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부중ㆍ고등학교 교사로 (19회...

영등포 문래동에 정착을 하고 교회는 문래동 근처에 있는 도림동교회에 출석을 하면서 그 교회 성가대도 지휘를 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기록한 바 있다. 그 당시만 하여도 음악학교 출신 음악인은 손을 꼽을 정도로 수가 적었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대환영이었다. 그래 나는 필그림 합창단과 영등포 지역 교회연합 성가대의 지휘를 하는 등 지역사회에서나마 활동 기반이 잡혀가고 있었다.

이런 것이 인연이 되어 영등포교회에 출석하면서 흑석동에 있는 낙양(洛陽)중ㆍ공업고등학교(현 중대부중고)에 근무하시는 김덕규 교감이 나의 연주하는 과정을 지켜보시고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에 음악교사로 추천을 하여 그 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아 그 낙양학교에서 8년 3개월 동안을 근무하였던 것이다.

당시 그 낙양의 교장 겸 이사장은 이소영 씨였다. 그리고 낙양 중학교는 인문계였으나 고등학교는 실업계였다. 그럼에도 나는 중ㆍ고등학교 모두에서 음악을 가르쳤고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밴드부(관악부)를 내가 창설하고 내가 직접 지도 겸 지휘를 담당하여 영등포 일대에서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등 학교의 명예를 빛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 학교 운영자는 음악부에 관심이 많아 음악조회를 주 1회씩 실시하여 그동안 전쟁 등으로 메마른 정서교육을 활성화 하는 데 주력을 하기도 하였다.

이 낙양 중ㆍ공업고등학교는 사립학교로써 일제시대 때부터 있었던 학교였으나 6.25 전쟁으로 교사(校舍)가 폭격을 당해 교사 일부가 파손되었는데 그 파손된 교사를 복구하지도 못한 그대로 개교를 했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교사가 부족해 강당을 칸을 막고 임시교사로 사용하였다. 음악수업은 음악교실이 없어서 때로는 폭격으로 뼈대만 남아있는 벽돌 벽 뒤에 나가 노천 수업을 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재직하는 동안 어느 해인가는 영어교사가 부족해서 내가 중학교 1학년 영어수업을 담당한 때도 있었다.

그 후 사회가 점점 발전되고 모든 면에서 경제가 부흥되어 갔지만 학교재단이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에 발전이 더디 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바로 옆에 있는 중앙대학교 임영신 총장 겸 이사장이 그 낙양학교를 인수하여 중앙대학교 부속 중ㆍ고등학교로 개명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학교자체로 보아서는 일보 전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

나는 그 후에도 수년간 계속 근무를 하면서 몇 년간은 중앙대학교 부속여자 중ㆍ고등학교인 영신 여자 중ㆍ고등학교에 음악교사로 출강한 일도 있었다.

그리고 서울특별시 중ㆍ고등학교 음악교과 연구협의회 영등포구 대표로 지명이 되어서는 영등포지역 음악교사와 서울시 음악 장학사가 참석한 가운데 영신여자 중학교에서 중등학교 모범수업을 한 일도 있는가 하면 또 서울특별시 예술분과위원(1959. 8. 1.)을 역임한 바도 있다. 이렇게 중앙에도 음악교육자로서의 영역을 넓혀 나가기도 하였던 것이다.

▲ 중대부고 교사시절

▲ 필자가 창설하고 지도 지휘하던 중대부고 관악부와 교직원들과 함께 / 앞줄 오른쪽에서 5번째가 필자이다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6.25 수복 후 중ㆍ고등학교에는 중고등학교 교사 자격증이 없는 교사가 태반이었다. 물론 나도 음악전문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자격증이 없었던 것이다. 이 자격증은 가르치는 실력과는 별개 문제였지만 행정당국에서는 어떤 기준을 두어야 하기 때문에 자격증이 없는 교육자는 연차적으로 시한을 정해 정리하는 정책을 시행해 나갔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정규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만 했다.

그 당시 사립대학으로는 음악 단과대학이 없었고 모두 음악과였는데 그 중에서도 바이올리니스트 김생례 씨가 책임자로 계시는 경희대학교 음악과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 연세대학은 작곡가 박태준 씨가 책임자로 계셨는데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내 정교음악과로 되어 있었고, 한양대학은 그때까지 음악과가 없었던 때였다. 게다가 경희대학교에서는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성 음악인들을 많이 포섭하여 출석에 관계없이 학점만 따면 졸업이 가능하던 때였다.

그러므로 나는 8명의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경제적 책임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 근무하면서 다닐 수 있는 경희대학교를 택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경희대학교에 적을 두고 시험 때만 나가 학점을 취득하여 당시의 명칭인 경희대학교 문리대학 음악과를 제2회로 졸업하고 음악학사와 물론 고등학교 정교사 자격증도 취득하였던 것이다.

첫 피아노 구입

피아노를 처음 사게 된 기막힌 사연이 있다. 당시만 하여도 우리나라에는 피아노 제작 생산이 안 되던 6.25 전쟁이 한참이던 때였다. 중부 전선에서는 백마고지가 하루에도 몇 번씩 주인이 바뀔 정도로 전투가 치열했고 한편에서는 휴전을 한다는 말이 오고가던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어느 악기점을 잠깐 들렀는데 그곳에는 자그마한 중고품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다. 그 피아노는 예쁜 자색 빛의 영국제 어프라이트 피아노였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위 뚜껑이 없는 것이었다. 사유인즉 전란 중에 깊숙한 곳에 보관해 두었으나 그만 뚜껑이 파손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고 내가 사용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샀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것이 피아노인데 피아노를 사려고 하여도 살 돈이 없으니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하고 한탄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이것으로 피아노를 사는데 보태 써라 하며 금가락지 5개를 내어 놓으시는 것이었다.

그 금가락지는 어머니께서 월남하실 때 소중하게 쓰시기 위해 몸 깊숙한 곳에 숨겨 가지고 오신 것이었다. 나는 그때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위험한 38선을 넘어 오시면서 가져오신 그 귀중한 것을 자식을 위해 선뜻 내어 놓으신 어머니의 손길이 참으로 고귀하고 감사함을 느꼈다.

나는 그것을 팔고 약간의 부족한 금액을 보태서 그 피아노를 사게 되었다. 비록 중고이기는 하지만 어머니께서 선물로 해 주신 것이 되었고 또 어려운 중에 처음으로 구입한 피아노이기에 나에게는 참으로 소중하였다.