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성서대학은 캔사스 지방의 평신도를 위해 2000년 당시 정용섭 목사님 주관으로 개교한 성서교육 기관이다. 처음에는 건물이 없어 미국 신학대학인 캔자스 바이블 칼리지에서 교실 네 칸을 임대해 시작했다. 정용섭 목사님이 학장, 이은철 목사님, 김정치 목사님 등 여러분들이 교수를 맡아 수고해 주셨다.
약간의 학비는 받았지만 이사회를 구성해 필요한 자금은 이사들의 찬조로 운영했다. 평신도들의 굉장한 호응이 있었으며 그들의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자기 삶에 또 다른 도전의 기회를 갖게 하며 지역사회 에 종으로서 봉사를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얼마 전 정용섭 목사님이 소천했다.
장로로서 나는 이사장을 맡아 부족하지만 열심히 한인 성서대학 운영을 돕고 있다.
한인 성서대학 기관지 〈캐리그마〉에 평소 생각하는 소회를 수필로 싣기도 했다. 이 수필은 평소 생각해 오던 바를 글로 옮긴 것이다.
인생의 가을
신선한 바람이 불고 가을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명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추절 또는 한가위라고 하는 추석은 한 해 동안 땀을 흘려 농사를 끝내고 곡식을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명절 중에서 모든 것들이 가장 풍성한 때입니다.
우리나라의 추석은 본래 고대 사회에 풍농제에서 기원했다고 하는데 일종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추석도 사실 근본정신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기억됩니다.
특히 우리 민족은 원래가 농사를 생활 근본으로 하였기 때문에 추석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큼니다. 농사는 농부들이 땀 흘리고 수고했어도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을에 수확이 가능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확을 하고 나서는 자기들의 대가라고 자만하지 않고 겸손히 하늘에 감사하고자 했습니다. 이 감사하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누군가에 나타내고자하여 여러 가지 제의 또는 제사 형태로 나타냈고, 가정에서는 결실의 기쁨을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과 함께 나누려고 온 집안이 모여 온갖 음식을 만들어 놓고 잔치를 열고 함께 축하를 했습니다.
이처럼 추석은 애써 지은 농사의 열매로 인하여 함께 기뻐하는 잔치의 날입니다. 열매가 풍성할 때 잔치의 즐거움도 더할 것입니다.
저는 우리 인생에도 추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은 우리 인간을 열매 맺는 나무에 비유합니다. 포도나무로, 혹은 무화과나무로 비유합니다.
이는 우리 인생에도 무엇인가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좋은 열매가 많을수록 그 사람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며 또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을 주게 됩니다. 만약, 일생을 통하여 아무런 열매도 없다면 실패한 인생이요 너무나 부끄러운 일입니다.
요사이 저는 가끔 ‘나는 지금 내 일생에 어느 지점에 와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자주 합니다. 우리 동양식 사고대로 인생을 춘하추동의 네 계절에 비유하면 20대를 봄이라 생각하고 3~40대를 여름이라 부르고, 5~60대를 가을, 그 이후를 인생의 겨울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른들의 나이를 여쭐 때는 “춘추가 어떻게 되셨습니까?” 하고 물어봅니다.
저는 이곳 미국이란 광야에서 산지도 어느덧 40년이 흘러간 것을 새삼 느끼며 지난 일들을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일들이 하나님 앞에 감사한 것뿐임을 느낍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인생의 겨울이라고 할 수 있는 노년기에도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성경』 ‘시편’ 92편 12절부터 14절에 보면 나옵니다.
- 의인은 종려나무 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 같이 발육하리로다. 여호와의 집에 심겼움이여, 우리 하나님의 궁정에서 횽왕하리로다. 늙어도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여 여호와의 정직하심을 나타내리로다. -
여러분들은 인생의 어느 계절에 와 있습니까? 혹 인생의 겨울을 맞아 엄동설한의 공포에 싸여 있다고 낙심에 쌓여 절망으로 그날그날을 지나시는 분이 있습니까?
「시편」말씀대로 우리가 여호와의 집에 뿌리를 내린 자는 마치 시냇가에 심은 나무와 같다고 말씀합니다. 시냇가의 나무는 언제나 맑은 물을 공급받기 때문에 사시사철 잎이 푸르고 열매가 풍성합니다. 우리 인생이 시냇가에 심은 나무와 같다면 그 열매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계절에 구분 없이 인생의 나이에 구분 없이 충성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생수의 근원이시며 하나님의 말씀이 곧 생명의 물입니다. 우리 크리스천의 비전도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내리는 삶’ 입니다. 즉 하나님께 우리 인생의 뿌리를 내리고, 그 말씀으로 양식으로 삼는 사람, 하나님의 말씀을 늘 묵상하면서 세상에서 본이 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시냇가에 심어진 나무와 같아서 항상 잎이 푸르고 열매를 맺을 수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불만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항상 화평케 하며, 말을 할 때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가 납니다.
그리고 항상 기쁨이 넘치고 감사가 넘칩니다. 사랑의 열매, 성공의 열매, 지혜의 열매도 풍성합니다. 우리는 모두가 한 번은 다가오는 인생의 노년기 에 추수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포도나무의 가지는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을 때 열매가 열리듯이 하나님과 인격적인 연합을 이룰 때 우리가 비록 인생의 겨울에 닥쳤다 하더라도 가을의 약속처럼 여전히 열매를 맺고, 그 열매로 남을 부끄럽게 하며, 항상 싱싱하며 푸른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캔사스 한인 성서대학 〈캐리그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