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로마을 돕기 음악회 ‘그대 ...

이 세상 일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다. 어느 하나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일하는 경우가 없다. 다른 사람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결과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생각하기에 따라 인생관이 달라질 수 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더 갖고 싶은 욕심 때문에 늘 불평불만에만 사로잡히는 인생이 된다. 그러나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할 때에는 그에 따른 보수와 관계없이 큰 기쁨이 마음속에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나는 봉사활동의 의미도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같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결혼할 때 아내가 가톨릭신자였기 때문에 혼배성샤를 받았다. 아내는 유아세례를 받아 어려서부터 열심히 성당에 다닌 가톨릭 신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 후 아내만 줄곧 성당에 나갔지 나는 신양생활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경복고등학교 동기동창인 김상배 교수(단국대학교)가 문득 내게 말했다.

“혼배성사를 받은 사람이 아직까지 세례도 받지 않고 있으면 어떡해? 내가 대부가 되어 줄테니 이번에 정식으로 세례를 받으라고.”

당시 나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살고 있었는데, 마침 논현동 성당 사목위원인 김상배 교수가 적극적으로 세례를 주선하였다.

그때 나는 6개월간 정식으로 교리를 배운 후 김상배 교수의 대자가 되어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가브리엘’로, 예수의 탄생을 마리아에게 미리 알려준 천사의 이름이다.

대부의 세례명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인데, 그때 김상배 교수가 나에게 자신의 세례명을 준 것은 아마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내게는 딸만 넷이고 아들이 없었다. 그래서 아내가 아들을 낳겠다고 온갖 정성을 다 하고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할 때였는데, 친구가 계시의 천사 이름을 내게 세례명으로 주면서 아들을 낳을 수 있도록 기원을 해준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다음 해인 1974년에 나는 아들을 얻었다. 그리고 1974년에는 견진성사를 받아 완전히 가톨릭 신자가 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연세대학교 동기동창인 한기복(당시 청와대 비서관)씨가 견진성사 대부가 되어 주었다.

견진성사를 받고 나서 3개월 후 한기복 씨는 내게 성 라자로마을의 이경재 원장 신부님을 소개해주었다. 그 후 나는 몇 번 신부님과 만나면서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어버렸다.

이경재 신부님은 가끔 전화를 해서 한 시간씩 좋은 말씀을 들려주시곤 하였는데, 금세 사람을 감동시키는 열정적인 분이었다. 상대가 저절로 고마움을 느껴 꼼짝 못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계셨다.

당시 나는 문공부 공연과 사무관이었는데, 이경재 신부님은 어느날 내게 라자로마을 자선공연에 출연할 연예인들을 섭외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나는 기꺼이 도와드리겠다고 말하였다.

▲ <그대 있음에> 자선음악회에서 왼쪽부터 필자, 김화태 신부, 최덕기 주교, 봉두완 후원회장 등이 출연진과 함께 '사랑으로'라는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나는 먼저 극장식 식당 <월드컵>을 경영하는 정상해 사장을 찾아가 그곳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라자로마을 자선공연에 출연시켜 달라고 부탁하였다. 당시 <월드컵> 출연 멤버로는 혜은이, 김세레나, 하춘화, 이미자 등 쟁쟁한 가수들이었는데, 그들이 모두 자원하여 라자로마을 위문공연에 참여하였다. 물론 출연료를 받지 않은 무료공연이었다.

라자로마을 자선공연에 자주 출연한 연예인은 김세레나, 하춘화, 김수희, 그리고 판소리를 하는 신영희 씨 등이었다. 특히 김세레나의 경우 자기 돈을 들여 라자로마을의 철책을 세워줄 정도로 깊은 인연을 맺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여 나는 1974년부터 성 라자로마을 돕기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문공부 공연과에 있을 때는 수시로 연예인들을 섭외하여 성 라자로마을 자선공연에 참가하도록 지원하였으며, 서울예술단 단장으로 있을 때는 서너 번에 걸쳐 라자로마을에서 농악 및 민속공연을 열기도 하였다.

한편 1974년부터 라자로마을 돕기 일환으로 <그대 있음에>라는 자선공연을 시작하였는데, 이 음악회 명칭은 김남조 시인의 시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이 기획은 이경재 신부님이 직접 기금조성을 위해 시작한 것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었다. 초기 2회 정도는 대중 가수들의 공연을 시작하였으나, 예상한 것보다 그 반응이 크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몇 년 기간을 둔 후 다시 제3회부터 성악가 중심으로 <그대 있음에> 음악회를 열기 시작하였다. 주로 기업체와 공공단체로부터 협찬을 많이 받았는데, 처음에는 7천만 원 정도의 기금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해가 거듭하면서 9천만 원, 1억 원, 2억 원, 최근에는 3억 원까지 기금이 마련되어 라자로마을 돕기에 큰 보탬이 되었다.

<그대 있음에>공연으로 기금이 1억 원 이상 걷히기 시작한 것은 7년 전부터인데, 이때부터는 국내 나환자들은 물론이고 외국의 주로 후진국들을 대상으로 하는 나환자들 후원도 시작하였다. 즉, 베트남, 라오스 등의 나환자 치료 병원에 기금을 전달하였던 것이다.

2년 전부터는 기금의 3분의 2는 외국에, 3분의 1은 국내에 후원하는 체제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