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된 간판으로 가득 찬 거리에서 나는 운 좋게도 한문으로 “김보상회”라고 쓰인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한국을 떠난 지 10여 일 밖에 안 되었고，그것도 한글이 아닌 한문 간판에 내가 왜 마음속으로 잠시나마 기뻐했을까 하는 의문을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문을 열고 STORE 안으로 들어갔다. 3, 4명쯤 되는 여인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고, 그 뒤편에서 한 청년의 반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한국서 오셨군요.”
“그렇습니다.”
이야기를 나누자 나와 같은 용산고등학교 2년 선배임을 알게 되었고, 매일 아침 학교 등교 때마다 선배님의 집 앞을 지나가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어느 교파에도 소속되지 않고 독립교회로서 한인 교회가 세워진 이야기도 들었다. 60~70년대 이곳 KANSAS에는 한국 동포들이 그리 많이 살고 있지 않았다. 교회도 물론 없던 시절이었다.
선배님은 바쁜 중에도 이곳에 한인들의 교회를 세울 것을 생각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몇몇 가정들과 함께 자기 집 아파트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초대 교회가 마가의 다락방에서 기도와, 말씀과 찬송으로 드렸던 예배처럼 성령의 감동이 충만한 은혜로운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상상해 보았다.
교민들의 수가 늘어나자 인내와 믿음으로 극복하여 마침내 미국 큰 교단의 도움 없이 출석교인들만의 힘과 기도의 힘으로 자체 교회 건물을 마련했다. 2세들의 교육과 갓 이민 온 한국 동포들을 위해 새로운 이민생활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 것 또한 교회가 할 일이었다.
한인 동포들이 늘어나면서 서서히 한인들이 운영하는 BUSINESS도 늘어났다. 선배님의 주관으로 한인상공회의소가 80년대 말 시작되어 지금도 계속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인 동포 노인들의 건강 복지를 위하여 KANSAS CITY 한인 상록회를 만들어 동포 노인들을 위한 헌신을 아끼지 않고 있는 믿음의 사람이다.
미국인 사회에서도 널리 알려진 선배님은 KANSAS SITY STAR에 “지난 주말 Lawrence에 위치한 피에서는 수십 년 전 한국전쟁에 참여했다. 희생된 이곳 출신 학생들의 추모탑 제막식이 있었다. Hemenway 총장은 추모사에서 한국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Donation과 특별히 학부모인 Young L Kim의 거액 헌금을 감사한다.” 라는 내용이었다.
|
|
| ▲ 한국전 참전용사 협회장과 함께 한 김영렬 회장 |
|
선배님의 집 거실에는 중앙 벽에는 “무역구국” 이라고 쓴 김구 선생님의 붓글씨가 걸려있었다. 상해 태생인 선배님은 선친께서는 일본강점기 때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투쟁한 독립군들에게 거액의 군자금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몸소 심어주신 아버지의 마음을 꼭 닮아가는 효자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 었다.
선배님의 사업이 번창할 때마다 베드로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 (눅5:4)
“선생이여 우리들이 밤이 맞도록 수고를 하였으되 얻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눅5:5)” 라고 말씀을 드린 후 배를 저어 깊은 곳으로 들어가 그물을 던지니 배가득 고기를 잡았다고 한다.
많은 양의 고기가 잡히자 베드로는 동료의 배에도 고기를 나누어 주었다. 베드로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얄은 곳으로 가 그물을 던지 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더 깊은 곳으로 자기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인생이란 큰 바다에 서있을 때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한 베드로를 보게 된다. 얄은 물에 그물을 내릴 것인가 깊고 깊은 한가운데로 그물을 내 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이다.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진 선배님은 가득히 채움은 물론 그다음은 모두에게 나누어 주고 있음을 보았다.
세상의 부와 공명을 쫓는 게 모든 이들의 공통된 삶의 형태다. 그러나 참 삶이란 선배님처 럼 남에게 나누어주고 남을 위해 기도하며 사랑의 손길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할 때 행복과 기쁨은 있다.
선배님의 자서전이 원대한 꿈을 가#에 품고 기회의 땅 미국을 찾아온 2세，3세들에게 도움이 되고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후배 김태복 장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