모한 야망은 다국적군의 시나리오를 재구성하는 기회도 부여하지 못했다. 

월남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월남전과 걸프전의 두 전쟁을 비교해보게 되었다. 월남에서 미국군대는 50여만 명의 대병력으로 10여년 간 참전하면서 최대의 군수전과 과학전을 펴왔지만, 보잘 것 없는 월맹에 패하고 말았다.

 당시 월맹군은 박격포탄, 포신, 포망 등을 이것저것 조립하여 사용했으며, 방향 가늠자에도 배터리가 없어서 반딧불을 이용할 정도로 형편이 없었지만, 원시 전쟁기구로 물질적으로나 경제, 정치적으로 세계 제일의 대국을 패전시키고 말았다. 

월맹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되었겠으나 그들의 자연조건인 삼림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삼림이 군사작전에서 보급로의 은닉처요, 포격의 은닉처가 된 것이다. 

만약 걸프전쟁의 전장(戰場)이 사막이 아니고 삼림지대였다면, 그렇게 시나리오대로 다국적군의 작전수행이 용이했을 리도 없고,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되었다면 전쟁의 양상은 어느 국면으로 치닫게 되었을 지도 모르지 않는가. 

가로수 또한 군사작전 시 긴요하게 이용된다. 후퇴 작전 시 가로수 기둥에다가 TNT를 싸매고 폭파시키면 가로수가 넘어지면서 도로를 차단하게 된다. 이 장애물로써 적군의 공격을 지연시킬 수 있다. 

몽고 침입 떼 몽고의 한 꾀 있는 장수는 경기도 김포에 있는 문수산성 밑의 나루터 근방에서 초가집 기둥을 뽑아다가 부교(浮橋)를 만들어서 강화도를 공격한 일이 있다. 최초의 상륙 주정(舟艇)은 통나무를 파서 만든 카누같은 것이었으리라 추측된다. 이것이 발전을 거듭하며 뚜껑을 씌운 오늘날의 LVT가 되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녹음기가 되면 간첩침투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 간첩들도 낙엽진 겨울철에는 삼림이 노출되어 침투가 불가능하게 되나, 녹음이 무성하면 간첩의 침투나 적정 정찰에 용이하게 이용된다. 

각설하고, 삼천리 방방곡곡에 나무와 화초를 심어서 금수강산을 가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 

(대구일보, 아침시론, 1991.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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