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산과 물이 아름답고 또한 풍광(風光)이 뛰어나서 금수강산이라고 불려왔다. 국토의 7할이 산으로,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은지라 내와 강을 이루게 된다. 울창한 숲을 이루면 냇물도 맑고 넉넉하기 마련이다.
이렇듯 아름다운 산하가 국가의 적극적인 시책으로 푸른 산, 푸른 강을 이루는 듯하더니, 근자에 이르러 급속한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인하여 전 국토가 멍들어가고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주에 초ㆍ중등학교가 방학을 했고, 다음 주에는 말복도 끼어 있다. 장마도 끝나가 불볕더위가 시작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소득 1만불 시대로 접어들어 너도 나도 자동차를 갖게 되어 친구들과 함께 산천을 찾아 피서여행을 하는 것은 얼마나 좋은 것이냐먄, 인간이 가는 곳마다 자연을 오염시키는 게 심각한 문제가 된다.
경제적 여유
인간은 태초에 자연 속의 일부분으로 살아가면서 자연에 순응하고 살더니, 점차 인간의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자연을 극복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는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머지않아 인간에 의해서 자연이 파괴되고 더욱이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게 된다.
남한의 면적은 10만여㎢인데 인구는 6천여명만에 이르니, 마치 올챙이 연못과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자연환경의 파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우선 산을 보자. 산에는 숲이 있고, 숲은 야생동물의 은신처가 되어 식량을 대주는 공급원이 된다. 또한 동물과 인간에게 신선한 산소를 만들어주며 장마 때에는 빗물을 저장했다가 서서히 내보내 홍수를 막아주는 수원 함양 기능도 된다.
북한이 홍수로 인해 식량난이 심각한 것도 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내고 감자와 옥수수를 심다보니 홍수 때 산의 흙이 유실되어 내를 메우고 하상(河床)을 높게 하여 범람한 물이 논과 밭을 덮어버린 탓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가니 주택, 아파트단지, 학교, 공장 들이 들어서게 되어 산을 파헤치게 된다. 묘지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 보니 골프장 건설도 심각한 문제이다. 골프장은 삼림을 파괴하여 홍수조절 기능을 못하게 되고, 엄청난 농약사용으로 생태계를 파괴하게 된다. 전국의 산들이 묘지와 골프장 건설로 멍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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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산의 골프장 / 골프장은 삼림을 파괴하여 홍수조절 기능을 못하게 되고, 엄청난 농약사용으로 생태계를 파괴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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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명산 중 명산인 가야산에까지 골프장 건설로 문제가 되고 있다. 가야란 말은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가야산은 해인사를 상징한다. 사찰은 수도하는 곳으로 경건함과 정숙함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신성한 곳까지 골프장이 파고들어 가다보니 경탄할 노릇이다.
문명의 후유증
다음 하천을 보자. 산골짜기 마다 피서객들과 등산객들이 저지른 오염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피서고 산행이고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밥 지어 먹고 뒤처리를 안 하는 게 문제다.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숙영 후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상식인데 이것이 지켜지질 않는다.
분당 신도시는 배산임수형 지형으로 아파트 단지 앞에 탄천이라는 큰 냇물이 흐르는데, 저녁때에는 여러 가족들이 흔히들 냇가에 와서 밥지어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식사 후에 반찬 찌꺼기, 찬그릇, 비닐봉지 등이 그냥 버려지고 있다. 좀 더 배웠고 더 있어 보이는 사람일 텐데 이런 소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장마 때 시화호에서는 두차례 방류한 적이 있다. 원인은 빗물관과 오수관의 분리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만, 양식업을 하는 어민들의 생활은 어떻게 하랴. 이 모두가 인간에 의한 무심한 실수로 하천이 몸살을 앓게 되는 것이다. 수년 전 있었던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은 실수가 아니라 재벌에 의한 고의적인 방출로 2백여만 대구시민이 물을 먹지도 못한 일이 있었다.
마지막 바다를 보자. 해수욕장은 쓰레기더미가 되고, 항구는 기름덩이와 폐수로 검은 물이 되어 버렸다. 남해안 청정해안은 유조선들의 충돌로 해마다 기름바다를 만들고 있으니, 바닷물고기는 숨을 못 쉬어 죽어가고, 바다 식물은 햇빛을 못 봐서 죽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하는 멍들고 몸살을 앓으며 병들어 가고 있다. 이 모두가 인간의 무지와 실수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우리 인간이 쾌적하게 살아 갈수 있는 산ㅅ하를 복원시켜나갈 수 있도록 스스로 각오하고 노력해야만, 금수강산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불교신문, 청론 1588호 1997.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