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제도와 조경용어 (78화)
  제11장 [부록] 칼럼2

명예제도(Honor system) 

미국에서 교환교수로 1년간 지내면서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감명 깊게 느낀 것이 있다면 바로 ‘명예제도(Honor system)’일 것이다. 

강의실 앞쪽 벽에 학교 마크가 붙어 있는 포스터에 명예제도가 설명되어 있으며, 맨 아랫줄에는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말하자면 명예를 지키자는 것인데, 시험에 부정행위를 하지 말고 명예를 위해서 정직하자는 것이다. 

만약 동료 학생 간에 부정행위가 있으면 전화해서 고발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험 중에는 부정행위가 있을 수 없으며, 텀 페이퍼(Term paper)를 작성할 때에도 남의 것을 복사하거나, 부분 표절도 허용하질 않는다. 

미국대학에서는 정직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이것을 지켜나간다. 만약 어떤 교수가 과목을 어제와 오늘 나누어서 치러도, 절대로 그 출제된 시험문제가 유출되지 않는다. 어떤 문제들이 출제되었느냐고 물을 수도 없고,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 

미국 대학생들은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진급할 때 보통 25%가 탈락을 한다. 한 학기에 보통 시험은 세 차례 치르고 수시로 퀴즈라고 해서 간단한 테스트가 있는데, 이 정규 시험과 퀴즈로 엄정하게 성적을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수강과목도 많이도 할 수도 없다. 공부하기 어려워서 자살소동도 일어나 매학기 중 1주간씩 방학을 한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장차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될 인물들이기 때문에 대학생활 중 정직을 배우고 몸소 익혀서 훌륭한 지도자로서의 수업을 닦아야 겠다. 

(동대신문, 달 하나 천장에, 제1156호. 1994. 9.)


▲ 버지니아대학의 ‘명예제도(Honor system)’ 팻말

조경용어, 순수한 우리말로 바꿔쓰자

해마다 10월 9일이면 어김없이 한글날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우리의 일상생활 중에서 우리말이 아닌 외래어나 어려운 한자어들이 예사로 쓰이고 있다. 토목, 건축, 편집, 법률, 의상, 수산물 등 여러 분야에서 여전이 일본의 잔재들이 활개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순수한 우리말이나 우리말의 지명들이 없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신라 때 당나라 문물과 제도를 받아들이면서 순수한 우리말이나 지명과 제도들이 한자어로 변해갔으며, 고려와 조선조를 거치면서 더욱 심화되어 왔다. 

특히 조선조말 한일합방이 되면서 1914년에 전국 행정구역 명칭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우리말 지명들은 어거지로 한자어 되거나 차음되어 변형되었고, 이때부터 점차 일본말이 뿌리내리기 시작하였다. 

일상어 중 어제, 오늘, 내일, 모레 등의 말 중에서 ‘내일’은 한자어인데 우리말은 소멸되어 찾을 길이 없다. 국어학자 중에는 ‘하제’가 내일을 뜻하는 우리말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우리가 자주 쓰는 ‘부락’이나 ‘순수’ 등도 일본어인데 무분별하게 많이 쓰인다. 부락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백정들의 천민들이 모여서 사는 마을을 가리키는데, 한일합방 이후 일본인들이 우리 백성이 사는 마을을 ‘부락’이라고 강등시킨 것이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그대로 받아들여 자기비하 시켜 부락민으로 전락되어 쓰고 있는 실정이다. 

‘순수’도 우리말이 아님을 상기하여야 한다. 

지금도 대학가에는 10년 전부터 우리말 쓰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퍽 다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예를 들면 써클은 ‘동아리’, 축제는 ‘한마당’, 신입생은 ‘새내기(신출내기에서 온말)’, 야유회는 ‘들놀이’, 회비는 ‘모임삯’, 호치키스는 ‘박음쇠’, 화장은 ‘으뜸빛’ 등이다. 

정부에서도 행정용어와 법률용어 등 대부분 일제 잔재어들을 고쳐나가려고 노력중인 것으로 안다. 고속도로변의 노견이 ‘갓길’로 바뀌어서 지금은 쉽게 쓰이고 있는 것은 퍽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의학용어에서도 한글화작업이 만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법제처에서는 어려운 용어, 불필요한 위래서 1,382건을 선정, 정비하여 추진안을 마련하였다. 

조경에 관련된 것으로, 내역서는 ‘명세서’로 고사는 ‘말라죽음’, 굴취는 ‘캐냄’, 묘상은 ‘모판’, 법면은 ‘비탈면(쪽)’, 수종은 ‘나무종류’, 연화병은 ‘무름병’ 등으로 거쳐나가기로 했다. 

이외에도 일본에서 직수입된 용어들로 부지, 고수부지, 차폐 등 많은 외래어와 한글사전에 없는 일본어들을 찾아 바로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금세기 내로 남북한이 통일될 움직임도 보이는데, 지금이라도 조경인들은 깨달아서 우리말의 조경용어를 발굴하여 갈고 닦아서 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환경과 조경 55호, 1992.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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