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의 불도저 같은 사람 (15)
  제8장 명사들이 보는 이종덕2

조경희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예술원 회원)

‘이종덕’ 하면 떠오르는 것이 그의 일에 대한 강한 추진력이다. 그는 자신이 시작한 일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사람이다. 아무리 반대파가 많다 하더라도 그것이 옳은 일이라면 끝까지 관철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나는 전에 이종덕 씨가 문공부에 있을 때부터 안면을 트고 지낸 사이였지만, 직접적으로 일과 관여하여 만나게 된 것은 그가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무이사로 자리를 옯길 때였다. 당시 나는 예총회장에 당선되어 관에서 하는 모든 예술행사를 민간주도로 바꾸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내가 이종덕 씨를 찾아가 예술행사의 민간이양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옳은 얘깁니다. 당연히 예술행사는 민간주도가 돼야지요. 그래야 예술이 자생성을 가지게 되고 발전도 되는 것입니다.”

당시 문공부에서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기득권을 놓치기 싫은 행정 실무자들이 나의 민간이양 주장에 대해 반발을 하고 나섰다. 문공부로서는 민간이양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관계자들 역시 문공부와 같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상무이사로 근무하고 있던 이종덕 씨는 적극 내 의견에 찬성하고 나섰다. 같이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을 일인데도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절대 굽히는 법이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하는 소신대로 밀고 나갔다. 

나는 그런 이종덕 씨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 의견에 동조해서가 아니라 줏대있게 자신의주장을 밀고 나가는 그 사나이다운 배짱에 반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문예진흥원에서 적극 반대를 하고 나서는 바람에 정부 주도의 예술행사에 대한 민간이양은 무산되고 말았다. 
 
▲ 경향신문 창간 40주면 기념식장에서 / 왼쪽부터 필자, 김성수 당시 성공회 대주교, 김승연 한국화약 회장, 이재정 국회의원, 조경희 당시 정무제2장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때 이종덕 씨는 문예진흥원보다 예총을 지지했기 때문에 한동안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될 수 있는 한 자신의 내면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다. 그 후에도 나와 만났는데, 그는 자신의 난처한 입장에 대하여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누님! 이번에는 안됐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관 주도의 예술행사가 민간이양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사석에서 만난 이종덕 씨는 나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이었다. 지금이 예총회관이 동숭동에 자리 잡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의 덕분이 아닐 수 없다. 당시 그 건물에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있었는데, 그가 주선하여 강남으로 이사를 가게 만들고, 그 자리에 예총이 들어올 수 있도록 힘을 썼던 것이다. 

20억 원에 팔겠다는 것을 그가 강력하게 밀어붙여 19억 원에 낙찰하여 예총이 그 건물로 입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예총이 입주한 후,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이종덕 씨는 인간적으로 따뜻한 사람이다. 이해심이 많고, 부지런하고, 의리가 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는 자신의 이득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친화력으로 작용하는 모양이다. 나 역시 그에게 도움을 주는 일보다 오히려 도움을 받은 일이 많았다. 

요즘도 이종덕 씨는 자주 내게 전화를 한다.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 최고경영자과정 교수로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단체모임을 주도하고, 그 많은 예술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등 예술과 관련된 일이라면 빠지는 법이 없다. 그런 중에도 잊을만하면 나에게 안부전화를 걸어주는 걸 보면 아직도 나는 그에게 마음으로 빚을 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느덧 이종덕 씨의 나이가 70세라 한다. 그런데도 그는 아직 청년처럼 일한다. 그의 불도저 정신은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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