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보고 흔히 ‘문화계 마당발’이라고 한다. 문화공보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며 업무상 많은 문화인을 만났으니, 그런 소리를 듣는 모양이다. 또한 공무원 생활을 끝내고 나서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서울예술단,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을 두루 거치면서 예술행정가로 활약했으니 문화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정치계, 언론계, 재계 인사들도 두루 만나온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다방면에 걸친 나의 인맥을 두고 사람들은 ‘거미줄 사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인맥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거미줄 사교라고 해서 특별히 어떤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닌데, 사람들은 나에게 인맥 형성의 노하우에 대해 묻곤 한다.
나는 직업상 문화예술인들의 자문역할을 하곤 하는데, 그러다보면 그와 관련된 기업인들이나 정치인들을 만나 또 다른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즉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발 벗고 나서다보니,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들이 나와 계속 인연이 고리를 맺어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하게 된 것일 뿐이다. 그것을 사람들은 ‘거미줄 사교’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아무튼 나에게 인맥 형성의 노하우가 있다면, 그것은 ‘남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을 도와주다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상대가 나의 진면목을 알고 친교를 맺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10여개의 각종 모임에 관여하고 있다. 대은회, 느티나무회, 초하루회, 여락회, 백우회, 허행초 등은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나와 인연을 맺고 있다.
사실 나의 인맥이 다방면에 걸쳐 넓어진 것은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두 차례에 걸쳐 후원회를 조직하면서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후원회를 비롯하여 내가 본격적으로 주도한 것들로 광화문 문화포럼과 낭만파클럽이 있다.
2001년 1월에 나는 본격적인 광화문시대를 열기 위하여 ‘광화문 문화포럼’을 만들었다. 지식인과 기업인, 문화인들이 참여한 이 모임은 광화문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이기도 하다. 회장은 변호사 이세중 씨가 맡았고, 부회장으로는 선화랑 대표 김창실 씨, 삼성박물관장 김종규 씨, 명지유통 회장 허참 씨 등 세 분을 영입하였다.
광화문 문화포럼에서는 문화예술계 현황에서부터 정부에 건의할 사항이나 시정사항 등을 논의한다. 그리고 매달 한 번씩 각계 전문가와 석학을 초청하여 조찬 강연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나는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한 지성인들의 모임인 ‘낭만파클럽’의 산파역도 담당하였다. 이 모임은 1999년 문화예술계 인사 중심으로 결성되어 2000년 11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립준비위원회를 개최하였으며 2001년 2월 13일 창립발기인대회를 가지면서 본격적으로 낭만파클럽 활동을 시작하였다.
낭만파클럽은 이미 작고한 선배 낭만인, 유한철 씨, 이진섭 씨, 이해랑 씨 등 세 명을 추송고문으로 모시는 한편, 시인 조병화 씨(작고), 화가 이대원 씨, 극작가 차범석 씨를 고문으로 추대하였다. 이때 나는 운영위원 23분 중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였다.
낭만파 클럽에서 다음과 같은 20가지 슬로건을 내걸었다.
1) 따지지 않는다.
2) 차라리 내가 손해 본다.
3)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다.
4) 사랑과 함께 정을 나눈다.
5) 조건 없이 서로 돕는다.
6) 문화, 예술, 스포츠를 사랑한다.
7) 멋도 부릴 줄 안다.
8) 나보다 우리를 생각한다.
9) 다방면의 많은 지식을 습득한다.
10) 식도락을 즐긴다.
11) 교역의 범위를 넓힌다.
12) 국제의 감각을 갖춘다.
13) 남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다.
14) 위트와 유머감각을 즐긴다.
15) 절대로 남의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16) 칭찬을 많이 한다.
17) 지갑을 보고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18) 지나치게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다.
19) 비록 혼자 있어도 황혼을 즐길 줄 안다.
20) 후진을 아끼고 건전하게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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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파클럽을 결성하여 창립총회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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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여러 가지 모임에서 실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각종 인연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모두 열거할 수 없지만, 그 중 잊을 수 없는 이름들을 떠올려 보면 다음과 같다.
대은회에서는 장대원(고인), 이한동, 김기주, 조명필, 김철, 오정소 등의 제씨들이 기억에 새롭다.
느티나무회에서는 박종국, 이수정(고인), 김동호, 신정휴, 허만일, 한영수, 김치곤, 이우석 등의 제씨들 얼굴이 떠오른다.
초하루회에서는 양삼용, 신두순, 김민환, 김문무, 김옥식 제씨 등의 이름이 생각난다.
여락회에서는 김동영(고인), 이재근, 김재기, 윤성로, 원성희, 윤기병 제씨 등의 이름을 잊을 수가 없다.
강촌이화회에서는 이민섭, 이길녀, 이강국, 이팔호, 이필우, 이관우, 이규일 제씨 등이 그리운 얼굴들이다.
백우회에서는 김충한, 김중기, 이기흥, 심홍순, 김명하, 이인호 제씨 등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72회에서는 강선영, 한영숙(고인), 송범, 김문숙, 전황, 박범훈, 이생강, 최혜숙, 정양자, 박재희, 이강복, 김옥경, 이길주 제씨 등과 주로 인연을 두고 만나왔다.
성 라자로마을에서는 김화태 신부님을 비롯하여 봉두완, 박완서, 전재희, 안상수, 이교우, 이필원, 김혜덕, 이한정 제씨 등과 봉사활동을 함께 해왔다.
화복회에서는 봉두완, 이성춘, 이문석, 장석규, 이임수, 박준서, 김원호, 김호식 제씨들과 자주 어울렸다.
북악클럽에서는 김상덕, 박종세, 권영일, 정진환, 정의순, 이종혁, 윤정우, 김진원 제씨 등과 만남의 자리를 계속해왔다.
허행초에서는 차범석, 최현(고인), 김수용, 손기상, 이세기, 이만익, 최만린, 한용외, 김대화, 박인자, 원필여, 이실 제씨 등과 교유를 가졌다.
낭만파클럽에서는 정홍택, 김영수, 김용원, 박정자, 이상우, 안국정, 윤석화 제씨 등과 즐겨 낭만적인 일들을 만들었다.
예장클럽에서는 한상우, 육완순, 김매자, 최청자, 이진배, 박상호, 박인자, 강홍주, 이기남, 양수화 제씨 등과 어울렸다.
광화문 문화포럼에서는 이세중, 김창실, 김종규, 허참, 현회강, 김경희 제씨 등과 문화를 이야기하였다.
이밖에도 별도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다. 강원용 목사님과 이경재 신부님(고인)을 비롯하여 구상, 이세중, 고건, 봉두완, 이어령, 주돈식, 이한동, 이민섭, 정관용, 송자, 김창실, 김종규, 허참 제씨 등이 내 삶의 곳곳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기억 속에 남는 사람들이 또 있다. 최공순, 이윤세, 전승우(고인), 김상덕, 이선원, 김상배, 한기복, 윤형규, 김광식, 윤치오, 이원종, 김창수, 정홍택, 김치곤, 유덕형, 오정소, 정상해, 김민환, 임재봉, 이전일 제씨 등 또한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다.
내 오래된 기억의 갈피를 더듬다보니 두 번 씩 이름이 겹친 사람도 나오는데, 그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시해도 내 정성이 모자란다. 여기에 거론되지 않은 이름들 중에서도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사람들이 많이 있다.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